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수필] 모르고 짓는 죄가 가장 큰 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7-07 11:20:49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모르고 짓는 죄가 가장 큰 죄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사건의 발단은 주차였다. 매주 화요일 아침 모임이 있는 장소에 도착해보니 파킹장이 텅 비어 있었다. 몇 주 전에 다친 무릎의 통증 때문에 뻗정다리 걸음으로 절룩거리는 상태라서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하기로 했다. 노약자 봉사자를 위해 발급받은 파란색 장애인 주차증을 유리창에 걸었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장애인 주차지역에 차를 세웠다. 

한동안 미팅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살며시 앞문이 열리더니 한국 여자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래층 장애인 주차 자리에 회색 차를 주차하신 분이 있으신 가요?” 

“네, 제 차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 데요. 왜요?”

장애인 전동휠체어를 내려야 하니 내 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부탁이었다. 내 무릎상태를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나 역시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며 훈수를 두었다. 분명히 장애인 주차증을 차 창 거울에 걸어 두어서 아무런 문제될 일이 없을 텐데, 무슨 일일까? 그래도 차 주인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무슨 사연이 있지 싶었다. 잠시 미팅을 멈추고 내려가겠다고 했다. 

차 키를 챙겨 들고 절룩거리며 내려가느라 시간이 몇 분 더 지체되었다. 계단에서 파킹장을 내려다보니 내 차 옆에 장애인용 벤 트럭이 서 있었다. 그 앞에서 한 여자가 화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분명히 장애인 주차증을 걸어놓고 주차를 했고, 주변에 주차공간이 많이 남아있는 데 왜 저럴까? 짜증 섞인 혼잣말로 계단을 내려가서 그녀를 마주한 순간, 세상이 멈춰 버리는 듯한 당혹감에 현기증이 났다. 

그녀는 누가 보아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육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이었다. 지성에 미색을 겸비한 그의 얼굴이 시퍼레 보였다. 나를 보자마자 터져 나오는 그의 고성은 악다구니로 느껴질 정도였다. 

“당신이 무슨 장애인이냐? 파란색 주차 증을 끊어준 의사도 걸려 들어간다. 당신이 여기에 주차해서 내 딸이 지금 찜통 같은 차 안에서 17분 동안 고생하고 있다. 당신이 차 안에 걸어둔 모자를 보고 딱 한국 사람일 줄 알았다. 경찰에 신고했으면 오백 불 벌금이다. 돈 벌은 줄 알아라. 정말 같은 한국사람인 것 같아 참아 준거다. 당신 차 사진도 다 찍어 놓았다.”

문득 어릴 때 보았던 영화 ‘용가리’가 떠올랐다. 쉴 새 없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영화 속에서 ‘용가리’가 뿜어내던 불길처럼 느껴졌다. 사는 동안 내가 저토록 격한 분노의 모습을 본적이 없다. 너무 미안했다. 내 무릎을 통증 없이 구부릴 수 있다면, 그가 원하는 만큼보다 더 답삭 엎드려 빌고 싶었다. 그를 빨리 진정시키고 싶은 마음에 나를 찾아냈던 분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슬쩍 내 시선을 피해 버렸다. 무서웠다. 저리 흥분하다 쓰러지면 어쩌나? 차 안에 딸이 있다면서 이 무더위에 왜 차의 시동은 끄고 있을까? 여러 생각이 휘몰아치는 중에 차문이 열렸고 전동휠체어에 앉은 그 딸의 모습이 보였다. 마음이 너무 아리었다.

장애인 주차지역과 인도가 연결된 부분에 둔덕이 없는 곳과 페인트로 빗금을 그려 놓은 곳은 전동휠체어의 승하차를 위해 준비된 공간이었다. 지체장애인이 아닌 임시환자는 따로 빨간색 장애인 주차증을 사용하는 것도 처음 들었다. 사회적 통념상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죄라고 한다면, 내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었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점심을 하면서도 마음은 아침의 일에 묶여 있었다. 결국 그들이 다니는 센터를 찾아갔다. 내 눈으로 보지 않아 아예 생각해보지 못했던 세상이 그곳에 있었다. 아침에 만났던 그녀가 딸의 휠체어 옆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얼굴빛이 밝아져 있었다. 

