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수필] 후회마저 우아하게, Good Goodbye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2-22 10:22:51

수필, 김미경, 사랑의어머니회수필교실, Good Goodbye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미경 (사랑의 어머니회 수필교실)

 

지난 청룡 영화제 시상식 무대에서 화사가 ‘Good Goodbye’를 부르는 장면을 보았다. 난생 처음 음원을 찾아 수 십 번 반복해 들었다. ‘Good Goodbye’ 좋은 안녕이라는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기사 중 “안녕은 우릴 아프게 하지만 우아할거야. 땅을치고 후회해도 좋아. 우리 이렇게 Goodbye”라는 소절이 마음 깊숙이 파고 들었다. ‘땅을 치고 후회해도 좋아’ 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아주 좋은 것을 놓치게 되면 정말 후회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나는 나쁜 것을 놓는 데도 후회했었다. 버리지 못한 나의 지난 30년이었다. 결혼하고 낯선 이민생활이 시작되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도 힘들었지만, 한국에서의 학력과 경력은 헌신짝이 되어버렸다. 친정식구 하나 없는 타지에서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미국에 오자마자 세탁소를 시작으로 빌딩 청소든 힘든 일들을 가리지 않았다. 생활능력이 없던 남편의 몫까지 감당해도 시집식구들의 비난은 나에게 쏟아졌다. 딸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남편 때문에, 두 딸이 태어난 후에는 자식을 위한 희생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고생을 모르고 살았었기에 남몰래 참 많이도 울었다.

그러던 중 내 몸에 암이 생겼다. 초등학생인 두 딸이 눈에 밟혔다. 한창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였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을 멀리했다. 아빠와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마치 죽은 듯 살았다. 남편은 수술 후 퇴원하는 날 병원에왔고, 암 진단부터 치료가 끝날 때 까지 한번의 위로나 동행도 없었다. 오히려 재수없다며 타박했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다. 5 년 내에 죽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내 존재를 스스로 지우면서 세상과 멀어지고 있었다. 

혼이 빠져 버린 삶이었다. 작은 딸이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폭력적인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후회가 걷잡을 수없이 밀려왔다. 젊은 시절 열정 가득했던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늙고 지친 몸만 남아 있었다. 젊은시절로 되돌아 갈수도,그렇다고 해서 이 상태로 삶을 이어갈 자신도 없었다. 암담한 현실 앞에 몇 년간 우울증의 긴 터널을 힘들게 지나야했다. 그러고 나니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했던 것, 하고 싶었던 것, 잘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화사의 노래 가사처럼 “안녕은 우릴 아프게 하지만 우아할 거야”라고 되뇌었다. 아팠던 30년 세월과 이별하고, 아이들은 직장 찾아 떠나고 지금 내 곁엔 오직 나만 남았다. 우아하게 늙고 싶은데, 이 나이에 우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대학에서 전공한 그림을 다시 그리기로 했다. 이민 올 때 아끼던 붓 한 자루를 가져와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었다. 오랜 세월 묵히다보니, 붓털에 좀이 슬어 부스러져 있었다.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할 때 스치는 풍경을 보면서 마음에다 그림을 담는다. 그리곤 나만의 공간인 내 집에서 붓을 들어 화폭에 그림을 그린다.

“GoodGoodbye”의 노랫말이 그렇게 가슴에 파고든 까닭은 후회스러운 지난 시간과 이별하고 찾은 행복 때문인 듯하다. 땅을 치고 후회할 만큼 아픈 과거였지만, 안녕은 나를 우아하게 만들었다. 다시 붓을 잡기가 두렵고 망설여졌지만, 그림을 그리려는 마음은 나를 지탱해주었다. 이제 나는 이민 와서 걸어보지 못한 길 위에 서있다. 지나간 아픔도, 후회조차도 우아하게 Good Goodbye.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II

김 정자(시인 수필가)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시몬은 믿음직한 조수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부인이 두 아이를 데리고 가게를 찾아왔다. 아이들 중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건전한 의식과 정체성의 확립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건전한 의식과 정체성의 확립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건전한 의식과 정체성의 확립이라는 명제가 사변(수사학)적인 표현으로 들릴 수 있겠지 싶다.삶의 평범한 일상성은 고유한 사유체계의 건전한 의식과

[신앙칼럼] 하나님의 모략의 동참자들(The Identity Of The Participants In God's Conspiracy, 출애굽기Exodus 19:6)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헨리 나우웬은 채워지지 않는 “갈망의 공간(The Empty Space)”의 원인의 최전선에 있는 것은 소위 “결핍중심”에서 온 것이라

[특별기고] "조지아의 안전을 위한 'Fight Back on ICE' 법안을 지지한다.“
[특별기고] "조지아의 안전을 위한 'Fight Back on ICE' 법안을 지지한다.“

미쉘 강(조지아 민주당 하원99 지역구 후보) "ICE 로 인한 비극, 멈춰야 한다"지난 토요일 아침, 우리는 차마 믿기 힘든 비극을 목격했다. 미니애폴리스 보훈병원(VA)에서 환

[삶과 생각] 동남부 한인 상공인 연합회 출범
[삶과 생각] 동남부 한인 상공인 연합회 출범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미주 상공인 총연합회(회장 황병구) 산하 동남부 6개주 한인 상공인 연합회가 출범해 힘찬 항해를 시작했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동남부

[추억의 아름다운 시] 광인의 태양

이육사  분명 라이풀 선(線)을 튕겨서 올라그냥 화화(火華)처럼 살아서 곱고오랜 나달 연초(煙硝)에 끄스른얼굴을 가리션 슬픈 공작선(孔雀扇)거칠은 해협(海峽)마다 흘긴 눈초리항상

[수필] 잠시, 멈춤
[수필] 잠시, 멈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갑자기 찾아온 추위가 도시의 움직임을 얼려 버렸다. 창밖 풍경은 잿빛 하늘 아래 얼음 서리와 고드름뿐, 사람들은 저마다의 요새로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와 메디갭, 무엇이 더 좋은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와 메디갭, 무엇이 더 좋은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에 처음 가입하는 많은 분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메디케어 어드밴티지(Advantage, Part C)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메디갭(

[애틀랜타 칼럼] 질책을 하되 반발심이 없도록 하라

타인의 과오를 지적하기에 앞서 진심 어린 칭찬으로 상대의 마음을 여는 자세가 중요하다.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비서 관리법과 W. P. 고우의 자재 조달 성공 사례는 직접적인 항의보다 상대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더 강력한 설득의 도구가 됨을 보여준다. 진심이 통하면 어떤 어려운 협상도 유쾌하게 해결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내 마음의 시] 흰 눈, 그대여 White Snow, My dear
[내 마음의 시] 흰 눈, 그대여 White Snow, My dear

송원( 松 園 ) 박 항선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내가 충분한 세상과 시간을 갖고 있다면눈이여.. 이 순수한 천진함을 기뻐함이  죄가 되지 않으리 가만히 나가 어디부터 밟을까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