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책 사이에 숨어있던 추억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4-07 12:18:29

삶과 생각,전지은,수필가,책 사이에 숨어있던 추억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종일 집안을 정리하고, 쓸고 닦은 지 이틀째. 겨우 봐 줄만 하다. 퇴직 후 한국을 오가며 살다 보니, 늘 떠 있는 듯한 생활. 오면 갈 준비, 가면 올 준비를 한다. 꼬박 5년째. 여독이나 시차 적응 같은 단어는 잊고 살았다. 도착하면 바로 집안을 정리하고 치우고, 도착 하는 날 친구를 만났다. 그렇게 몸을 부려야 빨리 적응이 된다는 이유를 대지만 신통하게도 몸 상태가 아직은 나쁘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이번엔 미국에 좀 오래 있어볼 예정이다. 주부가 부재 중인 살림살이는 그야말로 엉망진창. 곳곳에 쌓여 진 물건들. 버려야 할 것들이 쌓여 있고 빈 박스들이 장식품인양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다 발견한 아직 박스도 뜯지 않은 주방 기구들. 다양하다. 혼자 있던 남편이 편해보려고 사다 놓았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언박싱. 그러다 손마디가 뻐근하여 커피 한잔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때 눈에 띤 어수선한 책장. 이사를 와 다시 책을 정리하며 시집은 따로 모아 두었지만 수필과 소설은 뒤섞여 있었다. 분리를 해야 쉽게 볼 수 있을텐데 차일 피일 미루었다. 

오늘, 이왕 정리 정돈을 시작했고, 좀 진득하게 미국에 있을 거면 예전 책들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소설과 수필집을 분리해 꼽는다. 언제 샀더라, 언제 읽었더라, 책장을 넘겨 보기도 하고. 옛기억을 더듬는다. 책장의 첫 페이지에는 언제, 어디서 샀는지 적혀 있기도 하다. 어느날 내 기억이 희미해 지는 시간이 오더라도 그 책장을 들추어 보며, 아~ 그땐 그랬구나, 할 수 있게. 선물로 받은 책. 저자 싸인이 있는 책. 문학 강연과 피정에서 만났던 인연. 그 분들은 나를 기억 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 시간을 기억한다. 어디서 어떻게 만났었고 그땐 무얼 열망했었는지.

소설과 수필은 거의 반반 씩이다. 한때 소설을 써 볼까 생각을 하며, 샀던 레퍼런스 비슷한 책들. 동향의 작가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정희 소설가의 소설집. 오정희의 단편 <동경>을 읽으며,  극적인 사건이 없이도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장 정리를 하다말고 책을 다시 들추어 본다. 글에 가득 담겨 있던 노년의 쓸쓸함과 죽음의 그림자를 동경(구리거울)을 통해 비추어 내려 했던 작가. 나의 오늘과 오버랩되며 지나간다.

이어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펼쳤다.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되는 기분이다’라는 한마디를 건졌고, 페이지 곳곳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그의 소설의 바탕이 되었던 여행. “이 책을 쓰는데 내 모든 여행의 경험이 필요 했다”는 작가. 살면서 만나는 독서는 발품이 들지 않는 여행, 일 수 있다.

책장 정리를 하다말고 마루에 털썩 주저 앉았다. 책을 넘기며 추억도 내 곁에 함께 앉았다. 다시 읽기 시작한 고전들도 한쪽에 자리 잡았다. 더 이상 종이 책을 늘리지 않기 위해 요즈음은 이북을 선호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책장을 넘기며 추억을 들추어 내는 행복. 이 소소한 기쁨이 오늘을 살아야 하는이유 인지도 모른다. 책장 정리를 하며 다시 찾은 추억들. 들추어보며 켜켜히 쌓인 기억은 더욱 단단해진다. 커피는 이미 식었지만 마음엔 온기가 가득하다.

<전지은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II

김 정자(시인 수필가)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시몬은 믿음직한 조수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부인이 두 아이를 데리고 가게를 찾아왔다. 아이들 중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건전한 의식과 정체성의 확립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건전한 의식과 정체성의 확립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건전한 의식과 정체성의 확립이라는 명제가 사변(수사학)적인 표현으로 들릴 수 있겠지 싶다.삶의 평범한 일상성은 고유한 사유체계의 건전한 의식과

[신앙칼럼] 하나님의 모략의 동참자들(The Identity Of The Participants In God's Conspiracy, 출애굽기Exodus 19:6)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헨리 나우웬은 채워지지 않는 “갈망의 공간(The Empty Space)”의 원인의 최전선에 있는 것은 소위 “결핍중심”에서 온 것이라

[특별기고] "조지아의 안전을 위한 'Fight Back on ICE' 법안을 지지한다.“
[특별기고] "조지아의 안전을 위한 'Fight Back on ICE' 법안을 지지한다.“

미쉘 강(조지아 민주당 하원99 지역구 후보) "ICE 로 인한 비극, 멈춰야 한다"지난 토요일 아침, 우리는 차마 믿기 힘든 비극을 목격했다. 미니애폴리스 보훈병원(VA)에서 환

[삶과 생각] 동남부 한인 상공인 연합회 출범
[삶과 생각] 동남부 한인 상공인 연합회 출범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미주 상공인 총연합회(회장 황병구) 산하 동남부 6개주 한인 상공인 연합회가 출범해 힘찬 항해를 시작했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동남부

[추억의 아름다운 시] 광인의 태양

이육사  분명 라이풀 선(線)을 튕겨서 올라그냥 화화(火華)처럼 살아서 곱고오랜 나달 연초(煙硝)에 끄스른얼굴을 가리션 슬픈 공작선(孔雀扇)거칠은 해협(海峽)마다 흘긴 눈초리항상

[수필] 잠시, 멈춤
[수필] 잠시, 멈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갑자기 찾아온 추위가 도시의 움직임을 얼려 버렸다. 창밖 풍경은 잿빛 하늘 아래 얼음 서리와 고드름뿐, 사람들은 저마다의 요새로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와 메디갭, 무엇이 더 좋은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와 메디갭, 무엇이 더 좋은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에 처음 가입하는 많은 분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메디케어 어드밴티지(Advantage, Part C)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메디갭(

[애틀랜타 칼럼] 질책을 하되 반발심이 없도록 하라

타인의 과오를 지적하기에 앞서 진심 어린 칭찬으로 상대의 마음을 여는 자세가 중요하다.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비서 관리법과 W. P. 고우의 자재 조달 성공 사례는 직접적인 항의보다 상대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더 강력한 설득의 도구가 됨을 보여준다. 진심이 통하면 어떤 어려운 협상도 유쾌하게 해결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내 마음의 시] 흰 눈, 그대여 White Snow, My dear
[내 마음의 시] 흰 눈, 그대여 White Snow, My dear

송원( 松 園 ) 박 항선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내가 충분한 세상과 시간을 갖고 있다면눈이여.. 이 순수한 천진함을 기뻐함이  죄가 되지 않으리 가만히 나가 어디부터 밟을까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