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저가 시장 잠식
미국 애연가들이 즐겨 피우는 프리미엄 권련 담배 브랜드인 말보로를 생산하는 알트리아의 올해 판매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3분기 권련 담배 판매가 전년에 비해 감소하면서부터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들처럼 줄어든 매출을 메우기 위해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담배 업계의 주식 가치가 수요 감소 속에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가격 인상으로 실적을 끌어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 인상 카드를 쓰기엔 상황이 달라졌다. 알트리아의 경영진은 “현재 상황은 전자담배 쥴에게 시장을 잠식 당했던 2018년의 재판”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동안 담배 시장을 주도해 왔던 알트리아를 비롯한 고가 고급 권련 브랜드의 담배업체들에게 위기가 찾아 왔다. 금연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금연 인구 증가로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 카드로 손익을 보존해 온 고가 브랜드 담배업체들은 저가 전략의 중소 담배업체들과 시장 경쟁이 격화되자 예전처럼 가격 인상 카드를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릴 수도, 그렇다고 내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고가 고급 담배업체의 처한 현실이다.
9일 월스트릿저널(WSJ)은 고가 고급 담배업체들이 금연과 흡연 습관 변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로 판매 실적 감소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권련 담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 감소를 보였다. 이에 반해 전자담배 판매는 20%나 늘어나는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련 담배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흡연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웬의 애널리스트 비비앤 에이저는 “젊은 층의 흡연 기피 현상에 고령 흡연 인구 감소로 담배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 판매 시장의 지형도 고가 고급 담배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전자담배 업체들이 젊은층의 흡연 수요를 흡수해 가고 있는 데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저가 브랜드 담배 업체들의 공세도 거세기 때문이다. 미국 내 권련 담배 1갑의 평균 가격은 세금을 포함해 8.77달러인 상황에서 말보로 담배 1갑의 가격은 저가 브랜드에 비해 45%나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저가 담배가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근거다. 저가 담배 브랜드 중 하나인 벡터그룹의 몬테고는 지난 1년간 시장점유율을 15% 늘렸다. 그 사이 말보로와 같은 고가 담배들은 11%나 시장을 잃었다.
<남상욱 기자>