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37)씨는 지난해 결혼한 뒤 1년 새 몸무게가 10㎏ 이상 늘었다. A씨는 “결혼 전에는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몸매를 관리했는데 결혼 후 게을러져 살이 급격히 찌기 시작했다”고 했다. A씨처럼 30대 후반 남성 비만율이 53.4%로 가장 높은 비만율을 기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려 2명 중 1명꼴로 비만에 해당했다. 반면 여성 비만율은 70대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 살이 가장 많이 찌는 시기에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대한비만학회는 최근 발간한 ‘숫자로 보는 비만 2호’에서 이같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서비스(NHIS)에서 제공하는 표본 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2018~2019년 국가일반건강검진을 받은 성인을 대상으로 비만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다. 성인 비만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으로 정의하며 이를 ‘1단계 비만’이라고 한다.
연구 결과, 비만 유병률이 전반적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으며, 나이나 남녀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우선 남성은 20대부터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다가 35~39세에서 53.4%로 가장 높았다. 30대 후반 남성 2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후 나이가 많아지면서 비만율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반면 여성은 20~30대에서는 비만 유병률이 20% 전후로 낮았지만 40대가 넘어서면서 서서히 증가하다가 70~74세에서 44.6%로 비만 유병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70세가 넘어서 비만 유병률이 증가한 것은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늘어난 데다 허리·무릎 등에도 문제가 생겨 걷기 등 운동에 소홀해지면서 살이 많이 찌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BMI 30㎏/㎡ 이상에 해당하는 ‘2단계 이상 비만’도 남성은 30~34세에서는 12.5%, 여성은 70~74세에서 6.5%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반면 BMI 18.5㎏/㎡ 미만인 저체중은 남성은 80세 이상 나이대(5.5%)에서, 여성은 20~24세의 젊은 나이대(13.4%)에서 가장 비율이 높았다.
한편 만성질환 유병률도 나이가 들면서 함께 늘어났다. 특히 비만일 때 2형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지방간 유병률이 각각 모두 뚜렷하게 높았다. 2형 당뇨병과 고혈압 유병률은 비만인의 경우 비비만인보다 평균 1.9배 높았다.
비만은 국내 성인 1,7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으로, 2형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지방간·심혈관계 질환 등 200여 종의 합병증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주요 건강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음주, 흡연보다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비만 치료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비만 치료제의 적절한 사용과 함께 식이요법, 운동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