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수퍼화요일’ D-1
▶미주리 등 3곳 모두 승리, 트럼프 버지니아로 북진 “가장 위대한 4년 보낼것”
2일 오후 3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유세가 열린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컨벤션센터. 건물 앞으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의 선거 유세 트럭이 지나가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한꺼번에 ‘우’ 하는 소리와 함께 야유를 보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가 오후 6시에 예정돼 있었음에도 유세장 앞은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경한 국경 정책을 이번 대선의 승부수로 내건 가운데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한결 같았다. 자신을 학교 선생님이라고 소개한 스티브 맥(45) 씨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학생들이 미국의 학교 시스템을 망치고 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똑똑히 보고 있다”며 “우리는 준비 안 된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빌 발스모어(70) 씨는 “이민 문제, 경제 문제를 비롯해 조 바이든이 50년 정치를 하면서 한 게 무엇인지 하나만 말해보라”고 따져 물은 후 “우리 버지니아 공화당은 슈퍼 화요일에 그를 몰아낼 수 있는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텍사스 등 16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동시에 미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리는 슈퍼 화요일(5일)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을 향한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많은 주에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데 이날 양당의 최종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대의원 수가 확정된다. 공화당의 경우 전체의 과반인 1215명을 확보해야 최종 후보로 지명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슈퍼 화요일(대의원 874명) 경선을 석권할 경우 이달 중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숫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주리와 미시간·아이다호주 공화당 경선에서도 모두 승리를 거두며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리치먼드 유세에서 본선 상대인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다. 그는 “바이든의 국경 법안은 미국에 대한 침략을 가속화할 것이며 그의 계획은 사회보장, 메디케어, 의료 및 모든 공공교육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슈퍼 화요일 유세는 노스캐롤라이나주를 거쳐 버지니아주를 찾는 ‘북진 동선’으로 짜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3% 미만의 득표율 차로 제친 초경합지로 꼽히며 버지니아주 역시 주요 선거 때마다 민주당과 공화당 우세가 엎치락뒤치락한 곳이다. 뚜렷한 경선 경쟁자가 없는 바이든 대통령 또한 대부분의 주에서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순 압승을 넘어서는 다른 의미로도 주목을 받는다. 이번 슈퍼 화요일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결속력을 확인하는 주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미시간주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정책에 항의하는 아랍계 유권자들의 거센 표심을 확인했다. 민주당 지지자이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지지 후보 없음’에 투표한 유권자 비율이 10%를 넘은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조지아·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미네소타주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집토끼(전통적 지지층)’ 단속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한편 NYT가 시에나대와 지난달 25~28일 미국의 등록 유권자 9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3%)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수행을 강력하게 불신한다는 응답이 역대 최고치인 47%에 달해 바이든 선거 캠프의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NYT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