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경동나비
엘리트 학원

[뉴스칼럼] 주민발의안 이야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0-17 11:26:07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주민발의안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사전 투표가 한창이다. ‘11월5일 대통령 선거’라는 날짜는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는 의미가 없다. 각 주마다 다양한 투표 방법이 도입되면서 우편을 통해 주사위는 이미 매일 던져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한 표는 물론 소중하다. 하지만 의미 없는 표도 있다. 던지는 동시에 죽어 나가는 표들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아무리 트럼프에게 투표해도 당락에 영향이 없다.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곳은 대통령 선거에서는 관심 밖의 지역이다. 선거인단 제도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의 선출직 공직자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민발의안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이번 선거에 나온 캘리포니아 주 주민발의안(proposition)은 10건, 카운티와 시 단위 주민발의안(measure)은 지역 마다 다르다. 한국어 투표용지를 받았다면 한글로 번역된 것만으로는 발의안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정보를 모으고, 들여다보는 수고를 해야 정확한 내용과 발의 배경 등을 알 수 있다.

주민발의안은 대표적인 직접 민주제의 하나지만 더 나누면 법안 제정권(initiative)과 법안 거부권(referendum), 두 가지가 있다. 제정권은 새 법을 만드는 것이고 거부권, 비토권은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의 가부를 주민들이 최종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연방법에는 이런 제도가 없다. 주에 따라 달라 법안 제정권은 24개 주, 거부권은 26개 주가 도입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두 제도가 모두 시행되고 있다. 법안 제정권의 주요 이슈는 주로 메디케이드(캘리포니아는 메디칼) 낙태권 보장 최저임금 인상, 거부권은 주로 세금에 관한 것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각 주의 의회는 지난 5년간 발의안이 주민 투표에 부쳐지는 요건을 더 어렵고,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의회 고유 권한인 입법권을 일반 유권자들과 나눠 가진다는 것이 탐탁치 않기 때문이다. 주민발의안에는 유권자 스스로 선출한 대표자를 신뢰하지 않거나 의지하지 않는다는 뜻이 내재돼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지금 미국의 의회 제도에 대해 28% 정도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말 실시된 전국 단위의 조사 결과인데, 그 전 조사에서 35% 정도이던 만족도가 의회 난입사건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의제에 대한 만족도는 민주당 38%, 공화당 유권자 17%로 지지 정당에 따라 차이가 컸다. 정규 교육 연한, 이른바 가방 끈이 짧을수록 의원과 의회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미 유권자들도 미국의 양당제에 절망하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정치 양극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 공화 두 당의 입장이 맞설 때 많은 유권자는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기대하지만 두 당은 갈수록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를 용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둘 다 싫다’는 무당층이 늘어난다.

대다수 주는 일당 독주 체제다. 특정 정당이 주지사, 주 상원, 주 하원을 독점하고 있는 주가 40개에 이른다. 다양한 시각의 여론 수렴을 기대하기 어렵고, 권력 분점은 먼 나라 이야기다. 이런 정치 상황에 대한 절망이 주민발의안 발의를 부추기는 요인의 하나로 분석된다. 

지난 2000 년부터 지난해까지 24개 주에서 투표에 부쳐진 주민발의안은 2,500건이 넘는다. 이중 3분의 2인 1,600 건이 통과됐다. 전체 주민발의안의 60%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오리건, 워싱턴, 콜로라도, 노스 다코다 등 서부의 6개 주에서 발의됐다. 캘리포니아의 유권자로서는 어차피 물 건너 간 대통령 선거보다 최저 임금 인상안 등이 포함된 주민발의안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게 맞을 것 같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벌레박사 칼럼] 엄청 큰 주머니 쥐(possum)가 나타났어요

벌레박사 썬박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파섬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 쥐 종류의 동물이다. 파섬은 일반적으로 덩치도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법률칼럼] 추방재판후 입국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법 INA §212(a)(6)(B)에 따르면, 추방재판 출두 통보서를 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않고 출국했을 경우, 해당 외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스 박사의 책 <인생수업>에는 열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보

[뉴스칼럼] 연말의 숙제, 선물 샤핑

연중 최대 샤핑시즌이다. 온라인 샤핑이 대세라고는 해도 이것저것 살피고 만져보고 비교해보며 샤핑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실물 샤핑 센터. 샤핑몰 주차장마다 밀려드는 차들

[뉴스칼럼] 계엄… 알고리즘과 닭 싸움

유튜브가 영 재미없다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를 켜면 농기구만 뜬다고 한다. 그는 농사와 정원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유튜브에서 농기구를 검색하곤 했다. 영특한 유 선생이 이걸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비서방 국가로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룬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 한국전쟁, 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좀처럼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삶과 생각]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불빛이 보이지 않아 사방이 어둡다. 산길을 벗어나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30여 분 달렸다. 도무지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들판이 이어

[신앙칼럼] 출입문의 모략(Conspiracy Of Entrance, 신명기Deuteronomy 18:1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네 형제 중에서 너를 위하여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일으키시리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을지니라.” 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