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타는 듯하고 속이 쓰리고 따갑다. 입에서 시큼하고 씁쓸한 맛이 날 때가 있다. 간혹 목에 무언가 걸린 느낌이 들고 자주 기침이 난다.”
위 속 음식물이 식도를 역류하면서 발생하는‘역류성 식도염(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GERD)’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재발이 잦고 증상의 호전 악화가 반복되는 게 더 문제다. 환자가 한 해 500만 명 넘게 이 질환으로 치료를 받는데, 20~40대‘젊은’ 환자도 200만 명에 달한다.
20~40대 젊은 환자만 200만 명 달해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배달 음식 위주 패스트푸드, 고지방식, 커피, 탄산음료나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매운 음식을 즐기거나 집에서 혼술, 야식 후 바로 눕는 습관 등이 위 식도 역류 질환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명치가 타는 듯한 느낌 들어
음식물을 삼키면 식도를 거쳐 위에 도달한다. 그러면 위는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위산을 분비하고 소화를 위해 움직인다. 이때 위에서 위산과 내용물 등이 식도로 다시 역류하면서 자극하고 이로 인해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역류성 식도염).
발병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소화 기능이 떨어져 위에 음식물이 오래 머물면서 식도 쪽으로 역류하거나, 식도 기능 저하로 역류된 위산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하부식도 괄약근(식도와 위 사이 근육)의 압력으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식사 후 탄산음료나 커피를 마시면 소화가 잘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부식도 괄약근 활동을 약화시켜 위산이 거꾸로 올라오게 만든다. 과식이나 야식, 식사 직후 눕는 습관, 비만에 따른 복압 상승, 흡연과 음주도 위산 역류 가능성을 높이고 염증을 악화시킨다.
박준철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증상만 살피면 호흡기 또는 심혈관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비슷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역류성 식도염이 심한 상태가 지속되면 여러 합병증이 생긴다. 궤양이 생기기도 하고, 드물게 식도 협착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문제 되는 합병증은 바렛식도다. ‘식도암의 전(前) 단계’로 불리는 바렛식도는 식도와 위 경계 부위가 위산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염증이 생기고, 위 상피세포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바렛식도가 심하면 식도선암과 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발병하는 식도암의 95% 이상은 식도선암이 아닌 ‘식도 편평세포암’이다. 식도 편평세포암은 음주·흡연 등이 주원인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발병하는 식도암 대부분은 역류성 식도염과 관계없다.
역류성 식도염은 대부분 산(酸)억제제(양성자펌프억제제·PPI) 같은 약물로 먼저 치료한다. 보통 4∼8주간 1차 약물 치료 단계에서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치료 종료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임의로 중단하면 1년 이내 50% 이상 재발하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후 곧바로 눕지 말아야
역류성 식도염 치료·예방을 위해서는 잘못된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역류가 발생하기 쉬운 식사 후 3시간 안에는 눕지 말고 야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탄산음료·커피(디카페인 포함)·홍차·초콜릿·오렌지 주스·토마토 주스·박하·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도 하부식도 괄약근 약화에 영향을 주므로 되도록 삼가야 한다. 특히 기름진 음식은 위 속에 오래 남아 있어 역류할 위험을 높이기에 줄여야 한다.
잠잘 때 상체 부위를 15도 정도로 약간 높게 하거나 왼쪽으로 눕는 자세가 좋다. 꽉 끼는 옷 대신 넉넉하고 편한 옷을 입고 식후 3시간 동안은 눕지 말아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식후에 과격한 운동은 역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위산 분비를 늘릴 수 있는 알코올, 신맛 나는 과일도 피하는 게 좋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위산 역류로 속이 쓰릴 때 미역·다시마 같은 수용성 식이섬유를 먹으면 위벽을 자극하지 않아 역류성 식도염 개선에 도움 된다. 김·보리·귀리·바나나·딸기·사과·오렌지 등에도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마시면 속이 코팅돼 괜찮아진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잘못된 속설이다. 우유의 단백질은 위 점막을 보호하고, 우유의 약알칼리 성분은 쓰린 속을 일시적으로 달래주지만 그 이후에 속 쓰림 증상이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몸은 우유에 함유된 칼슘·카제인 성분 등을 음식으로 여겨 몸은 위산을 내보내 속 쓰림이 악화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