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여름과 가을 사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10-05 16:16:26

칼럼,행복한 아침,김정자,수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가 을이 들어선다는 입추도 이미 지났고, 처서, 백로 절기를 보냈는데도 여전히 더위가 몰려와 바깥 출입에 몸을 사리게 된다. 일교차가  커서 밤엔 스웨터를 낮엔 민소매를 입게 만드는 여름이 미련이 큰가보다. 미련많은 여름이 후회하지 않으려는 듯 더위를 뿜어내지만, 그나마 느긋한 가을이 하고 싶은거 다 해보라는듯 자리를 내어주는 품새다. 여름이든 가을이든 마음만은  편했으면하는 오지랖 생각을 해본다. 좀처럼 물러설 것 같지 않았던 여름도 기세가 꺾이는 듯하다. 더 이상 뜨거움은 몰고 오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여름도 끝물임을 어쩔 수 없어하는 눈치다. 어쩌다 아침 저녁 서늘함이 설핏 끼어들어도 반갑기 그지 없다. 가을의 사려깊음을 만나면 듬쑥하고 웅숭깊은 사람으로 다가갈 것 같다. 가을의 그윽한 정취를 누려가면서 글로도 다할 수 없는 정감의 난무를 마음껏 즐겨보리라. 가을 속으로 깊숙히 들어서면 눈도 맑아지고, 귀도 한껏 열리고, 마음도 깊어질 것이라서 순하디 순한 가을바람의 타이름에 찬찬히 노구를 돌아보는 일에도 게으르지 말아야지. 계절의 순환은 생을 부요케하기도 하거니와 삶의 촉매제가 되어 일상에 끼어드는 누적된 정서적 반응 사이클을 확인시켜주기도 하고 때로는 계절이 건너가는 길목은 계절과 삶의 어우러짐이 묘사되고 순환이 빚어낸 진액이 고여있어 그 이음줄의 아름다움은 가히 고혹적이다. 

 

인생의 여름도 계절의 여름에 버금가듯 젊음의 열정을 품고 역동적으로 소명을 붙들기에 충족한 삶을 풀어내는 시기였기에 인생의 가을 또한 원숙을 향한 기다림으로 결실을 거두어 들이는 겸비와 내려놓음과 비움의 정염을 아낌없이 풀어내야할 시기이다. 인생 노정의 깊음을 숙지해가며 농익은 멋스러움을 안게되는 행운의 계절이요, 인생길과 견줄 만큼 깊은 의미가 녹아있는 단풍 닮은 삶을 살아내도록 인생들의 심미안이 심중하게 열릴 가을이 오고 있는데,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조락하는 잎새의 외로움을 외면하듯 팽팽하게 버티는 여름의 오기가 황망하기 이를 데 없다. 초록도 대지도 뜨거움에 지쳐가는 계절의 징검다리에서 산뜻하고 신선한 가을 바람이 기다려진다. 쓸모없음 속에 깃든 큰 쓸모의 비유물처럼 혹서에 지친 심신을 새롭듯 명쾌하게 가다듬고 싶음이라서 계절이 비켜설때 마다 세월의 주름이 만든 그리움이 여지없이 밀착되고 만다. 삶의 이음줄 사이에서 사뭇 그리움이 기웃거리는 걸 보면 어쩌면 가을의 쓸쓸함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삶과 계절의 동반은 어쩔수 없이 그리움일 수 밖에. 그리움이란 프리즘을 통과한 스팩트럼 빛살이 추억으로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라서 그리움은 계절의 드나듦 사이에서 머뭇거리기 마련인가 보다. 빛바랜 그리움이나 참신한 그리움이나 계절들이 옷을 바꿔 입을 때 마다 삶과 실존의 진의를 깊이있게 부각시켜주기에 가을이 깊어지면 손 편지가 써질 것 같다. 손편지여야 만 전할 수 있을 것 같은 낙엽 같은 마음을 붙잡아두어 고운 편지지에 옯겨보리라. 바람결에 밀려다니는 가랑잎 심사에 동조되듯 손편지 마음이 떠오르도록. 여름과 가을 사이, 이맘 때가 되면 아나로그감성을 담은 가을 편지를 주고 받고 싶어진다. 흐르는 계절과 계절 사이에는 미묘한 울림이 바람처럼 흐느끼고 있음이라서 손 끝에 닿이는 것도 아니요 머릿결을 흩날리는 것도 아닌 가슴으로 와닿는 울음같은 떨림이 전해진다. 피빛으로 물들 낙엽이 토해내는 신열같은 처연함의 전조현상일까. 

