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숙 (BALSER TOWER 보석줍기 회원)
거울속 내얼굴은 분명 내 얼굴이 아니다. 화장기 없는 자연산 그대로의
부잣집 맏며느리 감이라고 은근히 좋아했던 그때 그 얼굴이 아니다.
속일 수 없는 세월속에 어느듯 손자손녀들이 대학생이 된다니
주책 없는 할머니가 되기 싫고 무식한 할머니는 더 더욱 되기 싫다.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얼굴에 관심이 많았고 멋 부리는 것도 좋아했다.
거울도 자주 보고 운동화 속에 돌을 넣어 삐딱 구두라며 실룩 걸음으로
남학생들을 웃기기도 했다. 중학교 마지막 겨울 방학떄 앞 가르마 옆 가르마
애교 머리에 실핀 꼽고 깔깔대다 아버지에게 들켜 머리를 싹둑 잘리기도 했다.
거울속 내 얼굴은 지금 생각해도 연극 배우처럼 지우고 덧칠하고 그렇게
너무나 못살게 굴었다. 이마의 잔주름은 조금씩 골이 깊어지고 한쪽 눈을
깜짝이며 애교를 부려 봐도 강원도 소양강 과수원 집 할멈의 얼굴이다.
이렇게 늙어 가도 나는 여자이다. 그래서 단풍처럼 예쁘고 아름답게 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