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돈줄 막혀…폐업과 파산 이어져
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는 2019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110억달러 투자금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470억달러에 달하면서 스타트업 중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성공한 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위워크는 최근 파산을 선언했다. 위워크의 파산으로 손 회장은 주식에서만 115억달러의 손실을 보았고, 22억달러의 부채가 안게 됐다고 월가는 추정했다.
파산을 선언한 스타트업은 비단 위워크만 아니다. 최근 6주 사이에 거액의 투자금을 받은 스타트업들의 파산 선언이 속출하고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올리브 AI는 8억5,200만달러의 투자금을 받았다가 파산했다. 화물 운송 스타트업 칸보이는 9억달러 투자를 받았다가 파산했고, 주택 건설 스타트업 비브(Veeve)는 6억4,700만달러 투자금을 받았다가 결국 파산했다.
투자기업들이 옥석을 가리면서 투자에 소극적이 되면서 스타트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줄어든 자본에 좀비 기업으로 전락하거나 아예 폐업이나 파산으로 문을 닫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7일 뉴욕타임스(NYT)는 고금리로 자금줄이 마르면서 미국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파산이나 폐업하는 수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 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벤처캐피털(VC)의 투자금을 받은 미국 스타트업 중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올해 들어서만 3,20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스타트업들에게 투자된 금액은 272억달러로 사실상 모두 사라지게 됐다.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카르타의 자료에서도 스타트업들의 침체를 확인할 수 있다. 카르타는 자사 금융 지원 플랫폼에서 최소 1,0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 중 87개가 올해 10월 기준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폐업한 수보다 2배 많은 수치다. 카르타는 “올해가 지난 10년 중 스타트업에게 최악의 한 해”라고 평가했다.
스타트업의 침체 현상은 최근 문을 닫는 사례들이 줄을 잇고 있는 데서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달 1억5,000만달러를 유치한 부동산 스타트업 제우스 리빙도 문을 닫았고, 9월에는 7억7,600만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던 스쿠터 스타트업 버드는 주가 하락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지난 8월에는 16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조달하고 76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자랑했던 스타트업 호핀이 핵심 사업을 단돈 1,500만달러에 매각하고 말았다.
스타트업들의 부진은 높은 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에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밴처캐피털 등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벤처캐피털들은 스타트업의 미래 가치를 보기보다는 당장 살릴 가치가 있는지 등을 보고 투자 스타트업에 폐업하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NYT는 “일부 스타트업들은 현금이 바닥나기 전에 문을 닫고 남은 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다”면서 “그 외의 스타트업들은 ‘좀비’처럼 남은 자본으로 연명하고 있어, 성장은 뒷전”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에서 2022년가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8배나 늘어난 3,440억달러에 달하고 있는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좀비 기업에 파산, 폐업으로 모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