 

후덥지근하던 바람이 상쾌한 질주를 시작하고 설익은 과육들이 아름다운 결실의 열매가 되어 단풍보다 먼저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 소담한 결실을 위한 것이었는데 햇살의 뜨거움만 탓했던 시간들이 무색해진다. 분주한 일상에 후둘기느라 하냥 지나쳐도, 미쳐 눈길을 주지 않은채라도 가을은 우리 곁으로 여상스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을. 가을이 깊어가면 어쩌면 나목처럼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을찌도 모를일이란 생각 끝에 ‘어찌하여 ‘창조주께서 가을 적막과 공허를 우리에게 주셨을까’하는 생각이 밀려든다. 비움이 내려 놓음으로 다시 적요로 음습할터인데. 하기사 적막에 길들여지면 황홀하지 않을 것이 어디 있으며 귀에 담아두지 않는다해서 평안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이리도 아름다운 가을날 서정을 붙들고 싶은데 가을이 오는 소리가 저 만큼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다. 갈바람 타고 홀연히 다가올 가을을 기다리면서 잠시 평안에 젖어본다. 하기사 난 언제나 가을이고 싶었고 가을 닮은 삶이고 싶었는데. 세상의 이지러진 내음까지도 풀벌레 소리에 곁들여져 가을 향취로 피어났으면하는 심정으로 가을 여행을 마련해야할 것 같다. 은밀한 비움을 찾아나서기만 하면 될것이라서. 기차 여행이라면 더욱 좋겠다.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들판을 끝 없이 걸어보고도 싶다. 야생 들국화의 잔잔한 미소도 만나고 싶다. 언제까지고 가을이었으면 좋으련만.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I-94 한 줄 뒤에 숨은 ‘새 감시 시대’

케빈 김 법무사 최근 한국 언론에 “무비자 I-94 정보 제출, 얼굴인식·소셜미디어·DNA까지 확대 검토”라는 제목이 등장하자, 많은 분들이 “미국 가려면 공항에서 DNA까지 채취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8] 구르는나무
[미주시문학을빛내고있는 10명의시인을찾아서8] 구르는나무

이성열 사막을 가로질러 기어가듯이데굴데굴 구르는 나무를 보고비웃거나 손가락질하지 마어떤면에선 우리의 삶도거꾸러져 구르는 나무 같지짠물 항구도시 인천에서 태어나아버지를 따라 무논과

[행복한 아침]  겨울 안개

김 정자(시인 수필가)       이른 새벽. 안개에 둘러싸인 도심은 마치 산수화 여백처럼 단정한 침묵으로 말끔하고 단아하게 단장 되어있었다. 시야에 들어온 만상은 화선지에 색감을

[추억의 아름다운 시]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全文)

만리 길 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

[한방 건강 칼럼] 불면증, 한방치료와 접지족욕(Groudning Foot Bath)의 시너지
[한방 건강 칼럼] 불면증, 한방치료와 접지족욕(Groudning Foot Bath)의 시너지

최희정 (동의한의원 원장) Q:  CJ, Maybe it does not work for me! I still sleep less than 6 hours!A:  Be patient

[신앙칼럼] 은혜의 환대의 모략(The Conspiracy Of Gracious Hospitality, 마태복음 Matthew 7:1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환대(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환대(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환대의 대가,

[추억의 아름다운 시] 우리가 서로 사랑 한다는것

김수환 추기경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나는 행복합니다.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나는 행복합니다.꽃이랑, 보고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아

[수필] 카이자의 삼각형
[수필] 카이자의 삼각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살다 보면 떠밀리듯 마주 서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변명이나 용서를 구할 틈도 주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을 때다. 버릴 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가입 전에 꼭 알아야 할 용어 정리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가입 전에 꼭 알아야 할 용어 정리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에 처음 가입하거나 플랜을 변경하려 할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바로 ‘용어’다. 파트 A, B, C, D부터 시작해 메디갭, 프리미

[애틀랜타 칼럼] 비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이용희 목사 “나의 실패를 책임질 사람은 나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 자신이 바로 나의 큰 적이요 비참한 운명의 원인입니다. “이는 세인트 헬레나 섬에 유배되어 있던 프랑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