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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소리의 씨앗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6-29 22: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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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현실적인 실체로 받아들이기 까지 일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들리지 않는다는 적막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않았을뿐 아니라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확신처럼 붙들며 컨디션따라 들리는 정도의 차이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쾌청한 날의 소리 뒤울림이 마음을 가볍게 해주기도하고 구름이 많고 비가 내리는 날은 소리 전달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 울울한 마음이 되기도 했었으니까.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서 부터 소리의 울림을 기대하며 청력회복에 마음이 모아졌다. 자연치유로의 회복을 기다린다는건 어쩌면 불가사의에 기댔는지도 모를일이다. 하찮은 가벼운 소리에도 곧잘 놀라게 되는 깊은 밤. 바람소리를 듣진 못해도 바람을 느끼는 건 역시 귀였다. 마치 대문 밖 쪼그리고 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같이 두 귀를 쫑긋거리게 되는 남루해진 귀가 애처롭다. 청력의 기관들도 혼신을 다해 들음의 새로운 경지를 찾아 발돋음하려는 가상함에 온몸이 떨린다. 소리가 새록새록 돋아나기에는 귓 속 구조물들이 손쓸 수 없는 지경으로 낡아버린 것 같다.

보청기를 사용하게 된 첫날은 이물질이 귓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자꾸만 손이 귀로 올라갔다. 청력을 부추기며 소리를 느끼는 과정이 이렇게 낯설줄이야. 미세한 마이크가 삽입된 공명의 생소한 느낌이 서툴기 그지없다. 적응하는 동안의 생경스러움을 무지근히 견뎌내야할 것 같다. 보청기를 사용하게 되면 더 이상의 청력 유실을 막을 수 있다는 닥터의 충고를 받아들이면서 과학의 힘을 빌어 소리 재생에 접해보기로 했다. 산책길에서 조락한 나뭇잎들이 밟히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들리지 않던 미세한 파장의 울림이 들리기 시작한다. 원래 이토록 상세한 바스락거림이었던가. 신묘한 소리 담금질이 아득하다 못해 신비하게 미화될 조짐마저 보이고있다. 귀가 밝았을 땐 당연하게 들리는 소리였는데. 일상에서 지나치던 소리까지 소리의 전달이 신비롭게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잊고 있었던 간과하고 있었던 감사를 감명으로 받아들이는 행운의 누림이 감사하다.

만상이 순정한 고요로 잡입하는 시간의 트릭이 기다려진다. 노을이 잠기기 시작하면서 부터. 잠자리에 들기전 양쪽 귀에서 소리 도우미 보청기를 제거하는 일과의 마지막 시간이, 무음의 순수한 시간이 기다려진다. 보청기 도움으로 듣는 세상 소리도 소중하지만 무음의 상태가 가장 정직하고 순결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라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의 절묘가 그렇게 기다려질수가 없다. 정상적인 청력으로나 보청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소리 한계를 벗어난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로 다가온 기적같다. 어쩌면 우주에 존재하는 무음의 파동 범주를 접한다는 영역이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는 믿음이 꿈틀거린다. 상상할 수 없었던 소리현상의 감동을 의심하거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지 않으며, 신비한 무음 주파수의 새김을 붙들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붙들게 되었다. 하늘 소리, 하늘 곡조가 영글어 귀로 들을 수 있도록 용납해주신 창조주께 감사를 올려드리고 있다. 이 감사로 하여 불현듯 예기치 않았던 불청객이 되어버린 장애를 받아들이며 동거할 수 있는 여분의 마음자리가 마련되어지고 있다. 청력은 소실되었지만 마음은 푸른 하늘처럼 맑아져가고 있음에 뿌듯한 기쁨이 한가득이다. 듣지 못한다는 것이 세상의 잡다한 소리와 단절될 수 있었던 행운도 누려보았기에 귀 담아 두었더라면, 귀 기울여 주었더라면, 하는 간절함을

간과해선 않된다는 도리의 교의를 위해 야무진 훈련을 하고있는 셈이다.

파브르 곤충기에 매미는 귀가 없다고 했다. 들을 수 있었더라면 저토록 온몸으로 사력을 다해 울어대진 않았을 것이다. 해서 매미처럼은 되지않으려 들리지 않아도 들리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주변에서 웃으면 빙긋히 함께 웃어주기도 한다. 남아있는 여린 청력에게 남은날 동안 신세를 져야하기에 맑은 물로 정성껏 귀를 닦아낸다. 사무친 기쁨을 느끼는 만큼 현존의 약함도 공유해야하는 것이 인생이다. 결여와 결손 위에 부어 주시는 고운 사랑을 감복으로 받아들이며 정교한 사랑을 섬세함으로 갈무리해야 하리라. 결핍, 결여를 걸림돌로 여기지 않음은 불만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만 견딤뿐인 것임을 처참하리만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늘로 부터 내리워진 소리 씨앗을 하사 받았으매 하늘 사랑의 심요함을 유실치 않으리라. 일상에 노출되어있는 시간과 별리를 이루어내며 미묘한 청력의 힘이 공명으로 진폭되고 미스터리한 전달의 통로로 수신되는 기이한 현상을 은밀히 누려보리라. 볼 수 있다는 것, 들을 수 있다는 것,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눈물나는 은혜이다. 하지만 시력이 떨어지고, 청력이 떨어지고, 말씨가 어눌해 지더라도 마음의 시력, 마음의 청력, 마음의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큰 은혜는 없으리라. 절제된 소리의 특유 감각을 느끼며 온전히 몸을 내맡기는 사람들이 예술을 일구어내는 사람들이다. 몰입을 위한 공교한 길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의 첩경으로 시도되고 있으니까. 보고 듣고 말할 수 있음을 창조주의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황홀한 기쁨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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