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 보는 트럼프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이하 트럼프)의 절대적인 지지층은 보수주의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다. 두 번의 이혼, 세 번의 결혼, 잦은 성 추문과 같이 복음주의 기독교 교리와 반대되는 삶을 산 그를 기독교인들이 왜 대통령으로 선출했고 여전히 열렬히 지지하는지가 의문이다.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기독교인들은 트럼프가 그다지 종교적이지 않지만 기독교인 대변에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생각을 밝혔다.
▲백인 복음주의 선호도 압도적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월 13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성인 1만 2, 693명을 대상으로 트럼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 조사를 벌였다. 조사에 의하면 이미 알려진 대로 기독교인 중 복음주의 교단 교인들의 트럼프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기타 기독교 교단과 다른 종교 교인의 트럼프 선호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고 선호하지 않는 교인이 오히려 많았다.
조사에서 전체 성인 중 트럼프 선호 비율은 39%로 비선호 비율 60%에 비해 훨씬 낮았다. 종교별 선호도에서는 백인 복음주의 교인의 선호 비율이 67%로 비선호 비율(33%)을 두 배 넘게 앞섰다. 백인 가톨릭 신자의 선호 비율 역시 51%로 비선호 비율(49%)을 앞섰지만 나머지 교단과 종교의 선호도 비율은 모두 비선호도가 더 높았다. 트럼프의 이스라엘 공개 지지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유대인 사이에서도 선호도는 21%로 비선호도(79%)에 비해 크게 낮았다.
▲ 기독교인 잘 대변할 것 같아 선호한다
트럼프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번 조사에서 그를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보는 시각은 매우 적었다. 트럼프를 선호한다는 응답자 중 그가 ‘매우 신실한’(Very Religious) 기독교인인 것 같다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그이 기독교 신앙이 ‘어느 정도’(Somewhat) 신실한 것으로 보인다는 응답이 51%로 가장 많았지만 전혀 신실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38%로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의 선호 이유는 그의 신앙 때문이 아니었다. 트럼프 지지자 중 절반을 넘는 51%가 그가 기독교인의 신앙을 보호하고 대변할 것 같다는 믿음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는 이유를 밝혔다. 이 중 24%가 기독교계 대변 역할을 매우 잘 수행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트럼프 절대 지지층인 백인 보수주의 기독교인 중에서도 그의 기독교 신앙이 매우 신실하다는 생각은 9%에 불과했다.
▲ 중간 신앙도 교인 선호도 가장 높아
이처럼 트럼프의 기독교 신앙에 대한 엇갈린 평가 때문에 그의 지지층 중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분류하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른바 ‘명목상 교인’이 많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교인의 트럼프 지지도도 상당히 높게 조사됐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의 선호도는 약 47%로 명목상 교인의 선호도(46%)와 비슷했다. 백인 복음주의 교인 중에서도 정기 출석 교인의 트럼프 선호도는 68%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교인의 선호도(64%)보다 조금 높았다.
기독교인을 포함한 종교인들의 신앙도에 따른 트럼프 지지도는 중간 정도의 신앙도를 지닌 교인 사이에서 가장 높았다. 퓨리서치 센터는 매주 예배 출석, 매일 기도, 신앙이 인생에 차지하는 가치 등을 기준으로 교인의 신앙도를 상, 중, 하로 구분했다. 트럼프 선호 교인 중 신앙도가 중인 교인의 비율이 62%로 가장 높았고 신앙도가 상인 교인의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