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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시대가 거부한 폭군 아닌 폭군 광해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7-18 21:21:52

칼럼,김건흡,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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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초 만주의 신흥세력 후금은 명과 대립하고 있었다. 선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광해군은 명과 후급 사이에서 신중한 외교정책을 취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내치에 힘썼다. 광해 10년(1616) 명과 후금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서 명의 원군 요청이 오자 광해군은 임진왜란 이후 나라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핑계를 대어 미루다가 조정 대신들의 반발에 결국 강홍립에게 병사 1만을 주어 파병하면서 “우리는 대의명분상 어쩔 수 없이 출병하는 것이고, 우리의 힘은 약하니 후금을 적대시해서는 안된다. 그 형세를 보아 향배를 정하라.”는 밀지를 내려 후금에 어쩔 수 없는 전쟁임을 알려 투항케 하는 등 군사적 마찰을 최소화하는 중립외교를 펼쳤다.

임진왜란의 상처를 씻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으므로 광해군의 중립 외교는 매우 적절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사대주의에 젖은 관료들에게 깊은 반감을 사, 이것이 후에 인조반정의 중요한 명분이 되었다.

광해 15년(1623) 3월 12일 밤 이서(李曙)는 장단에서, 이중로(李重老)는 이천에서 군사를 일으켜 홍제원에서 김류의 군대와 합류한 반정군을 능양군이 친히 거느리고 이괄(李适)을 대장으로 하여 문무장사 2백여 명, 군사 1천여 명이 창의문(한양도성의 북소문, 자하문)으로 들어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밖에 도착하니 궁궐 방어를 맡았던 훈련도감 대장 이흥립(李興立)이 이미 반정군과 내통하여 이들을 맞이했다. 그러자 궁내의 대신 및 재신(宰臣)들은 군대의 함성 소리를 듣고 모두 흩어져 도망갔다. 광해군은 후원의 소나무 숲으로 나아가 궁인들이 야간에 이용하는 사다리를 타고 궁성을 넘어갔는데 젊은 내시가 업고 가고 궁인 한 사람이 앞서서 인도하여 사복시 개천가에 있는 의관 안국신(安國信)의 집에 숨었으나 곧 체포되었다. 반정 이틀 후인 3월 14일 인목대비는 경인궁 석어당 앞마당에 광해군을 꿇어앉혀 폐위시켰다.

“천리를 멸절시키고 인륜을 막아 위로 중국 조정에 죄를 짓고 아래로 백성들에게 원한을 사고 있는데 이러한 죄악을 저지른 자가 어떻게 나라의 임금으로서 백성의 부모가 될 수 있으며 조종의 보위에 있으면서 종묘사직의 신령을 받들 수 있겠는가. 이에 폐위시키노라.”

이는 반정 이후 정국을 주도한 서인 집단의 시각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가올 대전란의 서막이기도 했다. 결국 명은 당장 후금과의 대결관계에 있었으므로 조선을 확실히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인조의 즉위를 조건부로 승인하게 된다. 결국 광해군이 그토록 막고자 했던 전란으로 조선을 몰아넣게 된 것이다. 바로 병자호란이다. 국제정세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시대착오적인 친명반청정책은 또다시 조선의 국토를 전장터로 내주고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다.

인조반정으로 서인과 남인의 연합정권이 들어서자 피의 보복이 이어졌다. 대북 세력의 영수였던 정인홍은 89세의 고령의 나이에 고향 합천에서 서울로 압송돼 ‘역적의 괴수’로 능지처참 되었고, 실질적 리더였던 이이첨은 도주하던 중 경기 이천에서 체포돼 역시 처형됐다. 처형을 요행히 면한 북인 인사들도  투옥되거나 유배되며 중앙 정치무대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광해군을 보좌하던 북인, 그 중에서도 대북 정권의 실세들은 대부분 자결하거나 처형되었다. 북인세력으로서 겨우 처형을 면한 사람들은 대부분 투옥되거나 유배되면서 대북파는 거의 씨가 말랐다.

1624년 이괄의 난이 일어났을 때 인조는 광해군의 재등극을 우려해 그를 태안으로 옮겼다가 다시 강화도로 데려왔다. 1636년 청이 침공해 광해군의 원수를 갚겠다고 공언했을 때는 그를 죽이라는 밀지까지 내렸지만, 경기 수사가 이 말에 따르지 않음으로써 겨우 죽음에서 풀려났으며, 조선이 완전히 청에 복속된 이후에는 멀리 제주도로 보내졌다. 이러한 가운데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이 오히려 기이하다고 할 정도이지만, 광해군의 제주도 유배 생활은 더 없이 초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을 감시하며 끌고 다니는 별장이 상방을 차지하고 자신은 아랫방에 거처케 하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의연한 자세를 유지했고, 심부름하는 나인이 영감이라고 호칭하며 멸시를 해도 전혀 이에 분개하지 않고 말없이 그 굴욕을 참고 지냈다고 한다. 광해군은 폐위된 뒤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으나 결국 1641년 7월 1일 제주도 유배지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그의 부음을 듣고 제주목사 이시방이 들어갔을 때는 계집종이 혼자 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죽으면서 “내가 죽으면 어머니(공빈 김씨) 무덤 발치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동북아시아 정세의 격변기에 실리적 외교를 추구하여 보국안민하지 못하고 쓰러져가는 명에 대한 맹목적 중화사대와 유교적 명분론에 매몰된 몽매한 국왕과 서인 권력 중심의 신하들에 의해 조선은 제대로 싸움 한번 하지 못하고 명의 재조지은 (再造之恩)의 굴레를 뒤집어썼다. 광해가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상황을 스스로 재촉한 결과였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은 위정자의 무능과 안이한 판단이 가져온 재난이었다. 그러나 이 세력은 이후에도 중화사대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명이 멸망해버린 이후에도 아예 자기들의 중화라는 소중화의 왕국을 세워나간다. 왕조말까지 말이다.

서인은 이후 조선이 멸망할 때까지 300년 가까이 조선의 권력을 쥐고 흔들었다. 서인은 후에 노론과 소론으로 갈리는데 인맥과 장책으로 보면 서인의 주류는 노론으로 이어진다. 또한 노론의 중심세력이 정조 이후 세도정치의 주역이 되어 조선 말엽 나라를 도탄에 빠뜨린다. 더욱이 이들은 나라를 팔아먹는데도 주역이 되어 1910년 한일합방 때 일제에 저극 협력한 공로로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고 일제의 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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