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미 종합PMI 54.4
기업 활동 재점화 조짐
9월 금리 인하 확률
66%서 52%로 떨어져
고금리 지속에도 미국의 기업 활동이 또다시 확장하고 있다는 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가라앉는 분위기다. 고금리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미국을 넘어 신흥국 자산 시장까지 흔들렸다.
23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발표한 5월 미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4.4로 2022년 4월(56.0)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51.3)은 물론 시장 전망치(51.2)마저 상회했다. PMI는 기업의 구매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지수화한 것으로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다는 의미다. S&P글로벌의 종합 PMI는 2월 이후 4월까지 두 달 연속 감소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반등했다.
서비스업이 확장세를 주도했다. 시장은 5월 서비스 PMI가 전월(51.3)보다 소폭 감소할 것(51.2)이라고 봤지만 실제로는 54.8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5월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달 제조업 PMI는 50.9로 나타나 시장 전망치(49.9)를 웃돌았다. 전월은 50.0이었다. S&P글로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윌리엄슨은 “두 달간 하락하던 미국 경제가 또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며 “서비스업과 제조업 PMI는 모두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단계가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고용 시장도 강한 추세를 이어갔다.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셋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 5000명으로 전주보다 8000명 줄었다. 블룸버그의 전망치 집계인 22만 명을 하회했다.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강해 예기치 않은 해고가 당초 전망보다 줄었다는 의미다.
전날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기준금리 인상 카드가 살아 있다는 점을 시사한 데 이어 이날 경제지표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 전망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이틀 만에 65.7%에서 52.5%로 낮아졌다. 한 발 더 나아가 다음 달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확률(1.3%)까지 등장했다. 스트라테가스증권의 돈 리스밀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더 많은 진전을 원한다고 했지만 미국 경제는 금리 동결을 연장해야 할 만큼 충분히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변동 전망을 반영하는 2년물 금리는 이날 6.6bp(1bp=0.01%포인트) 뛴 4.944%를 기록했다.
고금리 전망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 떨어지며 2023년 3월 22일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 폭을 보였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신흥국의 자산 시장도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증시지수는 1091.37로 전날보다 0.39% 내려갔다. 미즈호은행의 비슈누 바라탄은 “연준이 고금리를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시장이 초조해 하고 있다”며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신흥국인 아시아 주식과 외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경제=김흥록 뉴욕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