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삶과 추억] 홍시

지역뉴스 | | 2023-11-13 14:00:05

삶과 추억, 김미선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가을의 수확으로 감을 최고의 과일이라고 꼽지 않을 수 없다. 동화책에서도 오성과 한음의 지혜로운 이야기에도 감이 나오니 얼마나 흔한 감나무였을까? 그만큼 감은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과일이다.

26년 전 롱아일랜드에 이사 와서 지인에게 선물 받은 묘목으로 배나무와 감나무를 심었다. 남편과 나는 깊게 땅을 파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 지 그땐 알지 못했다. 구덩이에 심은 감나무의 뿌리는 가족들의 정성과 기도로 잘 자라주었다.

몇 년 후 배나무는 실패를 했는지 계란만 하게 열리다 죽곤 했다. 그런 나무를 베지 못하는 건 아직도 살고자 해마다 잎이 나오고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비록 더 이상 자라지 않아 먹을 수가 없을지언정…. 토양이 문제라고 늘 생각하면서 감나무만이라도… 하며 기도하며 영양분을 주며 바라보는 내 눈은 간절함으로 가득했다.

몇 년쯤 지나 감나무 가지에 새싹이 틔듯 조그맣게 푸른 감의 형태를 갖추며 주홍빛 감을 17년 전에 첫 수확을 했다. 그때 마침 미국을 방문하신 어머니에게 첫 감을 따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아이를 안듯 손에서 놓질 않으셨다.

해마다 열리기도 하고 해걸이를 하며 한 해는 100개가 열리더니 또 다른 해는 40개 정도만 열리기도 했다. 수확하는 늦가을엔 먹을 만큼 열린 감을 사다리에 올라가 따는 재미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지 않았을까?

감나무는 가지가 약하지만 여린 가지에도 주렁주렁 달린 많은 감을 품을 만큼 강한 모습을 가르치곤 했다. 따지 못하는 꼭대기에 있던 감들은 새들에게 주는 까치밥이라고 나눠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기도 했었다.

팬데믹이 생긴 후부터는 감이 열리지 않아 몽우리가 생기다 그만 떨어져 버린다. 약한 녀석이 떨어진 거라고 다른 녀석들을 기대했는데 마찬가지로 떨어져 더 이상 감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가 되고 말았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식물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열매가 안 열리니 감나무를 새로 심을까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땅을 파야하고 삽질을 해야 하는 일에 자신이 없다.

감나무를 심고 십 년은 기다려야 감이 열린 것으로 기억되는 일에는 인내심이 한계가 온다. 그런 귀한 단감이 요즘은 홍시가 되고 곶감이 되어 제철이 아닌데도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홍시도 곶감도 어찌나 맛있던지 어머니가 젊은 나이 때부터 홍시를 좋아하셨는데 그런 말랑거리는 감을 왜 먹냐고 철없던 딸의 말에 어머니 마음을 상하게 했던 건 아니었는지 비로소 홍시를 먹으며 어머니 생각을 한다. 그땐 이가 아파 그런 걸 이해 못 했을 것이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처음 먹어 본 홍시를 먹으니 어머니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울컥 한다. 입에 넣으면 눈물처럼 순식간 녹아 감동이 이는 그 맛이다. 나도 어머니처럼 중년이 되어 이가 아파 홍시가 입에 맞는다.

어머니의 유전처럼 닮아있는 내 모습에 홍시가 서글픔으로 온다. 올해도 감은 열리지 않는다. 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눈이 오면 눈 맞을세라, 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땜에 울먹일세라….

깊어가는 가을, 비가 내리고 겨울이 가까워지면 이맘때쯤 감이 열리던 그때가 그립다. 감나무는 어머니의 한숨처럼 온다.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그립다. 감도 어머니도. 

<김미선/롱아일랜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불체자 최대규모 추방’ 맞서 바이든, 100만명 추방 면제 결정

트럼프 취임 10일 앞두고 베네수·우크라 등 출신 18개월간 임시보호지위 연장 조 바이든 행정부가 10일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 우크라이나, 수단 등에서 온 미국내 불법체류자들의

근육량 못지않게‘근육의 질’중요… 암 치료 효과도 높인다

근육에 지방 쌓인 근지방증유방암 치료 효과 낮춰심근경색·빠른 간섬유화도 근육 속 지방 축적 정도가 높을수록 유방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의 질’을 바꾸면 암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소아우울증’과잉행동·잦은 두통도 경고 증상

“언제부터 눈물이 많아져서 주의 깊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소원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부랴부랴 심리 상담부터 받기 시작했어요.”초교 5학년 아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C형 간염, 98% 완치 가능하지만 대부분 몰라서 방치

간은 심각한 손상이 된 뒤에도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간을 ‘침묵의 장기’로 부르는 이유다. 간의 침묵으로 인해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나 된다.간암 발병 경로를 거꾸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근막동통증후군’… 어깨 스트레칭이 효과적

직장에서 한 자세로 오랫동안 집중하거나 앉아 있으면 근육이 뭉치고 관절이 약해지기 쉽다. 거기다 심각한 과로와 만성피로까지 겹치면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업무 중 틈틈이 어깨 관절

학비 오르는데…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
학비 오르는데…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이유

나날이 치솟는 대학 학비를 보면‘과연 대학 진학이 필요한가?’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답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대학 졸업 후 받게 될 낮은

"라돈가스에 노출된 임신부, 임신성 당뇨병 위험 37% 증가"
"라돈가스에 노출된 임신부, 임신성 당뇨병 위험 37% 증가"

미 연구팀 "라돈, 임신성 당뇨병에도 위험 요인…대책 필요" 토양, 암석, 물 등에 들어있는 라듐이 방사성 붕괴를 일으킬 때 나오는 라돈(Rn) 가스에 임신부가 노출되면 임신성 당

봇물 예상 반이민법안부터 학교안전법안까지
봇물 예상 반이민법안부터 학교안전법안까지

▪조지아 주의회 2025 회기 주요 쟁점 분야  스포츠 도박 합법화 여부 메디케이드 확대도 쟁점 조지아 주의회가 13일부터 40일간의 2025회기를 시작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델타항공 엔진 결함으로 승객 슬라이드 대피 소동
델타항공 엔진 결함으로 승객 슬라이드 대피 소동

탑승객 슬라이드로 활주로로 대피공항 활주로 이 사건으로 올 스톱 델타 항공의 승객들이 10일 아침 겨울 폭풍 속에서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중 엔진 문제로 인해

7년만의 큰 눈, 메트로 애틀랜타 눈 내린 풍경
7년만의 큰 눈, 메트로 애틀랜타 눈 내린 풍경

10일 아침, 눈보라가 조지아 북부를 강타하면서 메트로 애틀랜타가 눈으로 뒤덮였다.눈과 비, 영하의 기온이 합쳐져 도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보에 따르면 애틀랜타 주변 지역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