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 많던 시절부터 안개꽃을 무척이나 좋아하며 사랑했다. 내가 이곳 미국 땅에서 거의 40여년을 꽃과 더불어 사는동안 이곳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도 이 안개꽃을 Baby’s-breath(어린이 숨결) 라고 부르며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주 자상하고 세심한 관심을 가지시는 우리 조물주께서 어느 꽃이나 할 것 없이 신비스럽고도 아름다움의 극치와 각기 특색있는 향기와 색깔을 골고루 갖추고 피어나게 하셨지만 그중에서도 이 안개꽃만은 다른 꽃들보다 또 다른 독특한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게 하신 것이다.
이 안개꽃은 그 줄기가 어느 꽃보다도 더 가늘고 애처로울 만큼 여리지만 그 한 가지에서만도 수십 송이의 꽃망울이 그야말로 티 없는 어린이의 눈망울처럼 아롱다롱 말로는 다 형용할 수 없으리만큼 하얗고 맑고 깨끗하게 환한 미소로 피어나는 꽃이다.
그리고 어느 꽃과 섞어 놓아도 잘 어우러질 뿐만 아니라 이 안개꽃과 같이 섞어 놓은 다른 꽃들 마저도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게 하는 매력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바스켓 꽃이나 다발 꽃에나 화환 꽃을 꽂을 때도 이 안개꽃을 이곳 저곳에 꽂아주며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하게 되면 이 작품들이 더욱더 화사하게 돋보이게 된다.
가끔 나는 일손을 놓고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사람들은 왜 이 작은 꽃만큼도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일까? 꽃 중에 제일 작은 이 안개꽃은 단 한송이의 장미꽃이나 이름 모를 들꽃, 또는 짙은 색깔의 꽃이나 엷은 색깔의 꽃들과도 척척 잘 어울린다. 이 안개꽃은 누구에게나 많은 사랑을 듬뿍 받고도 남을 꽃 중에 꽃인 것이다.
또 한가지 이 꽃의 특징은 생화로 꽃꽂이를 할 때도 화사하고 아름답지만 한아름 잘 말려서 다른 꽃들과 섞어 꽂아도 참 오랫동안 아름답고 화사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아무 꽃과도 섞지 않고 이 안개꽃만으로 한아름 꽂아놓고 보노라면 어찌 그리도 아름답고 은은하게 내 마음에 안겨오는지 와락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가슴이 시려 온다.
이렇게 한참을 이 꽃을 들여다 보노라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의 사랑스러운 미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소녀시절에 느꼈던 안개꽃은 맑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처럼 뭉게뭉게 하얀 솜 구름 같이 깨끗하고 맑아서 좋아했고 조금 더 성숙한 처녀가 되었을 때는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저 산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안개 꽃이 뽀얗게 낀 안개처럼 느껴져 이 꽃들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고 그 후 결혼하여 아이들 엄마가 되었을 때는 그 귀여운 안개꽃들이 티 없이 맑게 자라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같이 느껴져 좋아했었다.
그러면서 나의 안개꽃에 대한 느낌은 세월에 따라 계속 바뀌어 지금 나에게 이 안개꽃은 일생을 사지에서 목숨 바쳐 선교하는 수많은 선교사들의 짙은 사랑의 기도가 뭉쳐져 피어나는 하얀 마음의 꽃 같이도 느껴지고, 지구촌 어디에서 신앙의 자유를 달라고 울부짖는 하나님의 자녀들 눈물 방울이 모여져 하얗게 피어난 듯한 느낌도 들고, 어둡고 황량한 거리에서 방황하는 자녀들을 위해 밤이 새도록 간절한 기도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들의 사랑의 눈물 방울이 모여 고결하게 피어난 듯도 하고, 이 세상에 계실 때 수많은 어린이들을 품에 안으시고 사랑하셨던 주님의 그 자애로운 사랑의 미소가 활짝 피어나는 듯하여 나는 언제까지나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이 안개꽃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사랑하리라.
“누구에게나 한결 같이 티 없이 밝게 웃어주는 너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 마음에 너를 닮은 꽃을 피우고 싶다. 초라한 꽃에도 화려한 꽃에도 고상하게 골고루 너의 하얀 미소로 다독거려주면 모두 다 너를 닮은 웃음으로 피어 아름답구나. 그러면서도 너는 아직도 풋풋한 생명의 젖내를 풍기며 어린 아기들의 맑은 영혼을 닮은 채로 깨끗한 샘물처럼 시원스런 너로 인하여 내 가슴 하나 가득 환희의 찬미가 흐른다”
<김영란 두리하나USA 뉴욕대표, 탈북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