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수야 없겠지
긴 말하지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는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시인 마종기, 1939년생, 영상의학과 의사, 부친 마해송 시인의 장남)
스치는 바람 처럼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나뭇가지 흔들리는 바람이라 생각지 말라 .
고향 잃은 그리운 이들 수 많은 이별 살아가는 우리들 가슴에 '바람의 말' 처럼 오랜 세월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고운 마음을 그리움을 강물에 띄운다 .
이 세상 사는 동안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음을…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음을…
강물처럼 섞여 마음이 마음을 만나 물처럼, 물결처럼 흐르며
우리 그렇게 좋아하며 할 수 있었으면…
시인의 가슴이 갈 하늘에 구름떠서 강물로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