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천인 무성'이라는데 나같이 속좁은 여자는
푸른 솔의 침묵에 등 기댄다 (시,박경자 푸른 솔 박경자
우뢰같은 그침묵
그 소리없는 그소리
밤새워 푸른 가슴 청풍에 씻어 내고
하늘 우러러
정갈한 머리 카락
그 마음 , 그 푸르름
옛 선비의 가슴
그 맑고, 그 푸르름
'어디 사람 없는냐'--
깊은 산 우뢰같은 산 메아리
오늘같이 길이 보이지 않는 날엔
그 푸른 솔에 등기댄다.
아랫 마을 산자락 밑에 손바닥만한 밭을 팔았다가 다시 사들인 노인에게 왜 이 산골을 떠나지 못하느냐고 물었었더니 산밑을 흐르는 도량물과 바람 때문이었다 말했다. 이른 아침 글을 쓸 이유가 한마디도 없을 때, 홀로 솔밭을 거닐은다. 가끔은 솔등에 기대어 소리 없는 소리, 우뢰같은 그 침묵을 듣는다. 거칠은 외투를 입고 모진 비, 바람 참아내며, 한마디 말이 없는 솔 그 ‘천인 무성’침묵의 향을 배운다. 이 풍진 세상 전쟁이 끝이 없는 세상에 내 작은 가슴으로는 한줄의 시도, 글도 쓸 수 없는 도량이 좁은 여자다. 솔의 가슴에는 옛 선비의 도량, 그 멋, 향기가 스며있다. 그래서 솔에는 나무 옆에 선비 공이 숨어있다. 솔의 가슴에는 살아 숨쉬는 옛 선비의 가슴에 속에 흐르는 온 우주의 생명의 기를 얻는다. 깊은 산안개 덮인 계곡마다 바다가 흐르고 ‘배띄워라’ 우뢰같은 선비의 침묵의 향이 계곡마다 세상에서 잃은 내마음 흔들어 깨운다.
훼이--
훼이--
체로키 인디언의
눈물의 골짜기
스모키 마운 틴
산--
산--
산넘어 산 --
그 침묵의 산--
생명을 키웠다.
수많은 생명들이 태어났다 사라지는
그 가슴 시린 눈물의 골짜기
사람은 무엇하러 지구 별에 왔다가
그 무수한 전쟁을 만들고
상처 투성이 자구 별을
피로 물들이고
안개처럼 사라지는가 --
‘온고 지심’ 옛 선비의 가슴 흐르는 그 멋, 그 지혜는 먼 것에서가 아니라 가까운 것에서 진리를 찾으라는 근사 정신이다. 오늘의 인간 정신도 아무리 과학이 세상을 변화 시켜도 내몸에서 온 우주로 뻗어가는 무한 광대한 우주의 질서를 근본으로 마음의 깊은 진리를 깨닫는데 있다. 인간은 작은 인간일뿐이다. 우주의기를 받아 무한 공대한 우주 질서에 정신적인 기를 세울 때 과학도 철학도 무궁 무진한 정신 세계로 뻗어 나갈수 있다. 사람을 떠난 인간을 대신 할 과학은 하늘이 창조한 인간 세계를 파괴하는 자살행위다.
솔밭 사이 심어 놓은 바위들이 솔의 침묵의 동반자다.
둘다 말이 없어 ''천인 무성'' 그 침묵의 향이 내 영혼을 적신다.
솔밭 사이 분꽃들이 밤마다
별들을 빛을 모아 꽃잎을 새기고
그 맑은 웃음 소리
그 영혼의 신의 숨결
잠자는 내 영혼을 흔들어 깨운다.
내 어머님이 시집 오실때
꽃씨를 깨어서 분을 바르셨다는
내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
분꽃에는 어머니와 딸의 가슴이 울고 웃는다
솔사이 별들이 가꾸어 온 분꽃
겸허한 내 어머니 그리움 가슴
타향살이 설움의 한의 눈물
영혼의 울음되어
별밤을 적신다.( 박경자 시 분꽃 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