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김 법무사
“열쇠의 주인”
제니의 거실 테이블 위, 낯선 열쇠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위협적인 문구가 적힌 손 편지.
“진실을 파헤치지 마라. 아니면 후회할 거다.”
우리는 열쇠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이건 단순한 유산 분쟁이 아니었다. 누군가 이 싸움을 조종하고 있었다.
“이 열쇠, 지난번 창고 열쇠와는 다른 모양이에요.”
제니가 조심스레 말했다.
나는 열쇠 복사 전문가에게 사진을 보냈고, 곧 답이 왔다.
1950~60년대 구식 아파트나 병원 문에 사용되던 종류.
“병원?”
나는 갑자기 떠오른 장소가 있었다.
동건이 10여 년 전, 애틀란타 북부에 있는 한 개인 요양병원에 기부를 한 적이 있었다.
‘그곳이라면…?’
우리는 곧장 병원을 찾아갔다.
병동 3층, 잠긴 문
요양병원 3층 끝 복도.
문은 오래되어 금이 가 있었고, 출입은 금지되어 있었다.
제니가 조심스레 열쇠를 꽂았다.딸깍— 열렸다.
문 안쪽은 작은 사무실이었다. 벽에는 낡은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고, 책상 서랍에는 편지 다발과 사진 몇 장이 들어 있었다.
한 장의 사진이 제니의 손에 들어왔다.
동건, 그리고 낯선 여인. 그녀는 제니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였다.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데이나, 나의 실수이자 구원.”
“… 아버지 정말 이 여자를 사랑했던 걸까요?”
제니가 말했다. 그녀의 눈에선 혼란이 엿보였다.
“사랑이든 책임이든… 이건 감정이 아니라 법의 영역이에요.”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사진과 편지는 즉시 법률사무소로 가져갔다. 그리고 DNA 검사 요청과 함께 법원에 **‘상속 자격 보류 신청’**을 접수했다.
데이나 킴의 진짜 정체
며칠 후, 소장에 등장했던 데이나 킴의 변호인이 연락을 해왔다.
“우리 의뢰인은 유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자격이 있습니다. 친자 확인 절차에 응하겠습니다.”
긴장이 감돌았다.
우리는 동건의 유품에서 수집된 DNA 샘플과, 데이나의 샘플을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친자관계 99.8% 일치.
제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은우조차 고개를 떨궜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과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이 집도, 건물도… 다 나눠야 한다는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법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법의 역공
나는 데이나 측 변호사에게 **‘과거의 증여 의사’**를 근거로 협상을 제안했다.
“동건은 이미 생전에 자산 대부분을 두 자녀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이는 유언의 연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증거로 동건이 제니에게 남긴 수차례의 이메일, 은우에게 보낸 사업 양도 계약서를 제출했다.
“법적으로 상속 자격이 있다고 해도, ‘기여도’와 ‘기득 권리’는 법원이 고려할 요소입니다.”
협상은 길어졌고, 데이나 측도 공개 재판을 원치 않는 눈치였다.
결국, 데이나는 부동산 지분의 20%만을 요구하며 사건을 종결짓기로 합의했다.
마지막 그림자
모든 소송이 마무리된 다음 날, 제니는 사무실에 다시 찾아왔다.
그녀는 마지막 편지를 내게 건넸다.
편지는 동건이 생전에 자필로 쓴 것이었고, 데이나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었다.
“제니와 은우가 나를 용서할 수 있기를… 데이나는 나의 그림자였다. 너희가 빛이라면.”
제니는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이제는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내게 물었다.
“변호사님, 정의는 결국 이긴 건가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법은 승패를 가르지만, 감정의 무게까지 재진 못한다.
우리가 다룬 것은 재산 분쟁이 아닌, 한 인간의 복잡한 삶과 그 잔향이었다.
제6화 예고 – “지문 없는 범인”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던 어느 날, 은우가 체포된다.
그의 지문이,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된 것이다.
“유산의 그림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