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김 법무사
시민권자 자녀가 초청하는 부모 영주권은 1년 안에 무조건 나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이 분야의 승인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고, 일부 케이스는 접수 6개월 만에 영주권을 손에 넣기도 했다. 인터뷰도 없이, 별다른 추가서류 요청도 없이, 일사천리로 마무리된다는 소문은 이민자들에게는 반가운 뉴스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누구는 1년 안에 끝나고, 누구는 2년 넘게 기다려도 RFE만 반복된다. 같은 시민권자 자녀가 부모를 초청했는데 왜 결과는 극명하게 갈리는 것일까?
문제는 바로 ‘조건은 같아 보여도, USCIS가 보는 시선은 다르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시민권자 자녀가 21세가 되자마자 부모 초청을 진행한 케이스의 경우, 나이만 겨우 요건을 충족했을 뿐 실질적인 재정보증 능력이나 세금 기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대학생이거나 갓 취업한 자녀인 경우, 이민국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가 부모를 초청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가?”라는 점을 의심한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집에 살고 있다면, 단순한 가족 동거를 넘어서 이민목적이 의심받을 수도 있다. 형식상 요건을 갖췄더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는 심사관의 판단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또 하나 자주 문제 되는 부분은 ESTA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부모가 90일 이상 체류한 상태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경우다. 관광 목적으로 입국했다가 신분을 바꾼 것으로 간주될 경우, 이민국은 ‘입국 시도 자체가 사기에 가까웠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원래부터 영주권 신청할 계획이었나?”, “관광 외에 어떤 활동을 했는가?” 등의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과정에서 간병을 했거나, 가게 일을 도왔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불법취업이나 체류 목적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접수 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가, 갑작스레 인터뷰 통보 또는 보충서류 요청이 날아오는 경우가 많다.
재정보증서(I-864)도 중요하다. 시민권자 자녀가 부모를 초청하려면 연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어야 하는데, 최근 세금보고 내역이 없거나 수입이 불안정한 경우 단순 제출로는 부족하다. 연소득 기준을 넘기더라도 고용증명서나 급여명세서가 함께 제출되지 않으면 RFE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부모가 과거 체납세금이나 공공혜택 수혜 기록이 있다면, 해당 사실까지 보완설명을 요구받는다. 공동 스폰서를 두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이 역시 동거 가족이거나 세금보고서에 이름이 함께 기재된 경우에는 이민국이 ‘실질적인 경제 분리’를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인터뷰가 생략되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뷰를 요구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뷰 통보를 받았을 경우, 반드시 예상 질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자녀의 경제 상황, 입국 경위, 신청 동기 등에 대해 진술이 엇갈리면 그 자체로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인터뷰 때 부모와 자녀를 따로 불러 간단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어, 서류에는 없지만 구두 진술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민권자의 직계가족 영주권은 분명 절차상 우선순위가 높은 케이스임에도, 속전속결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이민심사라는 것이 원래 숫자보다 정성에 민감한 행정절차이기 때문이다. 서류는 완벽한데도, 정황이 불분명하면 심사관은 망설이고, 서류가 다소 부족해도 진정성이 명확하면 그대로 통과되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처럼 많은 한인들이 부모님 영주권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는, 속도보다는 준비가 중요하다. 접수 전에 세금보고, 고용서류, 동거여부, 체류기간, 입국기록 등을 모두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변호사와 함께 RFE 시나리오까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겉으로는 똑같은 영주권 신청이지만, 결과는 ‘준비의 깊이’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