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탐욕의 시대 홀가분히 살기

지역뉴스 | | 2023-11-16 14:52:43

삶과 생각, 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가을이다. 교회 마당의 아름드리 상수리나무가 토실하게 여문 상수리를 아낌없이 떨구고 신록에서 진초록으로 이제는 갈빛이 된 잎을 부지런히 내린다. 내려놓음과 비움이다.

가을나무만큼 내려놓음과 비움의 이치를 여실히 가르쳐주는 스승이 또 있을까? 불가에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가르침이 있다. 버림이요 떠남이다. 이 가을에 나는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비우고 버릴까? 가을나무처럼 잎이 있다면 단 한 잎이라도 좋으니 탐욕의 잎새를 사뿐히 내려놓고 싶다.

몸에서 그림자를 떼어 놓을 수 없듯이 욕심이나 탐욕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삶을 힘들고 무겁게 한다. 욕심과 욕망이 전혀 없을 수 없으나 지나친 욕망 곧 탐욕은 경계해야 한다.

탐욕은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도리를 벗어나거나 한계를 넘어 더 많은 것을 채우려는 욕망이다. 탐욕은 밑 없는 항아리다. 탐욕은 집착을 낳고, 집착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닫히게 하고 마음을 완악하게 한다. 

탐욕은 개인의 내면과 삶을 고통스럽고 무겁게 한다. 탐욕은 또한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세상을 혼탁하게 한다. 과소비, 넘치는 음식물 쓰레기, 과도한 에너지사용, 부동산 투기, 경제적 양극화 등 모두 인간의 탐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쟁도 국가적 탐욕에서 시작된다. 인류와 지구의 평화 그리고 미래세대의 내일을 위협하는 기후재앙도 탐욕의 결과이다. 지금 세상은 탐욕의 시대다.

욕망을 따라 사는 탐욕의 시대에, 다르게 살아야 한다. 탐욕이 빚어내는 무간지옥과 피비린내에서 벗어나 흙냄새, 꽃향내, 사람냄새 맡으며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홀가분한 삶이란 탐욕에서 벗어나는 삶이다. 홀가분한 삶이란 욕구와 욕망의 집인 몸을 입고 살기에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무욕의 추구도 아니요, 채움으로는 결코 채울 수 없는 탐욕의 채움도 아니요, 그저 탐욕에서 벗어나는 삶 곧 해욕(解慾)이다. 

해욕은 마음에 무엇을 더 채우려는 욕망이나, 결핍감이 없을 때의 상태를 말한다. 탐욕에서 해방된 마음이 해욕이다. 해욕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안분지족의 삶을 말한다. 노자는 이런 마음을, 족함을 아는 지족(知足), 멈출 줄 아는 지지(知止)의 마음이라 했다.

해욕으로 경험하게 되는 홀가분한 삶이란 그 실천이 거창하거나 멀리 있지 않다. 삶에 꾸밈이나 치장을 하지 않고 모든 일에 욕심을 줄여가는 일이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를 소사과욕(少私寡慾 사사로움을 줄이고, 욕심을 적게 하라)이라 말한다. 욕망을 부정하는 무욕(無慾)이 아니라 자기의 필요를 줄이고 욕심을 적게 하는 과욕(寡慾)이다. 매사에 끊임없이 자기를 위한 욕심을 적게 하고 줄이는 소사과욕의 실천이 홀가분한 삶이다.

홀가분한 삶은 또한 소유가 아닌 존재와 존재 실현의 삶에서 행복을 얻는 삶이다.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인간의 유한성을 인정하면서 겸손하고, 성실하게 존재를 실현하며 사는 삶이다. 예수께서 말씀 하신 ‘하늘 나는 새를 보고, 들에 핀 꽃을 보며’ 사는 삶이다. 자연의 베풂과 아름다움에 기뻐하고 감사하며 사는 삶이다.

