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만 해도‘값싼’ 전기차란 말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 전기차 평균 판매가격은 6만6,000달러로 동급 개솔린 차량보다 약 1만8,000달러나 비싸게 팔려 나갔다. 중고 전기차(매물을 찾을 수 있었다면) 가격도 오리지널 판매가에 팔릴 정도로 전기차는 차량 매매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중고가 2년 전 대비 반값
최대 4천 달러 인센티브
선택의 폭 훨씬 다양해져
배터리‘수명·성능’개선
몸값이 치솟던 전기차 가격이 최근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동급 개솔린 차량과의 가격 차이도 크게 줄고 있고 일부 경우 아예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2027년쯤 새 전기차가 동급 개솔린 차량과 같은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중고 전기차의 경우 정부 인센티브, 공급 증가, 업체 간 경쟁으로 이미 개솔린 차량보다 싸게 팔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분석가들은 중고 전기차 구입에 유리한 시기가 찾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의 중고 전기차 판매량은 가격 하락에 힘입어 사상 최고 수준인 40만 대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판매량의 두 배 수준이다.
■중고 전기차 가격 가파른 하락
시카고 대학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는 대부분 두 가지를 먼저 고려한다. 첫째는 가격 조건, 두번째는 공공 충전기 여건이다. 공공 충전기 시설은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630개가 넘는 고속 충전기가 설치됐고 50억 달러 규모 연방 정부 예산 덕분에 설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해당 예산은 주를 연결하는 프리웨이 50마일마다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계획에 할당됐다.
팬데믹 기간 치솟은 전기차 가격은 공급이 늘면서 현재 가파른 하락세다. 전기차 선두 주자인 테슬라가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가격 인하 공세를 펼치자 대부분 전기차 모델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다.
차량 정보 매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2022년 7월 7만1,000달러까지 올랐던 중고 테슬라 모델 Y(2021년 모델)는 현재 반값도 안 되는 3만2,0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테슬라 모델 3 중고차 판매 가격은 올해 3월 평균 2만5,000달러로 전체 중고차 평균 판매가보다 15%나 싼 가격에 시장에 나오는 상황이다.
전기차 구입 시 주어지는 정부 인센티브까지 고려하면 전기차 구입을 늦출 이유가 없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2만 5,000달러 미만 중고 전기차 구입시 구입 가격의 최고 30% 또는 최대 4,000달러를 구입과 동시에 할인받을 수 있다. (소득 기준 적용)
각 주정부와 유틸리티 업체가 제공하는 혜택까지 고려하면 전기차 실제 구입 가격은 더 낮아진다.
■선택 폭도 넓어져
초기 전기차 구매자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 불만족스러운 수준의 차량을 구입한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중반 출시된 초기 전기차는 속도가 늘리고 승차감이 불편한 데다 출력이 낮았지만, 현재 상황은 180도 역전됐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약 54종에 달하는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 차량들은 자동차 업계 상을 휩쓸며 우수한 조건을 자랑한다. 올해 북미 최고 차량 최종 후보에 오른 9개 차량 중 전기차가 6개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고 전기차가 일반적으로 마일리지가 낮고 잘 관리되는 편으로 평균 중고차에 비해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헤르츠 등 일부 렌터카 업체도 보유 전기차를 중고 시장에 매물로 내놓기 시작했다.
렌터카 업체가 보유한 중고 전기차는 개인 전기차 운전자에 비해 평균 마일리지가 높을 수 있지만 업체 전문 인력에 의한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가 실시되는 편이다. 차량 전문가들은 중고 전기차 구입 시 외부 손상, 일상적 사용에 의한 마모 정도, 서스펜션과 같은 비정기적 관리 상태를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배터리 ‘수명·성능’ 개선
전기차 배터리가 스마트폰 배터리처럼 금세 닳아 교체해야 할 것으로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다. 전기차 전문가들에 의하면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스마트폰과 완전히 다른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로 여러 연구 결과 오랜 수명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교한 냉각 하드웨어와 관리 소프트웨어 기술로 대부분 배터리 수명은 차량 수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 전문 조사기관 리커런트는 2011년부터 전기차 약 1만5,000대에 장착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 손실 정도를 조사해 오고 있는데 배터리 용량 저하가 S 곡선을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에 따르면 충전당 250~300마일을 주행하는 최신 전기차의 경우 첫 2만 마일 주행거리까지는 최대 주행 거리에서 약 20~40마일에 해당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이후부터는 배터리 용량 손실이 연간 약 1%로 안정된다는 것이 리커런트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리커런트의 설명대로라면 주행거리 341마일짜리 테슬라 3 모델의 경우 10년간 운전한 뒤 최대 주행거리가 약 300마일로 단축될 수 있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배터리 성능에 대한 자신감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2010년 전기차 리프를 출시한 닛산은 초기 리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오리지널 배터리가 지금까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결함률도 낮아지는 추세다. 리커런트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약 전체 전기차 배터리 중 1.5%가 리콜과는 별도로 교체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2016년 모델 이후로는 교체율이 0.5% 미만으로 떨어졌다.
만약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면 6,500달러에서 2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아도 된다. 전기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배터리에 결함이 발생하거나 용량이 기존 용량의 70~75% 수준으로 떨어지면 정부 규정에 따른 보증 정책을 적용받을 수 있다. 또 일반 차량의 파워트레인 보증 기간이 5년 또는 6만 마일인 반면 전기차 배터리 보증 기간은 정부 규정에 따라 8년 또는 10만 마일까지 적용되면 가주의 경우 10년 또는 15만 마일로 연장 적용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