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째 정물처럼 정지된 마음을 회복하고자 나섰다.
이럴땐 사람의 훈기가 특효다. 물건과 사람들이 활기를 만드는 마트나 식사시간에 딱 맞춘 식당이나 이른 아침의 커피숍이 제격이다.
이 순간 누가 내 등을 탁 치며 이름을 불러주면 얼마나 반가울까? 의외성이 주는 우연에 무턱대고 기쁠것이다.
아마 까마득히 잃어버린 소중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대상이면 더욱 감동스러울 것이다.
처음에는 누구지? 기억의 단서를 더듬다가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과 목소리, 이윽고 생각나는 맴도는 이름 하나...
이런 과정을 거치며 찾아 온 우연은 구태어 상대에 대한 나의 기억의 용량이 많지 않아도 좋다. 대부분 이런 경우 상대의 기억으로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의도 되지않은 기억이 복원되고 가버린 시간에 활력을 더하는 건 얼마나 신비로운 체험인가!
기억이란게 얼마나개별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확인하면서 말이다.
이 우연의 만남은 대부분 일회성으로 끝나기 쉽상이다. 왜냐하면 만남은 간절함의 무게보다 습관의 빈도에 따르기 때문이다.
우연이 인연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무니까...
그렇다하더라도 어느순간 함께 했던 시점을 더듬으며 내 빈약한 기억의 공간이 채워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거기다가 그 모든 것이 우연으로 가능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