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나를 찿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 인지 강에서 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것들로부터
격렬한 불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라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고 있었어,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찻줄을 썼어
어렴풋한 ,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를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뚫린 그림자
화살과 꽃과 불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 도는 밤 , 우주를
그리고 이세미한 존재는
그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블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 ( 시 파블로 네루다 , 칠레 국민 시인 ,노벨 문학상 수여 )
내 나이 열일곱 살 고 2 때 였나 보다 .세계 역사 시간 , 선생님이 흑판 가득히 이름도 모를 나라 수도를 가득히 적어 놓고 다외우라고 하셨다.
창밖엔 갈잎들이 흩어지는 날 , 갈 잎새들이 쓰고 간 시나 읽으라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 지구 촌 이름도 모를 나라 수도는 뭣 때문에 외우라는지 --
창밖 낙엽을 보다 벌을 선 기억이 지금도 가슴에 생생히 남아 있다. 해가 저믄 들길에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길이 보이지 않던 날들이 내 인생 길에는
왜 그리도 많았는지 --- 바람부는 날, 심장은 바람에 풀렸고 , 그 땐 삶이 너무 아팠다. 내 영혼속에서는 뭔가 알수 없는 격렬한 불꽃들이 타고 있었고 한치의 앞날도 보이지 않았다.
열린 하늘 그 하늘의 유성들 , 휘감아 도는 밤하늘의 유성들속에 , 이 작은 나하나가 무단히 지구 별에 홀로 내던져 진 고독의 그림자들 ---
그런 얼굴없는 나를 건드리는 건 시였다. 시는 쓰는게 아니라 눈먼 나를 -- 내영혼속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없는 소리였다.
그 순수한 지혜, 그냥 언어 없는 언어였다. 풀리고 , 열린 , 하늘을 , 휘감아 도는 유성들의 별밭을 맨 발로 걸어 헤맸다.
홀로 길없는 길을 헤매다가 나를 부르는 그 환한 소리 없는 소리 , 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