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라 (사랑의 어머니회 수필교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는 늘 설렘이 가득한 날이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대하며 친구와 만나기로 했던 날, 친구는 약속 장소에 뜻밖의 사람을 내보냈다. 그 날이 남편과의 첫 대면이었다. 그렇게 만나서 우리는 결혼을 했고, 두 아이가 태어났다. 세월이 지나 결혼 25주년이 되는 해 크리스마스에는 은혼식을 멋지게 갖자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8년 전 결혼 24년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던 아침, 은혼식을 치르자던 약속을 일 년 남겨두고 남편은 하늘나라로 떠났다. 3년 6개월간의 암 투병 중에도 늘 "걱정하지 마, 나 일어날 거야"라는 남편의 말을 굳게 믿고 안심하고 있던 나는 그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
의사는 호스피스 병동을 권유했지만, 남편은 생의 마지막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겠다고 했다. 떠나던 날, 남편은 깊은 눈빛으로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 나 이제 쉬고 싶어" 라고 읊조렸다. 마주 보던 남편의 눈이 감기고 숨이 멎었을 때, 나는 2층 큰아들 방으로 다급하게 올라갔다. "아빠가... 아빠가..." 끝내 뒷말을 잇지 못한 채 아들을 붙들고 주저앉아 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남편은 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다. 내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면 늘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든든한 지지자였다.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는 부족한 자신을 만나 결혼하고 두 아들을 낳아주어 고맙다는 진심 어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약속에 철저했고, 시계바늘처럼 신용을 지키며 성실하게 일했다. 그러면서도 주말이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예배 때는 힘차게 찬양하던 그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를 보내고 두 사람이 하던 일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힘겨운 시간 속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스스로 다독였지만 내 인생의 시간은 그날 멈춘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걸어온 8년의 세월 속에 큰아들은 대학을 졸업했고 둘째는 2학년이 되었다. 혼자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막막했는 데, 오히려 그 아이들 때문에 나는 버틸 수 있었다. 장례 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일상으로 돌아와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두 아들 덕분이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고마운 인연이 손을 내밀어 주었다. 유치원에서 함께 일했던 선생님이 스키장에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슈가 마운틴 스키장에 우리를 포함한 네 가족이 함께 캐빈에 머물렀다. 애틀랜타에서는 보기 힘든 눈을 보며, 커피 한 잔과 함께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날 처음 스키를 배운 아들이 스키장 높은 곳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환히 웃는 얼굴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빠 없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때면 쓸쓸했던 나 역시 행복감을 느꼈다. 그 후로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스키장을 찾곤 했다.
힘들 때 누군가 곁에서 지켜주고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늘 함께 해주었던 선생님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순간순간 힘겨울 때마다 주님은 늘 함께하셨고, 사람을 통해 위로를 주셨다. 주위에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되새겨본다.
이제는 나도 아이들도 멈춰 섰던 크리스마스의 기억은 접어두고, 사랑이 흐르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2026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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