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Ⅰ한국 38 년(48)
훈련소와 군의 학교
'달빛어린 생신' 이란 극본을 직접 쓴 다음 소질이 있고 끼가 있어 보이는 훈련병들을 차출해 연극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차출된 훈련병들은 연극 연습을 하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져 신들이 났다. 중대장은 정기 육사 1기생답게 훈련병들에 대한 정신교육과 문화 예술에 대한 차원이 다른 훈련 방법을 시도하면서 타 중대장들에게 자랑하고 과시하며 평가받기 위해 연극을 선택했다. 연극은 야외 교육장에서 공연을 했고 관객은 중대 훈련병 전원과 육사 동기 중대장들 이었다. 의상도 조명도 효과 음악도 없었지만 군인들은 숨을 죽이고 관극했다. 중대장은 만족해 했고 급조된 연극 이었지만 나는 가슴이 벅차고 희열이 넘쳤다.
여하튼 나는 운이 좋은 놈이다. 내가 입대 하기전 논산 훈련소는 돈산 훈련소라고 이름이 난 별난 곳이였다. 그 만큼 돈과 빽이 판치는 혼란스러운 곳이었다. 여론 악화로 군 당국은 육사 1 기생들을 훈련소 중대장으로 교체해 군기정화를 시작했으나 하루 아침에 개선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훈련소는 물이 부족해 땀과 먼지가 덮인 손,발을 씻을 수도 없고 밤이면 빈대 때문에 비상을 걸고 토벌 작전을 실시했다. 불을 켜면 마루 바닥에 빈대들이 난리를 피며 나무틈 사이로 숨는다. 그것을 잡기 위해 물을 끓여다 붓고 DDT 도 뿌려 보지만 빈대 소탕은 불가능 하다. 훈련소 밖에는 훈련병 상대로 한 상행위가 치열해 훈련병들이 행군을 하면 상인들이 줄줄이 따라 붙는다. 그들을 이동 주보라고 부르는데 젊은 여자들로부터 아주머니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보통 극성이 아니다. 군인들이 용변을 보는 앞에까지 와 물건을 강매하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자유당 시절 가난이 만들어 낸 생존경쟁의 현장 이었지만 무엇보다 부패한 정부와 사회의 무질서가 원인 이었고 위정자들의 무능 때문이었다. 8 주간 기초 훈련을 끝낸 후 군 배출대로 가게 됐는데 그곳은 훈련이 끝난 군인들이 병과에 따라 대기하는 군 임시 정거장인데 마치 꽁나물 시루같이 군인들이 차고 넘치는 곳이라 혼잡하기가 이를데가 없다. 각 지역 출신 군인들의 특성과 언어와 성격 때문에 혼란스럽고 또 배출대는 물 사정이 최악이라 세수조차 할 수가 없다. 심지어 식기를 닦을 물이 없어 식기를 들고 줄을 서서 배식(밥과국을 한 그릇에 주는 짬봉)을 받아먹고 나면 그 그릇을 기다리고 있는 군인들이 차례로 받아 가지고 다시 배식을 받아 먹는다. 그렇게 삼시 세끼를 그릇을 닦지도 않고 먹어야 한다. 60대 이하나 요즘 젊은이들은 상상도 못할 대한만국의 과거사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그런 촤악의 비위생적인 상황과 생활에도 단 한사람도 식중독이나 중병이 걸리는 사고가 발생치 않았다는 기적 같은 사실이다. 의무 병과인 나는 일주일 후 대기하고 있던 위생병 60명과 함께 조교의 인솔 하에 마산 군의 학교로 향했다. 마산 군의학교는 36 육군 병원이 있는 가포 해수욕장에 있었다. 2개 구대 ( 소대 ) 의무병들이 8주간 교육을 받는 곳으로 2 개월에 한번씩 2개부대 60명이 교육을 끝내고 전,후방 의무대와 군병원으로 전출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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