정치경제학 전공자인 앰허스트 대학의 한 객원교수는 지난 4년간 챕터 13을 신청한 개인 파산자 48명을 인터뷰한 뒤 그들의 절망, 좌절, 분노 뒤에 숨겨져 있는 속 이야기들을 전했다.
챕터13은 빚잔치 후 완전히 손을 터는 챕터7과는 다르다. 채무 변제를 잠정 중단한 후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꾀하는 개인들이 이용하는, 비즈니스의 챕터 11과 같은 파산제도다. 현실적으로는 모기지 체납으로 차압위기에 놓인 집을 지키려고 하거나, 모기지 재조정을 신청한 후 금융기관을 압박하는 용도 등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신청자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중산층이 많다.
챕터13 신청자들은 정부나 부족한 사회 안전망 때문에 이런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비난하지는 않았다. 대신 무상 복지 프로그램 수혜자들에 대한 분노와 비난은 숨기지 않았다. 그 돈은 그들처럼 열심히 일하는 근로계층에게서 염출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부당한 복지 수혜자는 대부분 소수계라고 그들은 답했다. 조사 대상의 3분의1을 차지했던 트럼프 지지의 중년 백인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이었다.
보험만으로 해결되지 않은 아들의 치료비 때문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러 온 백인 자동차 수리공은 미국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왜 우리가 아직 남북전쟁 때의 보상금을 내야 해요? 노예제도는 여러 세대 전에 끝난 일 아닌가요?” 그는 흑인들이 무슨 보상처럼 공짜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사추세츠에서 왔다는 한 백인 여성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매업체 매니저라는 그녀는 가게 좀도둑, 샵 리프팅에 이야기가 미치자 젊은 ‘웰페어 맘’, 흑인과 푸에르토리코계 히스패닉이 문제라고 했다. 그 자신은 열심히 일해 왔지만 필요할 때는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자녀가 둘인 그녀도 정부의 렌트 보조 등 여러 복지혜택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녀 자신을 ‘웰페어 맘’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트럼프 지지 백인들만 그럴까. 그렇지만도 않다. 콘도를 차압에서 지키기 위해 파산신청을 행정직 흑인 여성은 “나는 한 번도 웰페어나 푸드 스탬프를 받은 적도, 비혼 자녀를 낳아 아이 몫의 웰페어를 챙긴 적도 없다. 이런 나는 지금처럼 어려울 때 왜 아무 도움도 기대할 수 없나”라고 반문했다. ‘당연한 듯 웰페어 혜택을 누리고 있는 다른 흑인 여성들과는 달리 나는 건실하고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그 말속에는 배어 있다.
미국서는 매년 25만명 이상이 챕터13을 신청한다. 파산이 승인되면 7년간 크레딧 카드 발급이 중단되는 등의 경제적인 불이익이 따르지만 실익이 크다. 부채가 합법적으로 감면되기 때문이다. 연방정부가 제도적으로 중산층에게 제공하는 사회 경제적 안전망이라는 혜택을 누린다고 할 수 있다.
수혜자는 백인이 압도적 이다. 매년 파산 보호를 받는 채무액은 100억 달러 이상이다. 이 때문에 백인과 흑인간의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진다. 그럼에도 파산보호 신청자들은 그들이 무상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열심히 일했고, 많은 소수계들은 공짜로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한 백인 여성 파산 신청자는 미국의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이 오남용 되고 있다고 분노했다. 법적으로 자격이 없는 히스패닉들이 미국의 시스템에서 돈을 빼내 가고 있다고 했다. 제너럴 컨트랙터인 그녀의 남편은 바로 그들로 인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먹고 있었다.
지난 1월 연방의회 난입 혐의로 현재까지 300명이상이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파산율은 18%로, 전국평균 보다 2배가 높다고 한다. 이들 중 25%는 채권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5명중 한 명은 집이 차압 위기에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 지는 자체 조사 결과를 전했다. 극렬 트럼프 지지자들의 정치 경제적인 처지와 시각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