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삶과 생각] 내가 좋아하는 가방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0-03 11:55:28

삶과 생각,김영화,수필가,가방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나는 직장을 은퇴한 후 여행을 즐겨 다닌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딱 맞는 가방을 고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번 가방을 꾸릴 때마다 여행의 목적과, 계절, 장소에 따라 그 내용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인가 해외인가, 장기인가 단기인가, 이동이 많은가 적은가, 정장과 구두가 필요한가 없어도 되는가 등에 따라 짐 내용이 달라지니 그걸 담을 가방도 당연히 달라진다.

어떤 사람들은 짐을 꾸리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가방을 꾸리면서 의견이 달라 얼굴을 붉힐 때도 있다. 남편은 최소한의 짐을 간단히 등산용 백팩에 꾸리는 편이고 나는 혹시 다른 일행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나 응급상황에 필요한 것과 약품 등까지 준비해서 넣기 때문에 짐이 많다. 어떤 짐이든 여유 있게 다 들어가는 친절한 가방이 있으면 좋겠지만 어디 그런 가방을 쉽게 찾을 수 있겠는가?

여행 가방에 따른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했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알맞은 가방을 고르지만 별로 신통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아프리카 여행 때였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호텔에 큰 가방을 두고 3박4일 탄자니아, 세렝게티의 사파리 구경 갈 때는 큰 버스로 이동하였기에 기내용 바퀴가 있는 가방과 작은 손 가방으로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남아공의 킴벌리 공항에서 경비행기로 케이프 타운 공항으로 이동할 때는 작고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 편리했다. 팔 힘이 없는 나는 바퀴 달린 소형 슈트케이스를 선호하지만, 비포장도로에서는 덜그럭덜그럭 시끄럽고 바퀴가 쉽게 고장이 난다.

 여행 갈 때마다 내가 애용하는 작은 끈 가방이 있다. 아주 오래전에 어느 여행사에서 선물로 받은 검은색 비닐 가방이다. 사용해 보니 아주 편리하고 가볍고 탄탄하다. 앞뒤로 웬만한 여권, 책 한 권, 항공권, 핸드폰 등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지퍼 주머니가 있고 안으로도 돈이나 귀중한 것을 넣을 두 개의 작은 지퍼 주머니와 한 벌의 내의와 세면도구, 간단한 화장품, 약, 선 글라스 등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주머니가 두 개가 있어서 일일 여행에도 좋고, 장거리 여행 때 손가방으로 어깨에 멜 수 있어서 편리하다. 비닐이라 대충 방수도 돼서 배를 타고 나가거나 폭포 구경을 갈 때도 좋다. 또 더러워지면 물 빨래하면 새것처럼 반질반질해진다. 

가방 하나로 3~4주 여행할 수 있는 크기의 마땅한 가방을 찾지 못했다. 가능한 작은 손가방과 한 개의 큰 가방으로 짐을 꾸리려고 한다. 요즘 항공사마다 가방이 하나 이상일 때마다 요금을 더 내게 하고 짐 찾을 때도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출장을 자주 다니는 아들이 가르쳐 준 대로 작은 빨랫비누 한 조각을 가지고 가서 틈나면 옷을 깨끗이 빨아 입는다. 대신 쉽게 마를 수 있는 소재의 옷을 준비한다. 그리고 오래 입어서 낡았다든가 버려도 되겠다는 속옷, 양말 등을 가지고 가서 입고 호텔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 여유가 있는 자리에 혹 쇼핑한 물품들을 가져오면 다른 가방을 꾸리지 않아도 돼서 좋다. 물론 쇼핑을 넘치게 많이 했다면 그도 소용이 없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방은 명품은 아니지만 그 가방에 명품의 영혼을 담고 싶다. 여행 가방의 무게와 부피, 그리고 내용물에 따라 여행의 질과 품격이 달라진다. 어느 시인은 인생을 잠시 세상에 소풍 나온 것이라고 했다. 소풍 같은 한 평생 살아가는 동안 우리 안에 어떤 내용물을 어떻게 채우며 살아가는 가는 그 삶의 질과 품격을 결정짓는다. 내 영혼을 풍요롭게 만드는 감사를 담을 수 있는 작은 가방, 그것이면 어디를 가든지 행복하다.

다음 여행에는 사랑의 나눔으로 채울 큰 가방 하나와 작은 비닐 가방을 들고 가려고 한다.

<김영화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노년층이 반드시 알아야 할 메디케어 사기: 일상 속 실제 경고 신호

전국 아시아 태평양 노인센터 (National Asia Pacific Center on Aging, NAPCA) 메디케어 사기는 명세서에 찍힌 낯선 금액, 한 통의 전화, 혹은 주

[법률칼럼] 9월 이민법 대전환, 낡은 서류 한 장과 성급한 출국이 운명을 가른다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행정이 9월 중순을 기점으로 빠르게 바뀐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신청서의 날짜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다. 취업허가와 체류신분 신청 양식이 동시에 교체되고,

[행복한 아침] 게으름 변명

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든 어르신들 모임에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 한 분이 합류를 하게 되었다. 여든도 한참 접어든 연세 신데 완벽에 가까운 메이커 업에 화사한 옷에 귀걸이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신실한 삶의 모습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신실한 삶의 모습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매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이 듦의 현실에서 냉철한 사고의 체계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균형을 지녀야 하리라.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3)

18세 자녀의 쇼셜시큐리티 혜택 연장과 학생 재학 보고(SSA-1372-BK) 가이드18세 도달 시 연금 중단 방지법, 풀타임 고등학생 자격 유지 및 학교 인증 절차 총정리 천경태

[신앙칼럼] 카르페 디엠의 피상성 (Superficiality of Carpe Diem, 로마서Romans 8:20)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윤동주는 그의 시 〈소낙비〉에서 '카르페 디엠의 피상성(Superficiality of Carpe Diem)'에 관한 시대정신을 단 몇

[시와 수필] 숙명여대 조지아 동문회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50년 전 꽃 같던 우리가 어느덧 80대 할머니가 되었다. 숙명여대 동문회를 돌아보며 그간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다 혼자 울음을 터뜨렸다.

[삶과 생각] 九 死 一 生 (구사 일생)
[삶과 생각] 九 死 一 生 (구사 일생)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어떤 사람은 한평생을 비교적 편히 살다 가는 행운이 있고 어떤 사람은 파란만장하고 험한 가시밭길을 헤쳐가며 살다 가는 불행이 있다. 인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집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 가운데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차고(Garage)에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후진하다가 차고문을 들이받거나, 기어를 잘못 넣어 집 벽을 들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하는  지름 길

이용희 목사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설득을 시도하곤 합니다.  이런 경향은 세일즈맨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그러나 정말로 완전하게 자신의 뜻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