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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기후변화가 골든스테이트에 내민 청구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1-21 13: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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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시리즈 ‘셀링선셋’(Selling Sunset)은 LA 근교 주택을 매매하는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마치 셀럽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옷차림과 슈퍼카를 타고 다니는 에이전트들은 한 채에 7,500만달러를 훨씬 넘어서는 주택을 사고 판다. 그들은 주택을 팔 때마다 사무실 내 거대한 종(bell)을 치면서 “나, 거래를 성공시켰어”, “축하해줘”라고 서로 포옹을 한다.

그들의 주요 고객은 NBA 농구선수와 할리우드 스타, 성공한 사업가들이다. 셀링선셋이 대박을 치면서 ‘셀링오렌지 카운티’, ‘셀링더시티’, ‘바잉런던’ 등 부동산 에이전트의 삶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가 쏟아졌다. 

미국으로 오기 전 셀링선셋을 보며 베버리힐즈와 베니스 비치 커널, 벨에어, 라구나비치 등 이른바 부촌 동네에 대해 알게 됐다. LA에 오고난 후 한달 만에 이들 동네를 차로 돌아다녔다. 화면에 나온 화려한 주택들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LA에서 직접 생활을 한지 반년이 지난 후 이들 주택이 가진 단점도 알게 됐다. 캘리포니아의 날씨가 워낙 건조한 탓에 화재가 발생하면 ‘힐’(hill)에 사는 사람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셀링선셋에 나오는 에이전트들은 대저택의 크기와 침실 개수, 화장실 개수, 수영장 크기 등만 강조할 뿐 힐에 위치한 대저택이 화재에 취약하며 엄청난 주택 관리비(HOA)와 주택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는다. 

사상 유례가 없는 LA 산불은 지구 온난화가 우리에게 내미는 영수증이다.  이번 산불로 펠리세이즈와 알타데나 등에서만 주택 1만2,000여채가 전소됐다. 대형 은행들은 이번 화재로 인한 보험회사의 손실액이 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에 가입한 주택 소유주들은 피해 금액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상가액이 손실액에 미치지 못하는 주정부의 페어플랜에 가입한 사람들이나 무보험자들은 제대로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주택과 자동차 보험료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보험 전문가는 “보험료가 최소 30~50% 가량은 오를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보상보다 더 큰 문제도 남아 있다. 재건축을 하거나 새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해도 엄청나게 오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건축 자재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더욱 오를 공산이 크다. 이미 LA 인근 주택의 매매 가격과 임대 가격은 꿈틀거리고 있다. 이른바 ‘기후 인플레이션’이 골든스테이트를 집어 삼킨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 때문에 물이 부족한 것”이라고 개빈 뉴섬 주지사를 정면 겨냥했고, 뉴섬 주지사는 “사람들의 비극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쏘아 붙였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기후변화를 둘러싼 두 정치인의 극단적인 정책 기조에 혼란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35년부터 신규 가솔린차 판매 금지’를 천명한 캘리포니아의 정책을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캘리포니아는 새 연방정부와의 소송 비용으로 2,500만달러를 책정해 놓은 상태다. 골든스테이트 주민들의 생명권과 재산권은 정치인들의 기싸움 대상이 아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모두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기후변화의 후폭풍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매년 사상 유례 없는, 역사상 최악이라는 미사여구가 붙은 화재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재앙을 넘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박홍용 LA미주본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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