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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병역법 위반 고발로 여권이 막혔다, 그래도 현지에서 풀린 이유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2-18 10:24:52

법률칼럼,케빈 김 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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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김 법무사

 

“여권 연장만 하러 왔는데, 발급이 안 된다고요?”

 

미국 서부에 체류 중이던 30대 초반 A씨는 재외공관 창구에서 이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여권을 갱신하려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전산 조회 결과, 병역법 위반 관련 사안으로 여권 발급이 제한되어 있다는 안내가 돌아왔다.

 

A씨는 병역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해외 취업으로 이어졌고, 출국 당시에도 별다른 제지를 받은 기억이 없었다. 병무청에서 반복적인 통지를 받았다는 인식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병역 문제를 “나중에 한국에 가서 정리하면 되는 문제”로 여겨왔다.

 

하지만 병역의무와 여권은 생각보다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25세 이상 병역미필자는 병무청의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반한 상태로 장기 체류가 이어질 경우 병역법상 ‘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으로 고발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병무청이 위반 사실을 확인해 외교부에 통보하면, 여권 발급·재발급 제한이나 이미 발급된 여권의 효력 상실(반납명령) 같은 행정조치가 병행될 수 있다. 이 제재는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었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작동한다.

 

재외공관은 이 제도의 집행 창구에 가깝다. 개별 사안을 자체 판단해 여권 제한을 풀 수 있는 권한은 없고, 병무청·외교부 전산에 등록된 제한 여부에 따라 ‘발급 가능’ 또는 ‘불가’, 혹은 예외적 발급 가능성을 안내할 뿐이다. A씨가 받은 ‘불가’ 통보 역시 그 결과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여권이 없으면 체류국 비자 연장이 어렵고, 고용 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 한국에 들어가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변 조언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여권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귀국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담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병무청 기록상 A씨의 상태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었다. 확인 결과, A씨의 사안은 고의적 병역 기피로 확정된 단계가 아니라, 국외여행허가 절차 미이행이 문제 된 상태였다. 형사처벌이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

 

이 지점에서 대응 전략이 달라졌다. 전면적인 여권 발급을 전제로 움직이기보다, 체류 신분 유지를 위해 예외적 여권 발급 가능성을 검토했다. 여권법상 단수여권이나 목적·기간이 제한된 여권은 사안별 심사를 거쳐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이는 자동으로 주어지는 권리는 아니지만, 긴급한 체류 필요성이나 귀국·정리 목적이 소명될 경우 검토 대상이 된다.

 

A씨는 병역 이행 의지를 명확히 하면서, 향후 병역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문서로 제출했다. 단순한 사정 설명이 아니라, 일정·절차·책임 주체를 포함한 계획이었다. 그 결과 사건은 형사 처벌 중심이 아니라 행정적 정리 가능성을 중심으로 재검토되었고, 여권 제재 역시 사안에 맞게 조정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일정 기간 유효한 제한적 여권이 발급되면서, 그는 현지 체류를 유지한 채 문제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런 결과는 사안마다 다를 수 있다.

 

이 사례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많은 해외 체류 병역의무자들이 병역 문제를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 문제”로 오해한다. 그러나 병역법 위반의 가장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효과는 형벌보다 여권 행정 제재다. 여권이 막히는 순간, 해외 체류자는 법적으로 고립된다.

 

병역 문제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숨거나 미루는 선택은 결국 선택지를 줄일 뿐이다. 반대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대응하면 현지에서도 출구는 존재한다.

 

병역법 위반으로 여권이 막혔다면, 이미 문제는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해결 절차도 함께 시작된다. 그 차이는 ‘버티느냐’가 아니라, ‘제대로 대응하느냐’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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