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행복한 아침] 우리들만의 불혹

지역뉴스 | | 2024-01-12 08:28:20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지난해 세모 무렵 한인 단체들이 나눔에 동참하느라 분주한 틈을 타서 시니어 호칭을 듣고 계신 몇 분들이 만나 힘들게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 연로하신 분들과의 나눔을 위해 의기투합 모의를 하게 되었다. 문득 어느 분께서 이런 행사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마치 우리들만의 불혹을 도모하는 무리로 보인다고 하셨다. 불혹을 나이 40세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전적 의미로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옛 문헌에선 불혹의 의미를 어진 사람은 근심이 없고, 지혜로운 사람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했다. 불혹이란 말을 시니어 삶에 적용하기에 오히려 알맞은 말이라고 이구동성 마음이 모아졌다. 소수의 노년들 끼리 인정한 불혹이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숱한 굴곡을 겪으며 인생 노정의 겨울에 도달한 것이다.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존재가치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면서. 그 간의 가치관을 유지하며 정년을 맞이 했지만 세상은 벌써부터 시선이 달라졌다. 마음은 여전한데 무능한 대열로 대하는 태도들이 역력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 세상이 지켜보는 가치론 등급이 급락함을 감지하게 되면서 내가 인정하는 가치관과의 깊은 갭을 발견하게 된다.

인생은 같은 이음줄 위에 서있는 나그네로 달려가는 사람, 쉬엄쉬엄 가는 사람, 직진만 선호하는 사람, 돌아돌아 가던 사람도 종착지는 오직 한 곳이기에 남은 날까지 감사로 하루들의 문을 열고 닫아야 하리라. 거슬러 보면 시대적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존재감을 인정 받는 힘으로 건너온 세월이었다. 세월에 실려 긴 시간을 버텨온 것에는 부드러움과 유연으로 어떤 풍상에도 낡지 않는 맑음의 지조가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것으로 외람되이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일생이다. 창조주의 가호와 은혜가 있었음을 뿌듯하게 기억하면서 한없이 따뜻하고 깊은 사랑의 보살핌이 우리 시니어들의 남은 날들을 위에 기다리고 있음을 굳게 믿으며 꿋꿋이 흘러드는 세월을 감당해 내야할 것이다. 마냥 달려오느라 지친 걸음새에도 가끔은 일상 중에 미루기를 감행해도 된다며 구비구비 잘 넘겨온 노년의 아낙을 지긋이 감싸준다.

통상적으로 은퇴를 비롯해 배우자 사망이며 주변 친지들의 죽음 등 여상 했던 일상에서 갑자기 없어지는 충격적인 변화를 접하게 되면서 인생의 모진 겨울이 시작된다. 자녀들이 떠나고 빈 둥지 증후군을 겪게 되고, 일터에서도 정년을 당하고, 일정하던 수입도 끊어지고 배우자도 갑작스레 떠나버린다. 알게 모르게 세상이 보는 시선도 각도가 바뀌고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직장 동료를 비롯해 사회 관계망이며 친구 관계까지도 급속히 위축감을 느끼게 된다. 인생 오후로 접어들면 관계망이 급격하게 축소된다. 아침 햇살에 이슬이 사라지 듯. 모든 관계망도 부부만 동그마니 남게 된다. 역할 부재는 스스로를 불필요한 존재로 여기게 되면서 점차 배역이 줄어드는 단역 배우의 공허함을 공감하기에 이른다. 가장으로 중책으로 무게를 느끼고 살아야 했던 날들과는 달리 홀가분해 질 줄 알았던 시간이 공허함으로 다가온다. 인생 오후로 접어들면 역할도 책임도 사라지고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스트레스만 누적된다. 인생의 오전과 오후 입지가 낙차 폭이 상상이상으로 크다. 이에 당황하지만 말고 스스로의 가치 성을 부단하게 가꾸어 가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독특하고 뛰어난 부분을 발견해 가며 때를 관망하며 가꾸어 나갈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해서 생의 다양함을 개발하기 위해 편곡이 필요하게 되는 시기로 접어든다. 오랜 고전도 세월 따라 낡아가지만 다양한 편곡을 통해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되면 아무리 낡고 볼품 없는 작품이지만 새롭게 절대적으로 낡지 않은 작품 대접을 받게 되는 것처럼 늦기 전에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시니어 라인에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노치원생으로 등록을 하게 되었지만 우리들만의 불혹을 꿈꾸게 된다. 인생 오전반과 오후반의 변화를 겪어온 터라 시니어 자리에 서게 된 책무감이 바람직한 인생으로 변모시켜 줄 것이라 믿고 싶다. 보고싶은 사람을 만나고, 나눌 기회에 동참하며, 반성은 부지런히 하되 후회는 아예 접어 버리고, 어색했던 사랑 고백도 주저없이 하며, 주책이라 불릴 만큼 눈물도 감추지 말자.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로 받아들이며. 푸름을 잃어버리고 빈 가지로 남은 가로수처럼 불가사의한 삶의 신비 앞에 더는 놀라울지라도, 더는 실망할지라도 마냥 무덤덤하게 우리들만의 불혹을 가꾸는 노년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건강한 정신력으로 고이 남겨질 추억을 만들어 가려는 의지 위에 불혹이 지닌 깊은 뜻을 새겨갈 일이다. 우리들만의 불혹을 지켜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시민과 결혼 서두르고 망명 신청…트럼프 대비하는 이민자들
미시민과 결혼 서두르고 망명 신청…트럼프 대비하는 이민자들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 공약에 패닉…영주권자도 불안해 시민권 신청대학들, 방학에 본국 가는 유학생에 "트럼프 취임 전 재입국" 권고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을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주택시장 슈링크플레이션… 집 작아지는데 분양가 껑충
주택시장 슈링크플레이션… 집 작아지는데 분양가 껑충

