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행복한 아침] 길치 생각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10-24 08:48:10

행복한 아침행복한아침, 시인, 수필가, 김정자,길치 생각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 정자(시인 수필가)

 

이 땅에 처음 발을 딛고 몇 해 동안은 길치라는 숨기고 싶은 장애가 쉬 들통나지 않았었다. 이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헤맴의 부대낌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에 다행히 가까운 지인들 조차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다. 길치 란 공간 지각능력이 낮은 발달장애 일종이란 설도 있듯 방향 감각 능력이 떨어진다. 이 길의 끝은 분명 생각했던 길과 만나지리라는 생각 과는 늘 어긋나기 마련인 애틀랜타 길은 마차가 다니던 길이 도로로 형성된 곳이 많아 따라 가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엉뚱한 곳을 만나기 십상이다. 다행히 작은 골목길 마저도 한 번 가본 곳이면 모두 입력되는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길 눈 밝은 우리집 할배 덕분에 아직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한 일은 거의 없었다. 길치 답게 꿈 속에서도 두 갈래 길을 만나게 되면 어느 한 길 만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안고 꿈에서 깨어나곤 한다. 깊음에 잠겨 있는 숲 길 찾기는 산이 너무 깊어 어느 길도 택하지 못하는 두려움이 앞섰고, 산은 높고 산봉우리를 거니는 한가한 구름이며 계곡을 굽이도는 물 소리 따라 바람은 숲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인적 없는 숲길을 어쩌자고 그렇게 버티고 서서 극적 아이러니를 연출하곤 했는지. 긴장으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는 나 몰라라 꿈길을 앞장섰던 누군가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꿈인가 보다 할 만큼 황망할 때가 잦았다.

오랫동안을 서서 지켜본 끝에 한 길을 따라 얼마간을 걷다가 구비 돌아야 하는 길목을 만나 면 가야 할 길이 너무 아득해 그냥 바라다 만 보고 있게 된다. 다음 날로 또 꿈은 이어지고 잠깐 걸었던 길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해 보기로 한 것은 어느 길이 더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 보다, 숲이 우거져 겨우 혼자 걸을만한 작은 오솔길엔 사람들이 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난 나머지 다음으로 미루기로 마음을 정하고 걸어 보았던 길을 다시 찾게 된다. 꿈 속에서도 길치 다운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느 길이든 함부로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란 예감 끝에 꿈길마저 어쩔 수 없음을 안내, 전달하는 앵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꿈에서 자주 만나지는 두 갈래 길을 한 번 정도는 꿈 속에서 다시 만나 질 것 같은 기우가 기웃거린다. 사람 흔적이 없는 길을 택하게 될까 아니면 조금은 넓어 보이는 숲 길을 택하게 될까, 일상 중 에서도 고심하는 길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꿈속 여행이 나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생각이 모아지고 어느 길을 택하든 길은 또 길을 만들고 길은 어느 길에서도 환희와 두려움과 실망을 안게 되리라는 결론 앞에 어느 길이든 한 길은 남겨 둘 수 밖에 없다는 어쩔 수 없는 꿈을 다시 각색해 보기도 한다. 선하고 복된 길을 염원하며 길을 택하게 되고 유익하지 않은 길은 미련 없이 버리며 최선의 선택이라 자부하며 쉼 없이 흘러왔던 것이 삶의 여정으로 남겨 졌다. 어느 길이든 마냥 편안 하기만 한 길이 있을까. 좁고 외로운 길에서는 인내와 절제를 만날 것이고, 넓고 평온한 길 에서는 새로운 삶을 모색할 수 있는 여유를 얻기도 하겠지만, 인생 노정에서도 길치 인생은 난항 행로일 수 밖에. 지도에서 길을 찾듯 인생길에선 정도 란 없는 것이라서 스스로 길을 만들며 살아왔다. 그 길이 근시안적 판단이었을 땐 다른 길로 접어들곤 했지만, 그 길마저 잘 못 들어선 것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린 경우도 있었다. 노정의 수고 로움을 덜어주는 지름길을 찾기 위해 인생들이 방황하고 고달프게 살아 가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울 것이라 예감했던 길에도 엉겅퀴, 돌 뿌리, 덤불을 만나는 터라 길치 다운 세상살이 장애 마저도 감사로 품으려 한다. 길을 헤매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행복을 얻기도 했기에 최소한의 머뭇거림만 허용하리라는 것이 길치 생각이다. 스스로를 길치 로 인식하고 있기에 다행히 대책 없는 길치까지는 아니라 지만 주변에 최소한의 민폐를 허용 받을 수 있음에도 감사하게 된다. 손 바닥에 침을 발라두고 손가락으로 툭 치면서 가야 할 길을 정하곤 했던 유년의 신작로에서 놀이가 아른거린다. 유년을 보낸 아날로그 시대 길 풍경이 사뭇 그립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칼럼]  여러분은 하나님을 만나 보셨나요

세상은 지금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도덕적 혼돈, 사회적 혼돈, 정치적 혼돈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고 근본적인 혼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란 무

[법률칼럼] 이민국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보완 기회’보다 중요한 첫 접수

케빈 김 법무사미국 이민제도의 분위기가 다시 한번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민 신청서에 서류가 부족하거나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추가서류요청(RFE)이나 거절의도통지(NOID

[행복한 아침] 여름 소식

김 정자(시인 수필가)   소나기가 내리려는 지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고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어느 새 주위가 어둑해 지고 섬광이 번쩍인다. 순간 격정적으로 쏟아지는 비가 폭우로 변한

[독자기고]  고 짐 레이니 대사님 영전에
[독자기고] 고 짐 레이니 대사님 영전에

고(故) 짐 레이니 대사 영전에. 전 에머리대 총장이자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짐 레이니 대사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박경자."해물 순두부 좋아해요." 정확한 한국말로 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한미 동(혈)맹의 중요성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한미 동(혈)맹의 중요성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헌법정신 위에 어떻게 세워졌는가? 8, 15 광복절 81주년 기념일을 맞아 우리는 이 진지한 물음 앞에서, 겸허해

[신앙칼럼] 가을의 향성, 투르게네프의 언덕 (The Tropism of Autumn : Turgenev's Hill, 마태복음 7:1~1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나는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 그때 세 소년 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언덕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황혼이 밀려들 뿐.”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9)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9)

2026 연방 보조금(SSI) 연례 보고서 발표와 취약계층 복지 시스템의 대대적 혁신 SSI 전담 개혁실 신설, 실시간 금융·소득 검증을 통한 오지급 방지와 수급자 보호 강화 천경

[추억의 아름다운 시] 승무(僧舞)

조지훈 / 시인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니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

[삶과 생각] 미국의 승리와 8.15 광복
[삶과 생각] 미국의 승리와 8.15 광복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오는 8월 15일은 광복 79주년이 되는 기념일이다. 79년간 광복절 기념행사를 해 온 것은 거룩하고도 감사한 민족 해방의 국경일이기

[수필] 삶의 축을 찾아가는 길
[수필] 삶의 축을 찾아가는 길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요즘 들어 지난날을 떠올리며 혼자 미소 짓는 일이 늘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 터다. 그래도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는 기억들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