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버스를 탔다. 종점에서 종점까지. 도중하차를 하지않고 무한궤도 속으로 유한한 여행을 한 셈이다. 티켓 한 장으로 종일 버스를 타고 다녀도 내리라는 말을 듣지않아도 되는 노선이란다. 노선 안내표에 표기된 정유장을 확인해가며 느긋한 여유를 즐겨볼 심산으로 낯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생각외로 실내는 깨끗했고 고적하기 까지한 분위기였다. 여러 민족 군상을 태우고 내리며 버스는 흘러가듯 길을 누빈다 때론 속도감을 느낄 만큼 달리기도 하고 출렁이기도 하면서 뛰노는 하동처럼 즐겁게 달린다. 출발했던 정유장에 도착하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쩌면 생이란 멋진 유화 한점을 그려내고 하차하는 것이란 생각이 스민다. 돌아와서도 버스를 탄 것 같은 울렁임이 계속된다. 버스에서 하차하지 않고 계속 앉아있어도 승객들의 승하차는 계속되듯 어쩌면 스스로 만든 공간과 시간의 굴레에서 챗바퀴 돌 듯 스스로에 예속 된 채 무한히 돌고 돌며 생을 누비고 온것은 아니었을까. 생경스런 낯선 공간에서 생을, 나를 보게되다니. 몸 담고있는 어느 곳이든 공간 속에서의 효용성은 무한 함수를 품고있다.
세상살이에서 숱한 공간들을 만나게 되지만 가장 유습한 공간은 즐거운 나의 집인 것 같다. 편안하고 언제나 포근한 엄마 품 같은, 고단한 육신을 뉘일 수 있는, 가장 많은 교감을 나누었고, 때론 자신을 혜견할 수 있는, 가끔은 스스로 연금 당하듯 방콕을 무기한 자행해도 지청구 받지 않아도 되는, 아찔할 만큼의 자유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세상 모든 위험으로 부터 지켜주는 행복공간이 유일하게 존재하기에 깊은 감사가 우러난다. 책상이 있고 책꽂이와 타원형 식탁이 있고, 창가엔 옹기종기 화초들이 모여있고, 편안한 쇼파가 놓여있는 단출하기 그지없는 낯익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반겨주는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다. 예측 가능한 알찬 정보를 전달받고 공유하며, 세상에서 얻은 상처를 가장 명확한 처방으로 제공 받으며 치유받을 수 있는, 소모된 열정을 충전 받을 수 있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이다. 이른 새벽 노을이 황홀하게 펼쳐지는 창을 갖고 있는 공간을 통해 이글거리는 한낮 햇살이 자칫 느슨해버리려는 일상을 이어주는 이음줄을 긴장시키며 당김줄이 되어주기도 한다. 하루를 다한 해넘이 석양이 남겨주는 여운으로 삶을 돌아보게 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든다.
고층에서 내려다보이는 거리풍경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무리의 표정들이 보이는 듯도 하다. 낯선 사람끼리 외롭지 않다는 듯, 혼자가 아니란 듯, 어깨를 겨누며 건널목을 건너고 있는 모습들로 마음이 적셔지기도 한다. 충만한 햇살이 거리를 누비고 다니며 삶에 충만하라는 메시지를 거리며 골목이며 빛부심을 뿌리고 다닌다. 때론 순간으로 텅 비어버린 아무도 없는 거리를 내려다 보며 도시에 쏟아지고 있는 빛살의 다정이 삶의 궤적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롭다. 산책길의 도시는 평면 공간이었는데 창가에서 내려다 본 도시 정경은 내가 걸었던 길인가 싶기도 하다. 입체 공간의 효용함수의 호소도 들어주어야할 것 같다. 도시의 표징처럼 빌딩들이 빼곡히 공간을 메우고있지만 도시는 쉴곳이 없다는 공간의 심미적 전개도 탐미 해보고 싶다. 공간 효용 함수는 일상도 우주도 감성도 예술성 까지도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잠에서 막 깨어났을 때, 긴 하루를 보내고 느지막한 귀가를 했을 때,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공간의 융합과 상상력은 불가해하도록 진화하고 있었던 것 같이 잠깐이긴하지만 뜻밖의 낯섦을 경험하게 된다. 쉼없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었구나 하는 연민이 살포시 느껴지기도 한다. 나를 품어주는 공간이기에 그 정도의 요구는 충분한 사랑표현이라 믿고 싶다. 이렇듯 살아가는 성찰을 공간과의 어우러짐으로 도모하면서 실로 소박하고 협소한 공간의 효율성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무한 자유를 허락받으며 숱한 해프닝과 에피소드를 남발하는 것 같지만 익숙한 내음과 여전히 제자리에 있어주는 가구들의 여전한 표정들이 노련한 안식을 베풀어주고 있다. 유일하고 친숙한 공간 효능을 고이 사리며 예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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