소매업계에서‘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행위가 논란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줄어들다’라는 뜻의‘슈링크’(Shrink)와‘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2025년 주택시장, 올해 최악 상황 벗어난다
2025년 주택시장, 올해 최악 상황 벗어난다

모기지 이자율(30년 만기 고정)이 약 두 달간 상승을 이어간 끝에 11월 셋째 주(14일 발표 기준) 드디어 하락했다. 그런데 하락 폭은 전주 대비 0.01%포인트로 매우 미미한

졸업 후 취업난 걱정 없다… 다양한 특화 전공들‘주목’
졸업 후 취업난 걱정 없다… 다양한 특화 전공들‘주목’

대학을 선택하는 것만큼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전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 진로가 결정된다. 적성과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했다가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흔하

병원 돌고 돈 후에야 판정…‘진단 사각지대’강직성척추염
병원 돌고 돈 후에야 판정…‘진단 사각지대’강직성척추염

허리 통증 외 다양한 증세 디스크와 통증 달라 주의수영은 증상 완화에 도움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무릎에 물이 찼다고 진통제와 물리치료를 받았죠. 어느 날부턴 오른쪽 눈이

“가을단풍 놀이 좋지만, 무릎·발목 부상 주의하세요”
“가을단풍 놀이 좋지만, 무릎·발목 부상 주의하세요”

하산 시 무릎 가해지는 하중 4배 이상 증가반월상 연골판 손상·발목 염좌 가능성 높아 단풍과 함께 등산의 계절이 한창이다. 하지만 일교차가 커지는 이 시기에 호기롭게 등산에 나섰다

10억달러 '조지클루니 테킬라'… 3대 멕시코 술'에 취했다
10억달러 '조지클루니 테킬라'… 3대 멕시코 술'에 취했다

테킬라, 메즈칼, 풀케… 멕시코 전통주의 역사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63)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영화에 한 편도 출연하지 않았다. 요즘도 별 활동이 없다. 물론 그는

헬스장 안 가도…‘케틀벨’ 하나면 운동효과 만점
헬스장 안 가도…‘케틀벨’ 하나면 운동효과 만점

빠르고 간단한 홈트레이닝 법으로 인기근력 훈련에 심폐 운동까지 병행 효과너무 무겁지 않게… 적절한 자세 중요 시카고에 사는 34세 내과의사인 토드 반커코프는 운동을 할 시간이 많지

2세들 족쇄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 재시동
2세들 족쇄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 재시동

‘해외출생·거주 2·3세 한국 국적 자동상실’규정 신설된 개정안 국회입법조사처 제출 한인 2·3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 국적법의 독소 조항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해결하기

추수감사절 연휴 8천만 떠난다
추수감사절 연휴 8천만 떠난다

AAA, 사상 최다 전망 올해 추수감사절 연휴 장거리 여행객이 전국에서 사상 최다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추수감사절 이틀 전인 오는 26일부터 연휴 교통체증이 시작될 것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