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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 오렌지 꽃 밭길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02-28 19:19:29

수필,김수린,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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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흠..이 무슨 향기일까?”

한낮, 월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다가 공기 중에 가득한 향기에 나도 모르게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리며 이 감미로운 냄새의 출처를 살펴본다.

앞쪽 하이웨이로는 차들이 질주하고 있고 주차장 사이를 오가는 차들만 가득한 도시 한복판에, 자동차 매연 사이에 섞여 코를 자극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이 냄새는 분명 꽃 향기인데....

허니써클 냄새 같기도 하고 갈드니아 향기 같기도 한..

그러다가 문득 아!.오렌지 꽃 향기로구나 하고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때서야 왜 주간도로 441을 오렌지 불라썸 트레일(Orange Blossom Trail)이라 부르는지 이해가 되었다.

풀로리다 중부를 남 북으로 가로지르는 주간도로 441을 타고 올랜도 북쪽으로 올라 가다 보면 월마트나 퍼블릭스등의 큰 샤핑몰 중간 중간에 아직도 오렌지 과수원이 길가 풍경의 대부분으로 남아있는 곳이 바로 이 마운트 도라(Mount Dora) 시 일 것이다.

풀로리다에 이사 온지 이제 일년 반. 처음 부채살 같은 종려나무들이 어디나 흔하게 길가에 서 있는 모습이 열대지방에 온 것을 실감하게 했는데 그 다음으로 내 시선을 끌은 것은 이 오렌지 나무들이다. 작고 단단해 보이는 진 초록색 잎사귀들과 3,4월을 전후로 피는 순백색의 잘잘한 꽃은 미국 중북부에서 만 살았던 내게는 처음 대하는 풍경이었다. . 그리고 이 작은 꽃송이에서 나오는 감미롭고 강렬한 향기가 바람결에 실려 도시 구석구석을 떠돌아 다니는 고풍스럽고 아담한 도시에 일자리를 정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끝이 안 보일 만큼 큰 오렌지 밭을 뒷 배경으로, 길가에 지붕만 세운 오렌지 상점이 내가 일 하는 곳 가까이에 있다.

나는 그곳에서 지난 겨울부터 밭에서 금방 딴 싱싱한 오렌지를 사다가 쥬스도 짜먹고 이웃들과 나누어 먹기도 한다. 여러 종류의 오렌지, 밀감, 자몽 들이 커다란 나무 상자에 수북히 담겨있는데 판매원은 낮 시간에만 나와있고 대개는 무인 판매다.

가게에 준비해둔 붉은색 그물망 자루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오렌지를 잔뜩 넣고 자물쇠가 걸려있는 철제로 만든 기둥 모양의 통에 돈을 넣게 되어있다. 자주 가다 보니 판매원인 바바라 하고도 친해졌다. 투박한 독일 액센트를 쓰는

그녀에게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만져봐서 단단하고 무게가 있는 것을 고르는

방법이라든가 언제 어떤 종류의 오렌지가 나오는가 하는 이야기 등. 그리고는 무인 판매인데 혹시 돈을 내지않고 그냥 가져가는 사람이 없는가 하고 물었다.

“있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은 꼭 필요해서 가져가는 사람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하면서 하늘을 가르킨다. 그러고 보니 가판대 지붕 밑에 “도둑질하지 말지니라. 출애굽기 20;15”

이라고 쓴 팻말이 보인다. 주인의 편하고 넉넉한 마음이 보이는것 같다.

 

금요일 오후, 오렌지를 사러 갔다.

판매원이 없는 가게에서 오렌지를 골라 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들어와 오렌지를 담는다. 서로 눈인사를 나누고 자연스레 일상적인 대화도 한다. 처음 온 사람에게는 어디다 돈을

넣는지 보여주고, 잔돈이 없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잔돈도 서로 바꾸어 주기도 한다.

내가 여러 자루를 사서 들고 가는 것을 보고 노인 손님이 자청하여 오렌지 자루를 차에다 실어 주었다.

주인 없이도 운영되는 오렌지 가판점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441 오렌지 꽃 밭 길은 이래 저래 오렌지 꽃 향기가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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