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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2-15 10: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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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미용실에서 우연히 옆자리의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짧게 자른 은발 파마머리가 무척이나 매력적인 할머니였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튀어나왔다.

 

"어쩌면 그렇게 곱게 늙으셨어요. 젊으셨을 때는 정말 미인이셨지요?"

 

나름대로 최고의 찬사를 건넨 것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젊어서 예쁘면 뭐 해요. 지금 이 모습이 바로 나인데."

 

그분의 당당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매력적인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이미 지나가 버린 젊은 시절에 찬사를 보낸 것은 나의 실례였다. 나 역시 '젊음은 자랑해야 하고, 늙음은 추하니 감추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에 무의식적으로 젖어 있었던 탓일 게다.

 

나이가 들면 몸의 기능은 퇴화하고 변하기 마련이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종종 몸이 녹스는 것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려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늙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늙어가고 있음을 가장 선명하게 증명하는 일이다. 물론 세련된 외모를 지닌 노인을 보면 먼저 눈길이 간다. 그러나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노인을 만나면, 단순히 눈길이 머무는 것을 넘어 그 내면의 힘이 무엇인지 궁금해져 마음까지 뺏기게 된다.

 

인생은 편도 여행이다. 아무리 얼굴의 주름을 지우고 젊어 보이려 애써도 유턴은 불가능하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거울을 보면 자꾸만 늘어가는 주름살에 시선이 꽂힌다. 의학의 힘을 빌려 외모를 가꾼들 젊은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늙어가야 할까.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존재라,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에 대한 상상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삶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지우려 급급하지 않으면 좋겠다. 흐르는 시간에 나를 자유롭게 내맡길 수 있기를 바란다. 

 

우연히 도브(Dove) 사에서 제작한 '진정한 아름다움 스케치(Real Beauty Sketches)'라는 실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영상은 FBI 몽타주 전문가가 한 여성의 얼굴을 두 번 그리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첫 번째 그림은 참가자가 스스로 묘사하는 설명을 듣고 그렸고, 두 번째는 그 참가자를 본 타인이 표현한 내용을 듣고 그렸다. 완성된 두 장의 그림이 공개되자 그 여성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타인의 시선으로 묘사된 두 번째 그림이 본인이 생각하는 모습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행복하고, 밝아 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자신의 단점과 노화에 집중했지만, 남들은 그 사람의 전체적인 밝은 인상을 기억하고 있었다.

 

광고는 이런 문구로 끝을 맺는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이 메시지는 나 뿐 아니라 외모에 자신감을 잃는 노인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 같다. 늙었다는 생각, 혹은 변해버린 외모 때문에 우울해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이 영상을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용실에서 만난 그 은발의 할머니처럼, 거울 속 자신에게 당당하게 말해 주길 바란다. “지금의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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