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수필] 정이란 무엇일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5-05 10:02:21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정이란 무엇일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대낮의 악기점은 한산했다. 서너 명의 종업원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나를 힐긋 쳐다볼 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두 주전에 수리 맡겼던 기타를 찾으러 들른 것이 오늘이 두 번째다. 내일은 꼭 기타를 써야 하는 데, 오늘도 고쳐져 있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기타를 맡겼던 장소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는데, 나를 향해 잰걸음으로 다가오는 백인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 What can I help you?" 가까이 다가온 그가 공손하게 물었다. 청년의 태도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 악기점을 들락거린 지 거의 십 수 년이 넘었지만, 종업원이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려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내 손에서 접수증을 받아든 그가 내 기타를 찾아냈다. 기타는 여전히 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낙심한 내 표정이 딱해 보였는지, 지금 바로 손 봐 주겠다고 했다. 수리를 마친 후에도 요리조리 살피며 거듭 확인을 하고, 튜닝까지 마치고서야 기타를 조심스레 건네주었다. 어디에서든지 맡은 일에 충실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보면 절로 신뢰감이 생긴다.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저리 예의바르게 아들을 키워낸 부모의 교육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수리비를 계산하면서 이 십 불짜리 지폐 한 장을 더 얹었다. 팁이라는 내 말에 쌍꺼풀진 눈이 휘어지도록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만, 금세 손사래 치며 사양했다.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한국어로 또렷하게 말하는 모습에 내가 멈칫하자 그가 덧붙였다. "My mom is Korean“. 아, 그래서 뭔가 느낌이 달랐구나. 

 

언젠가부터 한국식 예절이 몸에 밴 젊은이를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왠지 모르게 쓸쓸해진다. 자책감이다. 어쩌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한국의 예절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을까. 사실, 나는 한국의 것들을 간직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었다. 그저 현실에 빨리 적응하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믿던 젊은 시절의 나는 참 무지했다. 

 

가끔 아이들이 어렸을 적 살았던 집 마당의 풍경을 떠올릴 때가 있다. 휴일이면 잔디 위 뜀박질, 해맑은 웃음소리, 꽃잎 날리던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 풍족한 삶이었다. 물론 그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 탄탄하게 자립하며 사는 지금 모습도 자랑스럽다. 하지만, 한국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아이들의 삶에서 냉랭한 느낌을 받을 때면, 지난 세월 한국의 문화를 가르치지 못했던 것이 참 미안하다. 

 

얼마 전부터 우리 부부의 늘그막 인생에도 새로운 꿈이 생겼다. 따지고 보면, 손자를 두 명이나 안겨준 아들과 며느리 덕분이다. 내 자식에게는 전해주지 못했지만, 손자들에게는 한국의 전통을 알려주고 싶다. 한국학교도 보내고, 국악도 가르치면서 한국인의 정이란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다. 

 

물론 손자들의 교육에 관여하려면 아들 내외의 허락을 받아야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면, 그들은 이미 우리 부부의 책략에 걸려들었다. 바쁜 일상의 틈새를 돈이든, 물품이든, 품앗이로든 부모가 작정하고 물심양면으로 꾀는데 넘어오지 않을 자식이 어디 있을까. 두 달 후엔 십 분 거리 근처로 이사 오기로 했단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손자에게는 한국의 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한 번 가르쳐 볼란다. 울랄라! 생각만 해도 신난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전쟁의 역사에 개입하시는 하나님: 평강의 왕, 예수(God Intervenes In The History Of War: Jesus, The Prince Of Peace, 이사야Isaiah  9:6)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의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의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디아스포라 삶의 소망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디아스포라 삶의 소망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이민자(디아스포라)의 소망은 안정된 삶을 이루는 것이다.삶의 토대가 흔들리는 극한 상황에서 미래 지향적인 소망의 실현이 가능할까?이민자의 삶이

[삶과 생각] 친구의 9순 잔치
[삶과 생각] 친구의 9순 잔치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 오혜영 씨의 구순 잔치가 많은 지인들의 축하와 함께 아름답게 펼쳐졌다.축하와 함께 지난날들을 돌이켜 본다. 나는

[추억의 아름다운 시] 님의 노래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 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

[수필] 슬픔의 에너지
[수필] 슬픔의 에너지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여든 네 살 할머니가 스스로 양로원을 찾았다. 남은 생을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덧없이 흘려보내지는 않겠다는 할머니만의 결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구조 이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구조 이해

최선호 보험전문인  어떤 책이든 맨 앞의 목차를 훑어보면 전체 윤곽이 보인다. 세부 내용을 모두 읽지 않아도, 어떤 순서로 무엇이 담겨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주택보험도 마찬

[애틀랜타 칼럼] 바르게 보는 법을 배우자

눈은 마음의 창이기에 사물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 정신적 근시와 원시를 경계하고 창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며, 미키모토 고기치의 인공 진주 양식 성공 사례처럼 지식을 행동과 결합해 기회를 포착하는 적극성이 성공의 필수 요건임을 역설한다.

[내 마음의 시] 연분홍 설레임
[내 마음의 시] 연분홍 설레임

광우 허 영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다시 피는 봄,겨울 내내 소중히 품어온 고운 마음살며시 봄바람이 부추기면그 속에 피어난 연분홍 설레임 고이 접어둔 남빛 저고리 꺼내어연분홍 치

[박영권의 CPA코너] 한국 은행 계좌도 신고 대상… 놓치면 안 된다
[박영권의 CPA코너] 한국 은행 계좌도 신고 대상… 놓치면 안 된다

이민 생활을 하는 한인 동포들은 한국이나 해외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단순히 계좌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해외 금융계좌와 금융자산

[법률칼럼] 밀입국 배우자 영주권, 2026년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2026년 현재 밀입국 배우자의 영주권 취득은 법적 조항보다 심사 강도 강화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엄격한 검증 기조에 맞춰 I-601A 사전면제 신청 시 극심한 곤란(Extreme Hardship)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무분별한 절차 진행보다는 FOIA 기록 확인 등 사전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