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책 사이에 숨어있던 추억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4-07 12:18:29

삶과 생각,전지은,수필가,책 사이에 숨어있던 추억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종일 집안을 정리하고, 쓸고 닦은 지 이틀째. 겨우 봐 줄만 하다. 퇴직 후 한국을 오가며 살다 보니, 늘 떠 있는 듯한 생활. 오면 갈 준비, 가면 올 준비를 한다. 꼬박 5년째. 여독이나 시차 적응 같은 단어는 잊고 살았다. 도착하면 바로 집안을 정리하고 치우고, 도착 하는 날 친구를 만났다. 그렇게 몸을 부려야 빨리 적응이 된다는 이유를 대지만 신통하게도 몸 상태가 아직은 나쁘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이번엔 미국에 좀 오래 있어볼 예정이다. 주부가 부재 중인 살림살이는 그야말로 엉망진창. 곳곳에 쌓여 진 물건들. 버려야 할 것들이 쌓여 있고 빈 박스들이 장식품인양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다 발견한 아직 박스도 뜯지 않은 주방 기구들. 다양하다. 혼자 있던 남편이 편해보려고 사다 놓았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언박싱. 그러다 손마디가 뻐근하여 커피 한잔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때 눈에 띤 어수선한 책장. 이사를 와 다시 책을 정리하며 시집은 따로 모아 두었지만 수필과 소설은 뒤섞여 있었다. 분리를 해야 쉽게 볼 수 있을텐데 차일 피일 미루었다. 

오늘, 이왕 정리 정돈을 시작했고, 좀 진득하게 미국에 있을 거면 예전 책들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소설과 수필집을 분리해 꼽는다. 언제 샀더라, 언제 읽었더라, 책장을 넘겨 보기도 하고. 옛기억을 더듬는다. 책장의 첫 페이지에는 언제, 어디서 샀는지 적혀 있기도 하다. 어느날 내 기억이 희미해 지는 시간이 오더라도 그 책장을 들추어 보며, 아~ 그땐 그랬구나, 할 수 있게. 선물로 받은 책. 저자 싸인이 있는 책. 문학 강연과 피정에서 만났던 인연. 그 분들은 나를 기억 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 시간을 기억한다. 어디서 어떻게 만났었고 그땐 무얼 열망했었는지.

소설과 수필은 거의 반반 씩이다. 한때 소설을 써 볼까 생각을 하며, 샀던 레퍼런스 비슷한 책들. 동향의 작가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정희 소설가의 소설집. 오정희의 단편 <동경>을 읽으며,  극적인 사건이 없이도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장 정리를 하다말고 책을 다시 들추어 본다. 글에 가득 담겨 있던 노년의 쓸쓸함과 죽음의 그림자를 동경(구리거울)을 통해 비추어 내려 했던 작가. 나의 오늘과 오버랩되며 지나간다.

이어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펼쳤다.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라는 한마디를 건졌고, 페이지 곳곳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그의 소설의 바탕이 되었던 여행. “이 책을 쓰는데 내 모든 여행의 경험이 필요 했다”는 작가. 살면서 만나는 독서는 발품이 들지 않는 여행, 일 수 있다.

책장 정리를 하다말고 마루에 털썩 주저 앉았다. 책을 넘기며 추억도 내 곁에 함께 앉았다. 다시 읽기 시작한 고전들도 한쪽에 자리 잡았다. 더 이상 종이 책을 늘리지 않기 위해 요즈음은 이북을 선호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책장을 넘기며 추억을 들추어 내는 행복. 이 소소한 기쁨이 오늘을 살아야 하는이유 인지도 모른다. 책장 정리를 하며 다시 찾은 추억들. 들추어보며 켜켜히 쌓인 기억은 더욱 단단해진다. 커피는 이미 식었지만 마음엔 온기가 가득하다.

<전지은 수필가>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시] 소식 없이 온 가을
[내 마음의 시] 소식 없이 온 가을

헬렌김 그렇게 뜨거웠던 어제도아무런 작별 인사 없었는데,오늘은소식없이 가을입니다. 공원에는 다람쥐가 분주하고한 여름 푸르렀던 나무들은파스텔을 거두어하나 둘 황금빚 옷을 준비합니다 

[애틀랜타 칼럼] 체면을 살려 주어라

이용희 목사 대개 윗사람들은 아랫사람을 대할 때 하인 다루듯이 명령하기도 하고 책망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그런 식으로 사람을 대할 때. 그 자신의 인격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법률칼럼] 취업비자 10만 달러의 벽… 이제는 회사의 해고 기록까지 본다

케빈 김 법무사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는 유학생에게 채용 제안은 새로운 출발이다. 그러나 지금은 취업의 기쁨에 앞서 비자 정책의 불확실성부터 따져야 한다.지난 9월

[행복한 아침] 가을 달 빛이 가장 좋은 밤

김 정자(시인 수필가)   바람결도 싱그러운 가을 밤이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고국, 고향으로 마음이 달려간다. 명절 속에 잠재워져 있었던 일가친척, 이웃, 동무들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5)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5)

SSI 생계보조금 50년 만의 대수술 예고: 자산 한도 1만 달러 상향과 은퇴계좌 5만 달러 면제사회보장국 수리통계국 공식 추산: 3,160억 달러 투입과 수급 자격 대폭 완화 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프라노 김현정 독창회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프라노 김현정 독창회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Duluth 120 Hway Rd 선상의 미국인 “제일 침례교회”에서 지난 토요일 오후 4시에 소프라노 김현정의 독창회가 있었다. “노래는 본래

[신앙칼럼] 가을이 들려주는 소리: 창조의 파도소리에 귀 기울여보라!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Listen to the Waves of Creation! (로마서 Romans 11:36) 시인 윤동주는 시 <바다>에서 이

[삶과 생각] 독서의 계절 가을
[삶과 생각] 독서의 계절 가을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70년 전 한국에서 중·고등학생 시절 가을이 오면 국어 선생님은 “가시리 가시리 잇고, 버리고 가시리 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버

[추억의 아름다운 시] 옹달샘

서정태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질마재 몰랭이그 어디쯤 해서옹달샘이고 싶다 미침 바람이 불어싸도물결이 일지 않는그저 조용하기만 다만한자락 바람이 쉬어가고밤이면 몇 개 별이 적시는옹달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면 보험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면 보험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최선호 보험전문인 미국에서는 성인이 되면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모 집으로 다시 돌아와 함께 사는 자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를 흔히 **'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