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시, 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인)
오늘 같은 세상에 시를 쓴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허영 아닐까?
시를 그만 쓰려고 신문사에 통보를 해놓고 몇 날을 고민했다.
신문사 사장님께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유일한 마음의 장이란 말씀에 붓을 놓지 못했다.
시가 살 수 있는 세상은 이미 가버린 지 오래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맑아진다는 것 또한 옛 이야기다. 전화기에 마음 빼앗기고 맑은 영혼 하나 간직한 사람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
진정한 시인은 가진 것이 많은 편도 아니고, 권력을 가진 자도 아니다.
진정 위대한 시인은 가난한 자와 눈물을 함께 닦을 수 있는 낮은 자리에서 함께 울 수 있는 사람이다.
시를 소개하면서 수많은 옛 시인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순수한 동심을 배웠다.
100년전 시인이 남긴 이름 없이 남겨 진 시가 내 마음을 흔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가 흐르는 마을은 맑고 아름다웠다. 거짓 없는 진실이 살고 있었고
남 몰래 흐른 눈물 자국이 책 갈피에 스며 있었다. 그 옛날에는 훌륭한 시를 써서 과거에 급제하였고, 셰익스피어 같은 시인은 영국을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영원한 보물이었다. 요즘에 누가 전화기 한 대에 모든 제화가 걸려 있는데 시인이라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라며 웃어 넘기는 세상 아닌가...
울고 싶은 일이 많아 슬프다. 30년을 영문과 선, 후배로 형제처럼 살아온 홍 선배가 불과 2주 전 까지도 같이 밥 먹고 헤어졌는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다 병원을 찾았는데 간에 암이 전신에 퍼져 생사의 갈림길에서 희망이 없다는 선고를 받았다. 40년 이민의 삶에서 송장까지 쳐보며 살았다는 아픔의 이민의 삶에서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하시더니, 과연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눈물 없이 살 수 있는 잠시 행복할 시간도 허용되지 않았는지...신이여! 어디 계시나요 한없이 묻고 또 물었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그 누구의 죽음도 우리 모두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 흘리신다.
한절의 시를 쓴다는 것은 우리의 남은 목숨을 서로 나누는 외로움인가 보다.
오늘은 창밖에 낯 설은 청새 한쌍이 날아와 앉아 있다.
산다는 것이 외로움인 내 마음을 알고 찾아와 한동안 지저귀고 날아 갔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지저귀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울지 마라, 산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