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엘리트 학원

[문화산책] 그들이 남긴 감동의 여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3-12 14:39:04

문화산책,손영아, 문화 칼럼니스트, YASMA7 대표,감동의 여운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지난 2월, 세 개의 피아노 연주회를 찾았다.

 조성진, 임윤찬, 그리고 장성. 이들의 연주를 연이어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렘이 컸다. 세 사람 모두 세계 정상급 한국인 남성 피아니스트로, 수많은 국내외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한국의 예원학교 동문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성장 과정에서 닮은 점이 많았지만, 음악적 개성만큼은 완전히 달랐다.

이중 가장 젊은 피아니스트는 임윤찬이다. 2004년생인 그는 일곱 살이 되어서야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다들 아는 대로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혜성과 같이 떠올랐다. 이번 남가주 무대는 런던 심포니와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컸다. 임윤찬의 뛰어난 테크닉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그가 이 곡이 지닌 극적인 감정선과 서정미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는데, 임윤찬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강렬한 몰입도로 무대를 장악했다. 거침없는 표현력으로 음악의 극적인 순간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1994년생인 조성진은 다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고, 예원과 서울예고 시절에도 ‘질리지 않을 만큼’만 치며 즐겼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경지다. 이번 LA 필하모닉과의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협연은 특히 라벨 해석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조성진이기에 더욱 기대가 컸다. 그는 절제된 우아함이 돋보이는 연주자다. 특히 이전보다 더욱 감성적 여유가 더해져서 청중과의 교감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제 조성진은 ‘피아노를 잘 치는 연주자’가 아니라, 청중과 함께 즐기는 ‘예술가’로 성장하고 있었다.

1986년생으로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장성은 4살에 일본에서 데뷔한 뒤 평생을 피아노와 함께 하며 연주자에 머무르지 않고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으로서 경계를 확장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 무대에서 선택한 작품은 오랜 음악적 탐구와 경험이 응축된, 바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이었다.

한국 예술의 전당 공연에 앞서 남가주에서 선보였던 이번 공연에서 장성의 연주는 기술적 완성도를 뛰어 넘어 예술 그 자체였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패시지 속에서도 선율의 흐름을 섬세하게 살려냈다. 강렬한 몰입과 감성이 하나 되어 어느새 숨막히는 그의 여정에 빠져들었고, 연주가 끝난 후에서야 비로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완벽함을 넘어선, 장성만의 초절기교였다.

나는 20살, 30살, 그리고 38살의 세 피아니스트가 각기 다른 색채로 펼쳐낸 무대를 보며, 마치 한 예술가의 성장 과정을 시대별로 지켜보는 듯했다. 그들의 연주는 이미 완벽하다. 그러나 예술에서 완벽이란 도달점이 아니라, 끊임없는 탐구와 도전의 과정이다. 그들은 음악 속에서 더 깊은 진실을 찾으며, 연주를 통해 예술의 본질을 증명해 나간다. ‘음악과 나’에서 ‘나의 음악과 너’로,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음악’으로. 그 울림이 청중들에 가 닿는 순간, 음악은 비로소 완성되고 감동은 더욱 깊어진다.

그렇게 지난 2월, 그들의 음악이 들려준 이야기는 여전히 가슴 깊이 머물러 있다.

<손영아 문화 칼럼니스트 YASMA7 대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보석줍기] 속삭이는 나의 별

이세철(BALSER TOWER 보석줍기 회원)  하늘을 보면서 별 하나 나 하나반짝 반짝  꽃밭에내마음  뜨겁게  가난해 진다 내 작은 몸이 버거워눈물 흐를 수록 그 넓은 꽃밭에

[법률칼럼] 7월 영주권 문호 – 제한적 진전 속 전략적 준비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6월 9일, 미 국무부는 7월 영주권 문호(Visa Bulletin)를 발표했다. 이번 문호에서는 가족 이민과 일부 취업 이민에서 제한적이지만 의미 있는

[벌레박사 칼럼] 여름철 모기 퇴치 방법
[벌레박사 칼럼] 여름철 모기 퇴치 방법

벌레박사 썬박 안녕하세요. 벌레박사 썬박입니다. 요즘 모기가 극성입니다. "앵" 하는 모기 소리만 들려도, 벌레박사도 몸이 움츠려 든다. 모기하면 한철에 우릴 괴롭히는 단순한 벌레

[행복한 아침] 아버지 자리

김 정자(시인 수필가) 아버지 자리는 시대적 흐름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다. 강력한 부권을 상징하던 가부장적 자리였지만 권위이식이 약화되고 가족 발판이 흔들리는 부권 실추 위기에 놓

[시와 수필] 파블로 네루다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나를 찿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모르겠어, 겨울에서 인지 강에서 인지.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

[전문가 칼럼] 65세 메디케어 가입한 후 건강 보험의 변화를 겪게 된다면?
[전문가 칼럼] 65세 메디케어 가입한 후 건강 보험의 변화를 겪게 된다면?

65세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건강 보험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어떤 이는 갖고 있던 메디케이드 혜택이 종료된다는 사실에 당황하거나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달 칼럼에서는

[수필]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할 것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모임이 끝난 후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까지 내 앞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내게 한마디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65세 생일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직장보험을 갖고 있다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65세 생일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직장보험을 갖고 있다면

최선호 보험전문인 '한직장'씨는 요즘 아침마다 우편함을 열 때 느끼는 게 있다. “아이고, 또 메디케어 우편이네.”  생일이 다가오니 정부며 보험사며 여기저기서 메디케어 관련 서류

[내 마음의 시] 엄마 의 날
[내 마음의 시] 엄마 의 날

박달 강 희종 (애틀란타문학회 총무)         고생하고 돌보시던저의 엄마 자식들을 소처럼 키우시는  아버지의 사업을 빚을 깊었고요 김포로 강화도로집을 인삼밭으로아들,  우리

[애틀랜타 칼럼] 성공이란 무엇인가

이용희 목사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만약 당신이 성공의 대가를 알고 이것을 지불했다면 당신도 역시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인물이기는 하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