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17%가 원리금 상환
IMF 총재·월가 등 ‘우려’
“미 성장·안정 위태로워져”
대선후보·정치인들 무관심
의 막대한 부채 문제에 관해 경고음이 커지고 있지만 대선 후보들과 정치인들은 무관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지난주 개최된 밀컨연구소의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부채 급증은 주요 이슈로 부각됐으며, 강연자들은 다양한 경고 신호에 관해 논의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6일 대담에서 연방정부 부채가 35조달러에 가깝고 연방 세수의 17%가 원리금 상환에 쓰이는 현실이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런 재정 부담은 필요한 지출을 위축시키게 된다”며 “이런 식으로 영원히 갈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경제에 건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2015년만 해도 연방정부 부채 원리금 상환에 필요한 비용이 연방 세수의 7%였다고 짚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요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도 지난 주말 버크셔 헤서웨이 연례 주총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세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는 국가 부채가 가장 주요한 잠재 위험이라고 평가했고,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의 앤 월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업률이 4% 미만이란 점을 감안하면 재정적자 규모가 역사상 유례 없다”고 말했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현재 96%에서 2030년까지 106%에 이르면서 2차대전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0년 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6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현재 정부 부채는 34조7,000억달러이고, 처음 1조달러가 되는 데 약 12년이 걸렸지만 최근엔 10일 만에 1조달러가 늘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미국의 늘어나는 부채의 긴 그림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 부채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과 안정이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했다.
FT는 부채가 늘어나면 장기 차입 비용이 올라가고 경제 성장세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채권시장 불안은 해외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IMF에 따르면 미국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다른 선진국에선 0.9%포인트, 신흥 시장에선 1%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차기 미국 대통령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이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정책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은 야후 파이낸스 인터뷰에서 “두 후보 모두 부채 문제에 관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T도 현재 미국 정치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적용하면 국가부채가 5조달러 늘어날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부유층 세금 인상 계획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부채는 10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미국의 경제 규모나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로 인해 미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항상 존재하고,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런 점 때문에 정치인들이 안이해지고 부채관리를 위해 필요한 세금이나 지출 관련 결정을 피하면 경제가 위험해진다”고 설명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도 2일 ‘미국의 재정 전망은 재앙적이지만 잊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후보 모두 재정 적자와 부채 문제를 대체로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출을 늘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금을 덜 부과하는 방식으로 모두 미국 부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 고령화에 따라 의료, 노인연금 지출이 확대되는 문제에 관해 한마디도 못 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