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환<아틀란타 한인교회 담임목사>
사람이 귀한 줄 모르는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미 자기의 소유가 된 것입니다. 아무리 동경하던 것이라고 해도, 일단 자신의 수중에 들어오면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습니다. 소유물이든, 집이든, 사람이든, 꿈꾸던 것이었는데 내 것이 되는 순간부터 금방 실증을 느낍니다.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예쁜 옷, 처음에는 중요한 자리에 나갈 때만 간간히 입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설거지할 때 입든지, 아니면 몇 년 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의류 수거함에 기부합니다. 생애 처음으로 구입한 소중한 '내 집', 매일 쓸고 닦으면서 행복해 합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형편없는 집이라고 불평을 쏟아 냅니다. 실증이 난 것입니다. 연애 시절에는 손만 다아도 이만 오천 볼트의 강력한 전기가 흐르던 아내였는데 내 것이 되자 얼음장처럼 냉랭하기 그지없습니다. 결혼 전에는 모든 남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름다운 아내였는데, 내 것이 되자 무덤덤해져서 그 귀한 아내를 뒤로하고, 형편없이 못난 여자를 만나 남몰래 외도를 저지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멋진 것보다 남이 가지고 있는 형편없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자기의 것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본능적인 욕심 때문입니다.
둘째로, 사람은 오래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손 때 묻은 옛 것 보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합니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일단 그것만 바라봅니다. 하루 온 종일 자신의 손바닥에서 놀던 정든 휴대폰이었는데 새로운 신종 모델이 출시되면 매몰차게 새 것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사람들의 그런 마음 때문에 이 시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집집마다 아직 쓸 만한데 버려진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멀쩡한데 쓰지 않는 전기 제품들,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 신지 않는 신발들, 그리고 장식품 역할 밖에는 하지 못하는 너무도 많은 물건들이 그 존재감을 잃어버린 채 집 안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이 시대는 그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꿈의 대상인 물건들이 우리에게는 고리타분한 폐물로 둔갑해서 눈이 닿는 곳마다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로, 사람은 자기 가까이에 있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항상 멀리 있는 것만 동경합니다. 멀리 있는 스위스의 레만호수, 캘리포니아의 그랜드 캐년, 사우스 다코다의 러쉬 모아 산을 깎아 만든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조각상 등등은 반드시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곳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이곳 조지아에 있는 한 개의 돌로 된 명산 '스톤 마운틴'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미국의 사람들이 가을철에 가고 싶은 곳, 최우선 순위로 손꼽는 '스모키 마운틴'도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아틀랜타 조지아에는 뭐가 유명합니까?” 질문을 하면, “하나도 볼 것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젖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항상 미국산 화장품과 캘리포니아 오렌지, 플로리다 자몽을 찾다가, 정작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는 제주도 감귤과 울릉도 오징어만 고집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멀리 있는 막연한 것만 동경합니다.
가난은 '없는 것'이 아니라, '귀한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그 옛날 없던 시절에도 우리는 넉넉하고 훈훈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형제들이 옷을 대물림 해서 입기도 하고, 신문지를 잘라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씹던 껌을 벽에 수도없이 붙였다가 떼었다를 반복하면서 껌이 삭아 없어질 때까지 씹는 궁핍함이 있었지만, 언제나 그 시절에는 기쁨과 감사가 있었고, 그리운 추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 때는 모든 것이 귀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귀했고, 가족들이 귀했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귀했습니다. 먹거리가 귀했고, 작은 것 하나 하나가 다 소중했습니다. 그래서 그 때는 보잘 것 없는 것 하나에도 쉽게 감동하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진정한 가난은 없는 것이 아니라, 귀한 것을 귀한 줄 모르는 것입니다. 감사의 계절 11월이 되었습니다. 감사의 조건을 하나 더 챙기려고 애쓰는 달이 되기 보다는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깊이 돌아보고, 회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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