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수필] 내 곁을 지켜준 정직한 진심에 대하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6-03-16 09:22:32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내 곁을 지켜준 정직한 진심에 대하여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기회주의라는 단어는 참으로 묘한 이중성을 지닌다. 이익을 찾아내는 영리함이라는 찬사와, 원칙 없이 이익만 쫓는 비열함이라는 비판이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다. 어제는 진보를 외치다 오늘은 보수의 깃발을 들고, 전통을 말하던 입으로 혁신의 선봉에 서는 정치적 세계에만 기회주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 안에서도 기회주의는 아주 노골적인 얼굴로 고개를 들이민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가까운 사람이라고 믿었건만, 어느 순간 그 관계가 철저히 ‘이익’이라는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명백한 기회주의 행위다. 그들은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어수룩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느라 약속을 번복하고 상황을 주무르는 데 능숙하다. 특히 매달 정해진 시간에 모이는 정기적인 약속은 그 사람의 인간관계 철학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험대다. 모두가 생업의 분주함을 쪼개고 개인의 피로를 눌러가며 한자리에 모일 때, 명분 없는 선약을 핑계로 자리를 비우는 이들. 그들의 ‘선약’은 과연 실재하는 물리적 시간일까, 아니면 치밀하게 계산된 도피일까?

기회주의자들에게 정기적인 모임은 일종의 안전장치, 즉 더 매력적인 제안이 없을 때를 대비해 예약해둔 배수진인 셈이다. 이들은 모임 날짜가 다가올수록 레이더를 바짝 세운다. 그러다 더 큰 이익이 생길 법한 비즈니스 미팅이나 더 자극적인 재미를 줄 만한 제안이 포착되면 가차 없이 기존의 미팅을 폐기한다. 일단 두 가지 약속을 다 잡아놓고 끝까지 간을 보다가, 자신에게 더 유리한 쪽으로 몸을 트는 식이다. 

인간관계를 농사가 아닌 사냥으로 대하는 이들은 늘 허기지다. 눈앞의 먹잇감을 쫓아 화살을 겨누는 사냥꾼처럼, 그들은 더 큰 이득을 얻는 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눈을 돌린다. 하지만 단체를 이끌다 보면 내 마음을 가장 깊이 울리는 이들은 따로 있다. 화려한 언변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사냥꾼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주는 농사꾼 같은 사람들이다.

기회주의자들이 저울질하며 계산기를 두드릴 때, 이들은 '모임'이라는 약속 그 자체의 무게를 온몸으로 지탱한다. 이들의 성실함은 결코 한가해서가 아니다. 단체를 향한 애정과 운영하는 이에 대한 존중, 그리고 자신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려는 고결한 인품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리더의 입장에서 이런 멤버들은 마치 폭풍우 속의 닻과 같다. 그들은 모임의 주인공이 되레 욕심내지 않으면서도, 공동체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게 한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라는 짧은 인사 속에 담긴 신뢰는 그 어떤 격려의 말보다 강렬하다. 미팅 날짜가 다가오면 당연히 일정을 비우고,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자리를 채우는 이들. 단체를 운영하며 겪은 숱한 일들 속에서 그들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리더로서 느끼는 가장 큰 위안이자 고마움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미팅의 머릿수를 채워준 것이 아니라, 이 모임이 존재해야 할 명분과 리더의 자존감을 온몸으로 지탱해주었다.

리더로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철학은 바로 이 ‘농사꾼의 마음’이 가진 위대함이다. 사냥꾼들이 더 큰 먹잇감의 기회를 찾아 떠날 때, 사시사철 묵묵히 토지를 일구고 지키는 농사꾼 같은 분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리더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내게 화려한 성취보다 중요한 것은 변치 않는 마음이며, 영리한 선택보다 고귀한 것은 정직한 약속의 이행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결국 단체를 끝까지 살아가게 하는 힘은 미련해 보일 정도로 자리를 지키는 이들의 '정직한 발걸음'에서 나온다. 그 귀중한 마음들을 떠올리면, 기회주의적인 이들이 남기고 간 빈자리 따위는 금세 잊히고 만다.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은 단체를 이용하려는 자들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서 묵묵히 온기를 나누고 있는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 고마운 얼굴들이야말로 내가 이 단체를 이끌어가는 진정한 이유이자 최고의 보상이다.

우리의 자리를 지키는 그 평범하고도 위대한 힘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따뜻하게 지탱할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나는 사냥꾼의 숲을 지나, 농사꾼의 정직한 대지 위에 서서 다짐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비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닻이 되기를.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2026년 미국 체류신분, 가장 위험한 착각 5가지

[행복한 아침]  세월 속의 아버지 길

김 정자(시인 수필가)   아버지날을 맞게되면 단단하게 뿌리 내린 아름드리 나무같은 심상으로 떠오른다. 내 아버지께서 떠나신지 반세기를 훌쩍 넘어섰지만 지금껏 내 생애 속에 깃들어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1)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1)

당신의 쇼셜시큐리티는 안전한가?2026 감사보고서가 밝힌 사기와 낭비,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안전망 천경태 (금융전문가)공식 발표일: 2026년 5월 (자료 출처: SS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한때 자유와 번영의 중심이었던 이민자 삶의 터전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가혹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희망찬

[신앙칼럼] 아직도 기회는 있다(There Is Still Opportunity, 이사야Isaiah 26: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장군은 한국전쟁의 절체절명(絶體絶命, Desperate Crisis)의 위기 속

[내 마음의 시] 오늘은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오늘도길을 걸어도길이 없는 길을 걷는다 풍요로운 세상에사람만 길을 잃었다무엇을 찿아서섧은 눈망울들가슴을 잃었다 홀로 서성인다삶을 살아도마음은 허공

[삶과 생각] 국치의 날 6.25 76주년
[삶과 생각] 국치의 날 6.25 76주년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북한 김일성과 러시아 스탈린과 중국의 모택동 등 붉은 곰 3마리가 작당을 해 침략을 한 것이 6.25 남침인데 어느덧 76년이란 세월이

[수필] 마음의 사슬
[수필] 마음의 사슬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은퇴 후 일상을 위해 세웠던 계획이 우연한 기회에 바뀌었다. 여유롭게 쉬면서 여행이나 다니려던 계획에서 내가 가진 작은 재능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모든  자연재해는 주택보험으로 보상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모든  자연재해는 주택보험으로 보상될까?

[법률칼럼] 이제는‘서류’보다 ‘기록’이 먼저 심사된다

케빈 김 법무사 2026년 현재 미국 이민 심사 흐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디지털 기록 확인’이다. 과거에는 신청서와 재정 서류, 인터뷰 답변이 핵심이었다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