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금호타이어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삶과 생각] 내가 좋아하는 가방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0-03 11:55:28

삶과 생각,김영화,수필가,가방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나는 직장을 은퇴한 후 여행을 즐겨 다닌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딱 맞는 가방을 고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번 가방을 꾸릴 때마다 여행의 목적과, 계절, 장소에 따라 그 내용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인가 해외인가, 장기인가 단기인가, 이동이 많은가 적은가, 정장과 구두가 필요한가 없어도 되는가 등에 따라 짐 내용이 달라지니 그걸 담을 가방도 당연히 달라진다.

어떤 사람들은 짐을 꾸리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가방을 꾸리면서 의견이 달라 얼굴을 붉힐 때도 있다. 남편은 최소한의 짐을 간단히 등산용 백팩에 꾸리는 편이고 나는 혹시 다른 일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나 응급상황에 필요한 것과 약품 등까지 준비해서 넣기 때문에 짐이 많다. 어떤 짐이든 여유 있게 다 들어가는 친절한 가방이 있으면 좋겠지만 어디 그런 가방을 쉽게 찾을 수 있겠는가?

여행 가방에 따른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했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알맞은 가방을 고르지만 별로 신통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아프리카 여행 때였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호텔에 큰 가방을 두고 3박4일 탄자니아, 세렝게티의 사파리 구경 갈 때는 큰 버스로 이동하였기에 기내용 바퀴가 있는 가방과 작은 손 가방으로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남아공의 킴벌리 공항에서 경비행기로 케이프 타운 공항으로 이동할 때는 작고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 편리했다. 팔 힘이 없는 나는 바퀴 달린 소형 슈트케이스를 선호하지만, 비포장도로에서는 덜그럭덜그럭 시끄럽고 바퀴가 쉽게 고장이 난다.

 여행 갈 때마다 내가 애용하는 작은 끈 가방이 있다. 아주 오래전에 어느 여행사에서 선물로 받은 검은색 비닐 가방이다. 사용해 보니 아주 편리하고 가볍고 탄탄하다. 앞뒤로 웬만한 여권, 책 한 권, 항공권, 핸드폰 등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지퍼 주머니가 있고 안으로도 돈이나 귀중한 것을 넣을 두 개의 작은 지퍼 주머니와 한 벌의 내의와 세면도구, 간단한 화장품, 약, 선 글라스 등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주머니가 두 개가 있어서 일일 여행에도 좋고, 장거리 여행 때 손가방으로 어깨에 멜 수 있어서 편리하다. 비닐이라 대충 방수도 돼서 배를 타고 나가거나 폭포 구경을 갈 때도 좋다. 또 더러워지면 물 빨래하면 새것처럼 반질반질해진다. 

가방 하나로 3~4주 여행할 수 있는 크기의 마땅한 가방을 찾지 못했다. 가능한 작은 손가방과 한 개의 큰 가방으로 짐을 꾸리려고 한다. 요즘 항공사마다 가방이 하나 이상일 때마다 요금을 더 내게 하고 짐 찾을 때도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출장을 자주 다니는 아들이 가르쳐 준 대로 작은 빨랫비누 한 조각을 가지고 가서 틈나면 옷을 깨끗이 빨아 입는다. 대신 쉽게 마를 수 있는 소재의 옷을 준비한다. 그리고 오래 입어서 낡았다든가 버려도 되겠다는 속옷, 양말 등을 가지고 가서 입고 호텔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 여유가 있는 자리에 혹 쇼핑한 물품들을 가져오면 다른 가방을 꾸리지 않아도 돼서 좋다. 물론 쇼핑을 넘치게 많이 했다면 그도 소용이 없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방은 명품은 아니지만 그 가방에 명품의 영혼을 담고 싶다. 여행 가방의 무게와 부피, 그리고 내용물에 따라 여행의 질과 품격이 달라진다. 어느 시인은 인생을 잠시 세상에 소풍 나온 것이라고 했다. 소풍 같은 한 평생 살아가는 동안 우리 안에 어떤 내용물을 어떻게 채우며 살아가는 가는 그 삶의 질과 품격을 결정짓는다. 내 영혼을 풍요롭게 만드는 감사를 담을 수 있는 작은 가방, 그것이면 어디를 가든지 행복하다.

다음 여행에는 사랑의 나눔으로 채울 큰 가방 하나와 작은 비닐 가방을 들고 가려고 한다.

<김영화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시론] 당파라는 사심
[시론] 당파라는 사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가니 국회대로 사거리 여기저기에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국민은 옳았고 정치가 틀렸다!”, “윤석열 정권의 신친일 행각, 서민경제 폭망, 의료대란! 이게 나라

[신앙칼럼] 영혼의 마그나 카르타(The Magna Carta of Spirit, 요한복음John 14:2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있나니, 있나니, 있나니”로 하늘에 거룩한 소망을 두면, 반드시 찾아오는 것은 “복이 있나니”로 <영혼의 마그나 카르타(The

[삶과 생각] 내가 좋아하는 가방
[삶과 생각] 내가 좋아하는 가방

나는 직장을 은퇴한 후 여행을 즐겨 다닌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딱 맞는 가방을 고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번 가방을 꾸릴 때마다 여행의 목적과, 계절, 장소에 따라 그

[뉴스칼럼] 오타니의 ‘가장 위대했던’ 시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 50도루를 달성해 ‘50-50 클럽’ 창시자가 된 오타니 쇼헤이가 위대했던 2024년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의 최종 성적은 54홈

[미국은 지금] 민족의 명절 추석 잔치에서

2024년 9월 28일 뉴저지 버겐카운티 오버팩 공원에서 열린 뉴저지 한인회 주최 추석 맞이 잔치에서 처음으로 고려사람 동포들과 중국출신 동포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기나긴 세월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사랑의 맑은 선율이 흐르는 곳에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사랑의 맑은 선율이 흐르는 곳에서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사랑의 맑은 선율이 흐르는 곳에서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만남을 원한다.나이 들면서 사고력과 마음이 경직되기 쉽다. 나이 들어 완고해지

[나의 생각] "하나님이 이끄는 손길"

예전에 손양원 목사가 자기 아들을 죽인 죄수를 용서하고 양자로 삼아 훌륭한 인물로 양육했던 아름다운 이야기와 같은 일이 미국에도 있다. 감리교 기관지에 소개된 하드포드(Hart F

[삶과 생각]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요즈음은 더욱 실감하고 있다. 2024년 정월 초하루에 대망의 새해를 맞이하여 큰 꿈을 이루리라고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흘

[뉴스칼럼] 백수 대통령

동양화를 보면 학과 소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조선시대 말기 그림에는 특히 학과 소나무가 자주 나오는데 이는 실제 풍경을 그린 그림은 아니다. 학은 소나무에 앉지 않는다. 학이나 소

[산골 일기] 가을로 가는 길
[산골 일기] 가을로 가는 길

산골에는 가을이 일찍 찾아온다. 지구를 벌겋게 달궜던 이상 기후도 달력이 9월 하순을 넘기자 아침저녁으로 한기를 전해준다. 산골에서 여름내 함께 햇빛을 나누며 함께 소나기도 맞았던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