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보험전문인
'신청자'씨 부부는 어느 날 오후, 나란히 거실에 앉아 TV를 보다가 슬쩍 메디케어 이야기를 꺼냈다. "여보, 우리 이제 곧 65세 되는데, 메디케어는 같이 신청해야 하나? 아니면 따로 해야 하나?" 그러자 남편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결혼도 같이했는데, 메디케어도 같이 해야지."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메디케어는 **‘가족 보험’이 아니라, ‘개인 보험’**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부부가 함께 살아도, 같이 은퇴를 했어도, 메디케어는 각자 따로 자격을 판단하고, 따로 신청해야 한다. '신청자'씨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오바마케어나 직장 보험은 가족 단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왜 메디케어는 같이 가입이 안 되는 거예요?”
바로 그게 중요한 포인트다. 메디케어는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개인 기반의 건강보험이다. 따라서 부부가 동시에 자격이 생기더라도, 각자의 소셜 시큐리티 기록에 따라 각자 따로 신청해야 하며, 보험료나 혜택도 각각 계산된다. 예를 들어 '신청자' 씨는 현재 만 65세 생일을 앞두고 있고, 남편은 66세로 이미 메디케어를 받고 있다. 이 경우, '신청자' 씨가 자격을 얻으려면 본인의 근로 기록이 충분하거나, 아니면 배우자의 근로 기록을 바탕으로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
보통 메디케어 파트 A(병원 보험)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최소 10년(40쿼터) 이상 세금 납부 기록이 있으면 프리미엄 없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신청자' 씨처럼 전업주부였던 경우에도 남편의 경력을 바탕으로 파트 A는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트 B(외래진료 보험)는 이야기가 다르다. 파트 B는 대부분의 경우 프리미엄을 매달 본인이 직접 납부해야 하고, 자동으로 무료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역시 각자 따로 신청해야 하며, 남편이 가입했다고 해서 아내도 자동 가입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메디케어 Advantage(파트 C)나 처방약 보험(파트 D)은 어떨까?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각각의 이름으로 따로 신청해야 하며, 설령 같은 보험회사의 같은 플랜을 선택하더라도, 부부 할인 같은 건 없다. 다소 아쉽지만, 메디케어는 그런 점에선 아주 ‘개인주의적인’ 시스템이다. '신청자' 씨는 결국 에이전시로 전화를 걸어 자세히 상담을 받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직장 보험에 묶여 있다가 퇴직을 앞두고 있었고, 메디케어 가입이 처음이었다. 남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메디케어를 받고 있었지만,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럼, 우리 남편 보험에 제가 얹혀서 쓰는 건 안 되겠네요?” “네, 안 됩니다. 두 분 모두 각각 신청하셔야 합니다. 다만, 파트 A는 남편분의 근로 기록 기준에 의해 무료로 받을 수 있으실 거예요.”
“그럼 파트 B부터는 제가 내야 하는 거죠?” “맞습니다. 다만 저소득층이신 경우 ‘Medicare Savings Program’ 등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신청자' 씨는 그제야 안심했다. 자칫 남편이 이미 가입했으니 자신은 안 해도 되는 줄 알고 지나칠 뻔했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런 거, 남편하고 같이 들어가는 줄 알고 있었는데, 다 따로따로 해야 되는 거군요. 부부가 함께 늙어가도 보험은 혼자네요.” 그 말이 참 묘하게 울림이 있었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며 모든 걸 공유해도, 건강보험은 결국 각자의 기록과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기에 더욱 정확한 정보와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혹시 내 배우자가 가입했다고 안심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꼭 확인해 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헷갈리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전문가에 문의 하시면 언제든지 도와드릴 수 있다. 건강은 나눌 수 있어도, 보험은 나눌 수 없다. 그러니 부부라도, 메디케어는 각자 챙기자.
(보험 전문인 최선호 770-234-4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