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브래드 훠드(흰 배꽃) 더그우드(하늘 꽃)이 만개한 애틀랜타의 봄은 4월이면 절정에 이른다.
어느 곳에서나 꽃이 화사하게 만발한 눈부신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황홀함에 넋을 잃게 된다.
현란한 색채의 향연은 자연이 베풀어주는 멋진 선물이다.
봄날의 향기로움에 도취하여 탄성을 터트리는 이때가 애틀랜타를 방문할 적기가 아닌가 싶다.
지금 마음은 달리 이곳 애틀랜타에서 옛 시절 고향에 봄날의 전원을 향해 달려간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피는 4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은 5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데나” 김동환의 시에 곡을 붙여 가수 박재란이 꾀꼬리 같은 음성으로 감칠맛 나게 노래한 곡이 떠오른다.
서정적이며 고운 감성으로 물들이는 노랫말은 고향의 감미로운 추억이 깃들어있는 시 세계의 풍경이다.
지난날 순수한 삶의 숨결과 가슴에 깊이 새겨진 그리운 고향의 정경이 알알이 살아난다.
고향을 떠난 이민자(디아스포라)의 삶에 짙게 묻어나는 정서도 크게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다.
감정의 진한 여운을 남기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살리며 삶을 되돌아본다.
빛바랜 감정의 자유로움은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려는 자신을 다독이고 있다.
진정한 자유로움은 절제와 자신을 다스리는 의지에 의해서이다.
매 순간 삶의 소중한 선택의 여유로움에서 머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이민자의 삶은 견디어 내는 것, 버티어 온 시간의 낮 설움이 이제 새로운 생명력을 키우는 희망의 시간이다.
이민자의 치열한 삶이 온화함을 잃게 하는 극단적인 사고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한다.
자기 연민의 중심성을 넘어서는 인내와 통찰력과 삶의 혜안을 지녀야 하리라.
삶의 고통을 극복하며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음은 조금 너그러워진 것이 아닐까? 삶의 고통과 인고의 세월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기 위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자신과 깊은 만남의 시간에서 더욱 성숙해진 모습은 인간관계의 태도와 이해가 깊어진 것 같다. 삶의 원칙에 충실한 자신의 규율과 다스림에 감정은 흔들림 없이 온화한 삶의 숨결이 흐르고 있다.
삶의 실존적인 존재 방식은 사고의 유연성과 자신의 고결한 인식의 품격을 지니길 원한다.
성숙한 사유의 체계는 관계의 균형으로 발돋움하며 사랑의 숨결이 그윽한 세계를 꿈꾼다.
삶의 순수한 본질인 사랑의 감정이 샘솟는 희열에서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진지함을 이루는 소중한 순간의 기쁨을 말이다.
삶의 터전인 가정은 “자기 존재의 기반”이 됨을 깨달으며 사랑을 나누는 기쁨의 원천이다.
타계한 조지아주 출신인 “카터 (전) 대통령”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절대로 놓치지 말라”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사랑의 숨결이 흐르는 가정에서 자신의 눈먼 열정 때문에 기쁨의 순간을 잃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누구에게나 지난날의 기쁨으로 충만했던 시절과 원치 않았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내 의지와 열정의 분출이 삶의 덫이 되어 자유로울 수 없었던 자기모순을 받아들여야 했다.
자기 중심성의 본능적인 가치 추구가 인간관계의 상실로 이어진 고통과 아픔이 회한으로 남았던 부끄러움이 있다.
소중히 여겨야 할 배우자, 가족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한때 노숙자의 험난한 삶을 체험했던 <Home Sweet Home>의 가곡 작사자 Jonn Howard Payne을 떠올린다.
최상의 안식처인 가정의 단란함을 꿈꾸는 순수시에 Henry Bishop이 곡을 부쳐 부르는 세계적인 명곡이 되었다. 이 가곡은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친근감이 넘치는 애창곡이라 맑은 화음이 살아나는 합창곡으로, 많이 노래해 더욱 친밀해진다.
삶의 숨결이 흐르는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는 작사, 노랫말은 인간 영혼과 마음을 한없이 풍요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