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항문암·음경암 등 남녀 모두에 암 유발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ㆍ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HPV는 자궁경부암 뿐만 아니라 곤지름 등 생식기 사마귀·외음부암·두경부암·구인두암(편도선ㆍ목젖 등 목 안쪽에서 생긴 암)·항문암·음경암 등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HPV가 남녀 모두에게 암을 유발하는 요인인 셈이다.
이 때문에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무료 접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HPV는 200종이 넘고 이 가운데 40여 종이 성 접촉으로 전염되기에 성생활을 하는 남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HPV에 감염되면 자연히 없어지기도 하지만 1개월~수년간 잠복하고 있다가 갑자기 암을 유발한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이기도 하지만 생식기 사마귀·외음부암·두경부암·구인두암·항문암·음경암 등도 일으킨다는 것이 드러났다.
국제유두종바이러스협회(IPVS)는 전체 암의 5% 정도가 HPV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HPV가 항문암의 90%, 음경암·구인두암의 60%를 유발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HPV가 일으키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HPV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남성도 HPV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근거는 아주 다양하다”며 “남성이 여성보다 HPV 감염 위험이 크고, HPV의 자연 소실률도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방접종을 하면 HPV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 HPV 예방백신으로는 서바릭스(GSK)·가다실(MSD)·가다실9(MSD) 등 세 가지 백신이 나와 있다. 예방 가능한 HPV 유형은 서바릭스가 2개, 가다실은 4개, 가다실9은 9개다.
가다실9의 경우 기존 가다실이 보유한 4가지 혈청형(6·11·16·18형)에 5가지 혈청형(31, 33, 45, 52, 58)을 추가됐다. 가다실9은 9~14세는 2회, 15~26세는 3회 접종을 마쳐야 하며 성별에 상관없이 남녀 모두 접종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외음부암·질암·항문암·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HPV 유형을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
영국·호주는 이미 2007, 2008년에 HPV 백신을 남녀 모두에서 포함시켜 현재는 남녀 접종률이 모두 70~80%에 달해 집단 면역에 도달했다. 이 때문에 2030년 이전에 자궁경부암을 완전 퇴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영국·호주 등 21개 OECD 회원국은 이미 남녀 모두 가다실9 접종을 국가 사업을 채택해 높은 예방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칠레·핀란드 등와 함께 2가와 4가 HPV 백신만 지원하고 있다. 특히 여성 청소년만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과 멕시코,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등 6개국에 불과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