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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칼럼〉  추락하지 않는 삶

지역뉴스 | 사설/칼럼 | 2019-09-17 17:17:32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화요칼럼>  추락하지 않는 삶
김세환 <아틀란타 한인교회 담임목사>

 

 

청년 시절에 참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 중의 하나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책입니다.  정확한 내용은 다 기억할 수 없지만, 걷잡을 수 없는 미친 욕망과 소유욕 때문에 사랑하면서도 연인을 살해할 수 밖에 없었던 한 비극적인 청년의 독백이었습니다.  '추락한다'는 말은 날개가 있다는 말이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이 올라갔다'는 뜻이 전제된 말입니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이나 능력이 없어서 결국에는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올라가고 싶어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합니다.  멈춰야하는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입니다.

사람들 중에는 그것을 '도전'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꿈'이라고 미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욕심'이라고 규정합니다.  실제로 욕심이 있는 사람이 '꿈'도 꾸고, '도전'도 하게 되니까, 결코 그 말이 틀린 것 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욕심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욕심은 사람을 끊임없이 올라가게 합니다.  마치 줄이 끊어진 연(kite)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갑니다.  그리고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한계에 부딪쳤을 때 비로서 '추락'을 시작합니다.  욕심은 본질상 추락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내려오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호수에 밀어 넣어 죽인 비정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몸에는 이미 자신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가 그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얼마 전에 알게 된 어느 고관 대작의 조카 딸 때문입니다.  그녀와 결혼해서 자신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고 싶었습니다.  성공(成功)이라는 이름의 열병은 그에게 너무도 쉽게 '살인자'라는 계급장을 달아 주었습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휘황찬란한 성공의 금장의자가 아니라, 차디 찬 '전기의자'였습니다.  지칠 줄 모르고 솟구치던 그의 욕망은 결국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처절한 추락으로 마감하게 됩니다.  미국의 성공주의 문화를 꼬집는 소설 '어느 미국인의 비극'(An American Tragedy)의 내용입니다.  높은 곳에서 영원히 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시간이 되면 누구나 내려와야 합니다.  내려오기 싫다면, 추락의 아픔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추락은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욱 더 요란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결코 추락할 줄 모르는 위상과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타자”(他者)를 위해 산 사람들입니다.  절대가치가 되시는 하나님을 위해서 산 사람들, 그리고 이웃과 공익을 위해 헌신한 삶을 산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끊임없는 고공비행을 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이 올라갑니다.  그들은 이미 '높은 곳을 거니는 사람들'(하박국 3: 19)입니다.  역사상 존경스러운 이름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산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자신을 비워 남을 섬긴 사람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무릇 높아지려고 하는 자마다 먼저 자신을 낮추어야 할지니라'(마가10:44)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진리입니다.  내가 추구하고 노력하는 도약이 하나님과 이웃이 기뻐하는 '거룩한 비상(飛上)'인지를 먼저 점검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것이 추락을 경험하지 않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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