“여기 후원금으로 쓸 체크를 가져왔습니다. 아침에 제가 너무나 큰 실수를 저질렀거든요. 저기 계신 자매님이 경찰에 신고했더라면 당연이 납부했을 금액입니다. 이제 알았으니 장애인 주차에 대해 공부해서 주위 분들에게 잘 전할 게요.”

극도로 분노했던 와중에도 상소리 한마디 안 섞으며 또박또박 나를 깨우쳐 준 그녀를 나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서로 껴안고 인사를 나누며 돌아섰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다. 

언젠가 “모르고 짓는 죄가 가장 큰 죄”라는 불교 강의를 듣고서 의아했던 적이 있다. 70번에 7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성경 말씀에 익숙했던 나는, 모르고 지은 죄니까 용서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스님에게 물었다. 알면서도 짓는 죄는 양심이 찔릴 테니 언젠가 멈출 수 있지만, 그것이 죄인 줄도 모르는 무지함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통해 교정하지 않으면, 자꾸 반복할 테니 더 큰 죄가 아니냐는 답이었다. 

맞는 말씀이다. 그동안 내 무지함으로 인해 얼마나 나는 많은 죄를 지었을까? 오늘은 참 부끄러운 날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어른  다움의 서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은 내 보이기 싫은 것들이 늘어난다는 말과 동의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름살, 흰머리, 아집, 애착이 은근히 자리 잡기 시작하

[신앙칼럼] 다볼산의 기적 예수 (The Miracle of Mount Tabor, Jesus : 마태복음Matthew 17:1~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붉은 흙 위에 울리는 나지막한 음성앨라배마의 뜨거운 태양 아래, 버려진 돌조각들로 평생 기도의 정원(아베 마리아 그로토)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균형을 찾는 지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균형을 찾는 지혜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라는 물음에 앞서 삶의 모든 영역에 불균형으로 질서가 없음을 경험한다. 인간관계의 불협화음에서 파생되는 무질서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9)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9)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과다지급금 회수, 당신의 ‘작은 실수’를 대하는 쇼셜시큐리티의 변화”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5월 11일 (자료 출처: SSA 감사

[삶과 생각]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
[삶과 생각]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에모리 의과대학 종신 명예교수이자 소아암 전문 의학박사인 문학평론가 아혜 김태형 시인의 글을 읽고 고약한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추억의 아름다운 시] 밤의 이야기

조병화 고독하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삶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그리움

[수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
[수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칠십 대 초반의 한 할머니가 남편을 여의었다. 지금까지 전기요금 내는 일조차 손수 해본 적이 없던 할머니는 매일 아침 남편의 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의 Personal Property란 무엇인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의 Personal Property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세간살이’라는 말은 집안에서 사용하는 온갖 물건을 뜻한다. 냉장고, 세탁기, 소파, 침대, TV 같은 큰 물건부터 옷, 그릇, 컴퓨터, 전자제품까지 모두 포함된

[애틀랜타 칼럼] 용서의 힘

이용희 목사 “너의 원수로 인하여 난로의 불을 뜨겁게 지피지 말라. 오히려 그 불이 너 자신을 불태울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입니다.분노하는 사람은 그 분노로 인하여 자신을 잃을

[박영권의 CPA코너] 투자금인가, 빌려준 돈인가?(세법과 회계 기준에서 바라본 동업 자금의 성격)
[박영권의 CPA코너] 투자금인가, 빌려준 돈인가?(세법과 회계 기준에서 바라본 동업 자금의 성격)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가족이나 지인끼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계약서 없이 자금이 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사업이 예상과 달리 진행되거나 상황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