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목요 에세이] 그대, 뒷모습은 안녕하신가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4-02 18:16:10

목요에세이, 성영라, 수필가, 미주문협 부이사장,그대 뒷모습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뒷모습에 관심이 간다. 얼굴보다 등에 매력을 느낀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기면서부터다.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 같지만 정작 스스로는 가 닿을 수 없는 나의 뒤, 나의 반쪽. 여행지에서 혹은 일상에서 나 모르게 찍힌 뒷모습 사진을 받아 볼 때가 있다. 사진 찍은 이의 안목이 새롭게 다가온다. 뒷모습 사진은 사진사의 애정 어린 시선이 머물다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쑥스러움보다는 아, 뒷모습 표정이 이렇구나 마치 중요한 것을 발견한 느낌이다. 뒷모습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것, 볼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이 간다. 

타인의 등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얼마 전 산불 이후 재개장한 게티 뮤지엄에 가서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작품을 관람했다. 사람의 뒷모습 그림이 눈에 띄었다. 이층 발코니에서 거리를 바라보는 신사, 노를 젓는 남자의 등, 낚시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림 속 인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상상하며 그림 속으로 빠져들었다.

종종 가족이나 친구의 뒷모습을 찍는다.  꽃 사진을 찍다가 꽃의 뒤에 눈길이 머물렀고 잎사귀에까지 이어졌다. 꽃송이를 받치고 있는 숨은 조력자 꽃받침의 존재를 깨달았다. 잎의 뒷면이 궁금해졌다. 연두로 돋는 잎, 한창 짙푸른 잎, 누렇게 시들어가는 잎…. 우리 집에 살고 있는 동백, 장미, 천리향, 재스민, 비파나무, 감나무, 금귤나무, 다년생 넝쿨식물, 깊섶 야생화의 잎까지. 고개를 갸웃갸웃. 한껏 젖혀가며 햇빛에 반사되는 잎맥을 살피고 카메라에 담는다. 앞면보다 뒷면의 잎맥이 더 도드라진다. 가운데 등뼈 같은 잎맥과 좌우로 뻗은 잎맥들이 잎살을 튼튼하게 지탱해 주는 형상이 사람의 등을 닮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백허그 장면이 나오면 왠지 더 로맨틱하고 달달하다. 상대를 뒤에서 끌어안는 방식은 더 진한 감정의 밀도를 느끼게끔 하는 것 같다. 마주 보며 포옹할 때 심장은 서로의 오른편과 왼편으로 어긋난다. 뒤에서 끌어안으면 심장이 같은 위치에 닿아 팔딱거린다. 그럴 때의 내밀한 교감을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반대로 등끼리 맞대면 천사 날개 같은 견갑골과 등뼈가 서로를 버텨주며 의지가 된다.  앉은 모습은 마치 人(사람 인)을 연상시킨다. 보이지 않는 등과 등을 붙이고 앉아 그 사이에 흐르는 온기를 느껴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등이 생각난다. 아버지의 등. 서른 초반이었던가. 든든하게만 보이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애잔해서 눈물이 났다. 참 이상한 게 무심히 불현듯 그런 순간이 왔다. 훗날 생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아버지가 나무토막처럼 병상에 누워 계실 때 욕창만 생기게 마시라고 기도했다. 전능자의 손길이 어루만져 주시길, 생의 막바지에 수고했다고 쓸어 주시길 헤아려 주시기를 바랐다. 딸이 기특할 때나 안쓰러울 때 아이고 잘했다, 괜찮다 하며 토닥이시던 것처럼. 숨이 멎는 순간까지 아버지의 등은 안녕하였다. 짐을 다 내려놓은 등은 평안하였다.

 내 등의 이력에는 주름이 많아서, 음지와 양지가 고루 배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은 등이면 좋겠다. 질문을 던지는 뒷모습을 포착하면 언제든 가슴이 뛸 것이다. 신비로워라, 세상의 모든 뒤여. 

<성영라 수필가/미주문협 부이사장>

 

•성영라 수필가는 책과 인생(2001) 수필 등단, 제2회 코위너(KOWINNER) 디카시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미주문학』 편집장을 역임 했으며 현재 미주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7월 10일부터 시행되는 USCIS의 신청서 형식 심사 강화, 작은 실수가 신청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신앙칼럼] 예수 그리스도의 신 출애굽기(The New Exodus of Jesus Christ, 이사야Isaiah 40: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 사랑의 완결판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뜻하는 최고의 언어는 ‘헤세드(인애)’이며, 이 헤세드의 정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잊혀가는 6, 25 한국 전쟁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지난 6월 25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6, 25 한국 전쟁 76주년 추념(모) 행사가 있었다. 주체는 애틀랜타 한인회 유진철 회장과 예비역 기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3)

여성의 긴 노후, 쇼셜시큐리티를 더 깊이 알아야 합니다오래 사는 삶일수록 기록과 선택이 더 중요합니다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3월 23일 / 자료 출처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삶과 생각] 끝없는 배움의 여정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어느 날 예고 없이 태어나 예고 없이 떠나는 것이 생명체들의 숙명이다.  사는 동안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가느냐 그것이 문제다.  잘

[내 마음의 시] 장미국수버섯

배형준 시인(소들녘  대표)                                                    찜통 더위에는시원한 국수만 한 것이 없지삼 십여 년 냉면사리

[수필]  찌그러진 소묘
[수필] 찌그러진 소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데생 클래스에서 강사님이 회원들에게 그림 한 장을 들어 보여주었다. 전 권사님이 그려낸 핸드 그라인더 소묘였다. 그 그림은 한마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중고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새것 가격으로 보상받을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진다. 새 자동차를 사서 차고를 나오는 순간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텔레비전, 냉장고, 가구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2)

2032년, 정말 쇼셜시큐리티가 사라질까요?2026 신탁기금 보고서가 우리에게 보내는 진짜 메시지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6월: 자료 출처: 2026 So

[애틀랜타 칼럼] 관심의 힘

이용희 목사 세상에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본성이 상대방 보다는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