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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혹한 속 대통령 취임식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1-21 13:11:25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대통령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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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대학입시 날만 되면 혹한이 닥친다는 말이 있다. 대학 합격/불합격이 인생을 좌우한다고 믿는 분위기 속에서 입시생들은 태산 같은 중압감 속에 입시 장으로 향하는데, 유독 그 날이면 기온이 급강하해서 수험생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눈보라 휘몰아치고 산천이 꽁꽁 얼어붙는 엄동설한의 계절에 그날만 유독 추울 리는 없다. 온 국민이 그날의 기온과 날씨에 유난히 예민해서 생긴 말일 것이다.

제 47대 대통령 취임식이 연방의사당 원형 홀 안에서 거행되었다. 혹한 때문에 옥외 행사는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경우 4월, 이후 3월 4일에 거행되다가 1933년 수정헌법 20조가 비준되면서 1월 20일로 취임식 날짜가 고정되었다. 아울러 제임스 먼로가 1817년 3월 화창한 날 옥외에서 취임식을 한 이래, 옥외 취임식이 전통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실내에서 취임식이 열린 적이 4번 있었다. 1821년 제임스 먼로 두 번째 취임 때와 1909년 윌리엄 태프트 취임 때는 눈보라 때문에,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두 번째 취임 때는 혹한(화씨 7도)으로, 1833년 앤드류 잭슨 두 번째 취임 때는 혹한에 눈이 쌓인데 다 잭슨의 건강문제로 실내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워싱턴 DC에서 1월은 혹한이 일상이다. 대통령 취임식 날도 예외가 아니어서 때로 대단히 추웠던 날들이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추웠던 취임식 날은 1985년 레이건 두 번째 취임식 날(화씨 7도), 그 다음은 1961년 존 F. 케네디 취임식 날(화씨 22도). 그리고 이번 트럼프 두 번째 취임식 날이 화씨 26도(체감온도 16도)로 3위를 기록한다. 2009년 버락 오바마와 1977년 지미 카터 취임식 날도 화씨 28도로 상당히 추웠다.

그런 날들에 대한 집단 기억이 있고 보면 ‘대통령 취임식 날은 춥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취임식 날 추위 때문에 사망한 대통령도 있고 보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1841년 3월 4일 취임한 제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 대통령은 기록이 많다. 취임 당시 68세로 1981년 레이건 취임 이전까지 최고령 대통령이자 취임연설이 가장 길었던 대통령, 재직 중 사망한 유일한 대통령, 재임기간 단 31일로 최단기 대통령 등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등과 친구였던 해리슨은 국가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하고 강직했던 인물로 생각된다.

취임식 날 정오 기온이 화씨 48도(섭씨 9도)로 상당히 추운 날, 해리슨은 코트도 모자도 장갑도 거부하고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행사장에 섰다. 그리고는 자신이 직접 쓴 장문의 취임사를 장장 두 시간에 걸쳐 하고 그날 저녁 3개 취임축하 무도회에 참석했다. 그리고는 3주 후 감기증상이 생기더니 폐렴으로 발전, 4월 4일 사망했다. 당시 의료진은 취임식 날 추위를 직접적 원인으로 판단했다(현대의학은 원인이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은 실내에서 열렸으니 행사 참가자들이 혹한을 피부로 느꼈을 리는 없다. 하지만 가슴으로 느낀 ‘혹한’은 어떤가.

트럼프의 취임사는, 거칠게 표현하면, 이전 정부의 실책들을 모조리 뒤엎겠다는 것이었다. 이민정책, 청정에너지 정책, 무역정책, 국제관계, 성적 소수계 포용정책 등 바이든 해리슨 정부의 정책들은 모두 잘못되었으니 다 바꿔놓겠다, 그렇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오늘 부로 미국의 황금기가 시작 된다 … 는 선언을 바로 곁에서 들으면서 바이든과 해리스의 가슴 속에는 어떤 칼바람이 몰아쳤을까. 트럼프 당선 후 ‘이민이라도 가야 하나’ 싶던 수많은 미국민들의 가슴 속에는 지금 어떤 불안의 삭풍이 불어 닥치고 있을까. 혹한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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