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수필] 후회마저 우아하게, Good Goodbye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2-22 10:22:51

수필, 김미경, 사랑의어머니회수필교실, Good Goodbye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미경 (사랑의 어머니회 수필교실)

 

지난 청룡 영화제 시상식 무대에서 화사가 ‘Good Goodbye’를 부르는 장면을 보았다. 난생 처음 음원을 찾아 수 십 번 반복해 들었다. ‘Good Goodbye’ 좋은 안녕이라는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기사 중 “안녕은 우릴 아프게 하지만 우아할거야. 땅을치고 후회해도 좋아. 우리 이렇게 Goodbye”라는 소절이 마음 깊숙이 파고 들었다. ‘땅을 치고 후회해도 좋아’ 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아주 좋은 것을 놓치게 되면 정말 후회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나는 나쁜 것을 놓는 데도 후회했었다. 버리지 못한 나의 지난 30년이었다. 결혼하고 낯선 이민생활이 시작되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도 힘들었지만, 한국에서의 학력과 경력은 헌신짝이 되어버렸다. 친정식구 하나 없는 타지에서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미국에 오자마자 세탁소를 시작으로 빌딩 청소든 힘든 일들을 가리지 않았다. 생활능력이 없던 남편의 몫까지 감당해도 시집식구들의 비난은 나에게 쏟아졌다. 딸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남편 때문에, 두 딸이 태어난 후에는 자식을 위한 희생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고생을 모르고 살았었기에 남몰래 참 많이도 울었다.

그러던 중 내 몸에 암이 생겼다. 초등학생인 두 딸이 눈에 밟혔다. 한창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였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을 멀리했다. 아빠와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마치 죽은 듯 살았다. 남편은 수술 후 퇴원하는 날 병원에왔고, 암 진단부터 치료가 끝날 때 까지 한번의 위로나 동행도 없었다. 오히려 재수없다며 타박했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다. 5 년 내에 죽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내 존재를 스스로 지우면서 세상과 멀어지고 있었다. 

혼이 빠져 버린 삶이었다. 작은 딸이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폭력적인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후회가 걷잡을 수없이 밀려왔다. 젊은 시절 열정 가득했던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늙고 지친 몸만 남아 있었다. 젊은시절로 되돌아 갈수도,그렇다고 해서 이 상태로 삶을 이어갈 자신도 없었다. 암담한 현실 앞에 몇 년간 우울증의 긴 터널을 힘들게 지나야했다. 그러고 나니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했던 것, 하고 싶었던 것, 잘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화사의 노래 가사처럼 “안녕은 우릴 아프게 하지만 우아할 거야”라고 되뇌었다. 아팠던 30년 세월과 이별하고, 아이들은 직장 찾아 떠나고 지금 내 곁엔 오직 나만 남았다. 우아하게 늙고 싶은데, 이 나이에 우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대학에서 전공한 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했다. 이민 올 때 아끼던 붓 한 자루를 가져와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었다. 오랜 세월 묵히다보니, 붓털에 좀이 슬어 부스러져 있었다.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할 때 스치는 풍경을 보면서 마음에다 그림을 담는다. 그리곤 나만의 공간인 내 집에서 붓을 들어 화폭에 그림을 그린다.

“GoodGoodbye”의 노랫말이 그렇게 가슴에 파고든 까닭은 후회스러운 지난 시간과 이별하고 찾은 행복 때문인 듯하다. 땅을 치고 후회할 만큼 아픈 과거였지만, 안녕은 나를 우아하게 만들었다. 다시 붓을 잡기가 두렵고 망설여졌지만, 그림을 그리려는 마음은 나를 지탱해주었다. 이제 나는 이민 와서 걸어보지 못한 길 위에 서있다. 지나간 아픔도, 후회조차도 우아하게 Good Goodbye.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공화당 내부에서도 커지는 ‘장기 체류 이민자 해법’ 논의, 미국 이민정책의 새로운 변수

케빈 김 법무사 2026년 미국 이민정책은 여전히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불법체류 단속은 확대되고 있으며, 신속추방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취업비자와 영주권 심사 역시 이전보

[박영권의 CPA코너] 인공지능(AI) 시대, 회계와 세금 업무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박영권의 CPA코너] 인공지능(AI) 시대, 회계와 세금 업무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AI는 이제 우리 일상과 업무 전반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학생들은 학습과 과제 수행에 AI를 활용하고, 직장인은 이메일과 문서 작성에 도움을

[행복한 아침]  아침은 늘 아침이 되어 돌아온다

김 정자(시인 수필가)   실내 어디든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는 더위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상은 궂은 일기 속에서도 월드컵 행사를 치르고 있고, 하늘은 흐림과 푸르름을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4)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4)

종이 수표 시대가 끝나고 있습니다쇼셜시큐리티 전자 지급 전환, 지금 확인해야 할 일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6월 2일 - 자료 출처: Social Secu

[신앙칼럼] 귀하고 견고한 기촛돌 (A Precious Cornerstone, 이사야Isaiah 28:16)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현하, 수많은 이들이 하나님 나라를 사모한다고 말하지만, 이 땅 위에 정작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사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매우

[내 마음의 시] 오늘밤의 이야기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솔숲에 앉아서 솔 바람 소리 풀벌래 소라바람이 흔들고 간 소리없는 소리 천인무성 ㅡ세상에  소음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그들이 만든 소음이 소음임을

[수필] 속도 제로의 발견
[수필] 속도 제로의 발견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살다 보면 삶의 속도가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질 때가 있다. 최근의 내 일상이 그랬다. 시간절약을 위해 촘촘히 짜놓은 스케줄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은 왜 집값이 아니라 ‘재건축 비용’으로 가입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은 왜 집값이 아니라 ‘재건축 비용’으로 가입할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사람들은 흔히 “새로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있는 것을 뜯어고치는 일이 더 어렵고 비용도 더 많이 드는 경우가 많다. 오래된 건물

[애틀랜타 칼럼] 진정한 관심을

이용희 목사 기원 전 10년 로마의 시인 피브릴리우스 시루스는 이렇게 노래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늘 자기 자신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이 말은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법률칼럼] 7월 10일부터 시행되는 USCIS의 신청서 형식 심사 강화, 작은 실수가 신청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