정채봉 시인은 <오늘>이라는 시에서 이러한 삶을 이렇게 노래한다.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시인의 마음이 가볍고 맑아 배부르다. 홀가분하다. 어디 탐욕이 있는가, 탐욕에서 벗어난 해욕의 삶을 보여준다. 이 가을, 남김없이 내려놓고 비우는 가을나무를 스승 삼아, 탐욕에서 벗어나 홀가분히 해욕의 삶을 살고 싶다. 

<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션 아가페, 올해도 ‘사랑의 점퍼’로 나눔 실천
미션 아가페, 올해도 ‘사랑의 점퍼’로 나눔 실천

8회째 노숙자를 위한 나눔 행사 이어져9일, 애틀랜타 섬기는 교회에서 열려 미션 아가페(대표 제임스 송)가 올해의 ‘사랑의 점퍼’ 나눔 행사를 앞두고 후원 참여를 요청했다. 올해

구독 해지도 간단하게… FTC 불공정 관행 시정
구독 해지도 간단하게… FTC 불공정 관행 시정

‘클릭 투 캔슬’ 이르면 내년 4월부터불투명하고 복잡한 해지 절차 근절가입과 동일한 방식 해지 절차 제공‘요금·해지’약관‘간단·투명’하게 명시‘연방거래위원회’(FTC)가 불공정한

지드래곤 ‘스카프 패션’으로 공항 장악
지드래곤 ‘스카프 패션’으로 공항 장악

그룹 빅뱅 지드래곤이 해외 일정을 위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스타뉴스>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이 머리에 두른 분홍색 스카프 패션으로 화제다.지

연준, 기준금리 추가 인하…0.25%p 내린 4.50∼4.75%
연준, 기준금리 추가 인하…0.25%p 내린 4.50∼4.75%

연준 "최근 지표, 경제활동 계속 견고한 속도의 확장 시사""노동시장 완화·인플레 2% 목표 진전됐으나 경제 전망 불확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9월에

바이든 “미국 선택 수용…평화로운 권력 이양 협력
바이든 “미국 선택 수용…평화로운 권력 이양 협력

백악관서 대국민 연설… “선거 공정하고 투명했으며 신뢰할 수 있다” “해리스, 영감주는 선거운동했다”…지지자에 “패배했다고 꺾여선 안 돼”  대국민 연설하는 바이든[로이터]   조

“1달러당 4.5달러 세금 공제” 고객에 불법투자 권유 회계사 철퇴
“1달러당 4.5달러 세금 공제” 고객에 불법투자 권유 회계사 철퇴

세금면제 제도 악용 거액 수수료법원, 실형 28개월에 배상 판결  고객들에게 불법으로 설립된 세금피난처 지분을 판매하며 거액의 세금공제를 신청한 회계사에게 실형과 함께 배상 명령이

존스크릭 도심 대형복합개발 공사 내달 착공
존스크릭 도심 대형복합개발 공사 내달 착공

‘메들리 프로젝트’자금조달 마쳐2026년 3분기 1단계 공사 완공 존스크릭 도심에 추진되는 복합용도개발 ‘메들리 프로젝트’<본지 10월 25일 보도 참조>가 12월에 착

자연과 조명, '와일드우즈: 어글로우' 밤 산책 전시
자연과 조명, '와일드우즈: 어글로우' 밤 산책 전시

유명 디자인 회사 띵크웰 그룹 제작 화려한 조명, 자연과 어울려  펀뱅크 박물관 인근 야외 산책로가 화려한 조명 디스플레이와 큐레이팅된 사운드스케이프로 꾸며진다. 8일부터 2025

풀턴 카운티, 응급실 신설된다
풀턴 카운티, 응급실 신설된다

2026년 완공 예정 조지아 풀턴 카운티에 응급실 센터가 신설된다.조지아 지역사회 보건부에 따르면, 그래디 헬스 시스템이 풀턴 카운티에 응급실을 건설하기 위한 주 승인을 받은 것으

트럼프 재집권 "당장 추방"… 전례 없는 반이민 정책 준비
트럼프 재집권 "당장 추방"… 전례 없는 반이민 정책 준비

트럼프 '반이민 성공 공식' 유럽 극우도 답습해 인기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자를 사상 최대로 추방하겠다고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반이민 정책에 시선이 모이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