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옥동
늙는다는 것 세월을 향한 약속입니다
약속의 층계를열심으로 오르내려
붉은 신호들 예서 제서번쩍이고
실핏줄 끝에서 신음하는 밤마다
청보리밭 이랑에 물결치던 어린 봄바람은
이마의 잔주름을 간지럼 핍니다
비탈에 선 나무들
푸른 열망을삭혀 핏빛으로 뱉어내는 가을 지나
엄동의 회초리 피 맺히는 살 밑에
순해지는 씨-눈, 눈 비비며 내일의 꽃잎에
색칠할 물감을 고르는 겨울이 있고
허술하게 늙는 것 아니라고
씨앗이 씨앗을 얻기까지 계절의 속살거림 모두 새겨
도드라진 상처로 단단한 껍질 때문에 그 약속 아름답고요
늙어 가는 일은 세월과 의약속입니다
어제와의 탯줄을 끊고 새것으로 태어나는
이 약속을 지키려 계속 몸살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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