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연구팀, 65세 이상 3,018명 조사 결과
‘노쇠(senility)’는 신체 기능이 떨어져 장애를 겪거나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노쇠는 일반적인 노화보다 기능 저하 정도가 심한 상태다. 평소 생활 습관이 불규칙하거나 질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노쇠할 위험이 증가한다.
최근에는 구강 건강도 노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이 들수록 각종 치주 질환과 영구치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강민구 빛고을전남대병원 노년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3,018명의 노쇠 정도와 음식을 씹는 저작(咀嚼) 기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음식을 잘 씹지 못하는 고령인은 그렇지 않은 고령인에 비해 노쇠 비율이 3배가량 많았다.
또 음식을 씹는 기능이 떨어진 고령인은 정상 고령인보다 치주 질환이 많고 치아 개수가 적었다.
전반적인 구강 건강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하면 고령기 노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3,108명을 대상으로 음식을 씹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를 설문조사 형태로 파악했다. 노쇠 여부는 노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36가지 항목을 토대로 분석했다.
노쇠에 영향을 주는 항목으로는 △천식ㆍ당뇨병ㆍ뇌졸중 등 동반 질환 △운동 능력ㆍ사회활동 제한ㆍ난청 등 기능적 평가 △우울ㆍ체중 감소ㆍ스트레스 등 노쇠 징후와 증상 등이 포함됐다.
먼저 전체 대상자 중 건강한 집단은 1,222명, 노쇠 전 집단은 1,014명, 노쇠 집단은 782명으로 나눴다.
건강한 집단 1,222명 중 365명(29.9%), 쇠 전 집단 1,014명 중 426명(42%), 노쇠 집단 782명 중 465명(59.5%)이 씹는 데 어려움이 겪는다고 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연령ㆍ성별ㆍ체질량지수(BMI)ㆍ질병 등이 비슷하도록 수치를 보정해 비교 집단과 분석했다.
그 결과, 씹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령인은 그렇지 않은 고령인보다 노쇠 집단에서 2.68배, 전 노쇠 집단에서 1.49배 많았다.
연구팀은 저작 어려움과 연관된 요인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치주 질환이 있으면 음식 씹는 어려움이 1.29배 증가했다.
사랑니나 충치 치아를 제외한 건강한 영구치가 1개씩 줄어들수록 음식을 씹는 기능은 3%씩 떨어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정희원 교수는 “음식을 씹는 능력이 영양 섭취와 식단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노년기의 전신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며 “평소 구강 검진을 통해 치아 상태를 건강하게 관리해야 하고 음식을 씹는 데 어려움이 있는 노인의 경우 고령 친화 식품이나 보충제 등으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 노쇠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노년 임상 중재(Clinical Interventions in Aging)’에 최근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